되찾은 나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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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찾은 나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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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자극적인여주중심맴찢막장

어느덧 결혼 30주년을 맞이한 우리 부부는 그해 서로 등 돌리게 되었다. 그날 임시로 출장이 잡혔던 남편은 집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난 이미 식어버린...

Chương (1)

第1章

어느덧 결혼 30주년을 맞이한 우리 부부는 그해 서로 등 돌리게 되었다. 그날 임시로 출장이 잡혔던 남편은 집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난 이미 식어버린 음식을 바라보다가 마음마저 식어버리는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 그렇다, 결혼기념일에 난 남편의 호텔 체크인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보게 되었다. [출장 나왔으면 당연히 호텔에서 묵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남편은 무엇인가 숨김이 있었고 난 호텔 내부를 영상으로 보여달라고 했었다. 하지만 제 발이 저린 남편은 이내 답장하지 않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들 역시 내 편이 아니었다. “엄마, 제발 좀 그만해요. 밤낮없이 일하러 다니는 아빠가 불쌍하지도 않아요?” 모든 사람의 눈에서 난 행복하고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자상한 남편을 둔 아내로서 어엿하게 자란 아들을 둔 엄마로서 난 응당 행복하여야만 했다. 하지만 그 메시지를 보게 된 순간 난 모든 것에 흥미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남편도 아들도 내가 바보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줄 착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혼하고 싶어.’ 힘들게 살아온 지난 30년의 막을 이쯤에서 내리고 싶었다. [나 원 참, 노망났어? 그딴 소리 좀 하지도 마.] 남편은 나를 붙잡기 위해서 어두운 밤을 뚫고 부랴부랴 집으로 달려왔었다. 그러던 도중에 그만 차 사고를 당하게 되고 말았다. 남편은 그로 인해 나한테 아내 자격이 없다는 둥 엄마 자격이 없다는 둥 갖은 쓴소리를 퍼부었다. 눈이 돌아간 버린 아들을 바라보면서 병상에 누워 병약한 척 하는 남편을 바라보면서 난 마음속으로 쓰고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아픈 척, 가여운 척, 억울한 척... 그깟 연기 그렇게 하고 싶어? 그럼, 어디 한번 끝까지 해봐!’ 제1화 호텔에서 보내온 메시지를 받았을 때 난 이미 식어버린 음식을 세 번째로 덥히고 있었다. [YK 호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난 두 눈에 초점을 잃은 채 메시지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한 아픔을 이를 악물고 참아가면서. 내 남편 강한성은 갖은 찬양을 한 몸에 받은 고고학 교수님이다. 최근 들어 고고학 인재들 사이에 ‘보릿고개’가 일어나서 대학에서 다시 한성을 초빙한 것이다. 사업에 대한 야망이 가득한 한성은 오늘이 우리 결혼기념일임에도 불구하고 출장을 선택했다. 심지어 하도 급히 떠나는 바람에 미리 나한테 알리지도 않았었다. 평소 난 한성의 모든 것을 책임지면서 ‘가정주부’ 역할을 제대로 했었다. 고고학 팀과 출장을 갈 때마다 한성의 모든 옷과 도구는 모두 내가 챙겨줬었다. 그뿐만 아니라 팀원들이 지낼 곳부터 시작하여 노선까지 내가 일일이 체크해 주곤 했었다. 결혼 생활 30년 동안 한성은 말쑥한 신사로 무수한 공적을 세운 저명한 학자였다. 그 어떤 곳에서나 빛이 나는 한성과 달리 난 어두운 곳에서 묵묵히 내조만 했었다. 우리 부부에게는 만남보다 이별이 잦았고 새벽에 나가는 한성의 모습을 밥 먹듯이 볼 수 있었다. 아들을 거의 홀로 키우다시피 했으면 양쪽 집안의 어르신까지 모두 내가 돌봐야 했다. ‘나’로 살아간 시간보다 아내, 엄마, 딸로 살아간 세월이 더 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마, 뭐 보고 있어요? 불러도 답이 없길래.” “아빠 갑자기 출장 일정이 잡히셨데. 우리 먼저 먹자. 엄마 배고프다.” 재촉하는 아들의 소리가 들려오자, 난 바로 정신을 차리면서 시선을 돌렸다. 그때 한걸음 다가온 아들은 내가 보고 있던 메시지를 옆에서 보게 되었다. 호텔 체크인 메시지를 보고 난 아들은 살짝 당황해하더니 바로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나를 나무라 했다. “별것도 아닌 메시지를 왜 그렇게 보고 있는 거예요?” 순간 난 찢어졌던 가슴이 다시 산산조각 나는 것만 같았다. 바보처럼 입만 벙긋거린 채 토씨 하나도 뱉어내지 못했다. 임시로 출장 일정이 잡힌 건 산에서 한대 고분이 발굴되어 반드시 전문 고고학자가 있어야 한다고 한성이가 그랬었다. 그러나 YK 호텔은 도시 중심에 있으며 그가 말한 산과는 반나절의 거리나 떨어져 있다. 하물며 고고학 연구에 필요한 도구를 챙기지도 않았고 그가 가장 아끼는 삽마저 챙기지 않았다. 고분으로 들어갈 때 입어야 할 방수복도 서재에 가만히 누워 있었다. 출장 간 한성의 호텔은 거의 모두 내가 잡았기 때문에 나에게로 메시지가 온 것이다. 한성은 학술 외에 일상생활에서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가 다를 게 없다. 따라서 전화번호를 바꾼다는 등 이런 사소한 일을 생각할 리도 없고 바꿀 리도 없었다. 부랴부랴 집을 나선 한성의 목적지와 목적이 무엇인지 그는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30년 동안 난 꽃다운 소녀에서 온몸이 처진 아줌마가 되었지만 한성은 늘 예전 그 모습 그대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시선을 머물법한 외모에는 세월이 안겨다 준 성숙미만 더해져 있었다. 자상한 남편, 어엿한 아들, 효도하는 며느리, 귀여운 손녀까지... 모든 사람이 나에게 복이 터지겠다고 부러워했었다. 나를 부르는 별칭은 수없이 많았다. 여보, 엄마, 어머님, 사모님, 할머니... 뜻하지 않게 나에게는 수많은 신분이 생기게 되었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난 천천히 잊고 있었다. 나의 이름을. ‘내가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내가 누굴 위해서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 ‘그럴만한 사람들일까?’ 아픔이 극에 이르다 보니 난 어느새 아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아무런 표정도 없이 한성과 나눈 대화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한성은 오는 내내 나한테 사과했었다. [여보, 미안해. 하도 급한 일이라 나도 어찌할 틈이 없었어. 선물은 내가 꼭 보상해줄게.] 난 눈물을 뚝뚝 떨구면서 키보드를 눌렀다. [강한성, 우리 이혼하자.] 제2화 한성은 이성을 잃어버린 듯 나한테 메시지 폭탄을 내던졌다. 난 계속 울리는 알림 소리에 확인하고 싶은 마음마저 사라지게 되었다. 묵묵히 짐을 챙기고 있던 난 갑자기 놀라운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이곳에 오로지 나에게만 속하는 물건이 가여울 정도로 적다는 것. 내가 정성껏 고르고 구매한 모든 건 남편, 아들 그리고 손녀의 물건이었다. 몇 벌 되지도 않는 옷과 일상용품만 트렁크에 넣고 나니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것이 바로 나의 모든 ‘재산’이니 말이다. “엄마, 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 신세대 여성도 아니고 이상한 거 좀 따라 배우지 말라고요.” “남들이 알게 되면 엄마 흉만 볼 거라고요! 그동안 살아오면서 우리 아빠가 어떤 분이신지 몰라서 이러는 거예요? 호텔 체크인 메시지 한 통에 이건 좀 오버 아니에요?” 나보다 한성을 잘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난 더없이 확신할 수 있었다. 한성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것. 심지어 결혼기념일에 똑같이 빌어먹을 제삼자랑 만나고 있다는 것. 평범한 날에는 그나마 눈 감아 줄 수 있었으나 오늘만은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썩은 대로 썩은 내 마음에 적어도 소금은 뿌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난 더 이상 아들과 따져 들고 싶지 않았다. 아들에게 있어서 그의 아빠인 강한성은 세상에서 가장 센 사람이고 그가 숭배하는 상대이기 때문이다. “엄마! 지금 이 시국에 아빠랑 이혼하면 사람들이 얼마나 손가락질 하겠어요! 우리 아빠 이미지부터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 말을 듣고서 난 마침내 출입문을 향해 걸어가던 발걸음을 멈췄었다. 아들은 내가 그의 말에 설복당한 줄 알고 웃음이 새어 나왔었다. 그러나 난 원수를 바라보는 듯한 눈빛으로 아들을 차갑게 바라보며 물었다. “그 자신이 당당하다면 그깟 이미지 따위가 중요하겠어? 그리고 네 아빠 이미지는 네가 잘 지키고 있잖아.” “네 눈에는 내가 한없이 약하고 하찮은 가정주부일 뿐이잖아. 교수님의 이미지와 평가에 나 같은 사람이 좌우 지할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아?” 한배에 탄 듯한 그들 부자의 언행에 난 끼어들 틈이 없었다. 지금껏 최선을 다해 돌봐 줬었건만 두 사람은 나의 희생을 응당한 것으로 생각하면서 나를 안중에 두지도 않았었다.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며느리는 중간에서 난처한 모습으로 나의 손을 잡고서 나를 붙잡았었다. “어머님, 일단 진정 좀 하세요. 아버님 오시고 나면 그때 다시 얘기해 보세요.” 손녀 역시 나의 다리를 붙잡고 나를 붙잡았었다. “할머니, 가지 마세요. 재희는 할머니가 제일 좋단 말이에요.” 이 집에 대해서 미련이 남아 있냐고 물어본다면 아마도 효도하는 며느리와 귀여운 손녀가 그 미련일 것이다. 그러나 고개를 들자마자 나를 하찮은 개미 보듯 바라보고 있는 아들의 모습에 난 그 미련마저 가뭇없이 사라지게 되었다. ‘고된 나의 30년을 이쯤에서 끝낼 때도 됐어.’ 아들이 ‘정아 아주머니’라고 부르는 여자는 우아하고 지적이므로 아마 그가 원하는 엄마의 이미지에 더욱 어울릴 것이다. 띠띠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짐까지 챙겨서 집을 떠나려고 하던 그때 아들의 핸드폰 벨 소리가 급하게 울려왔었다. [혹시 강한성님 보호자 되세요?] [조금 전 고가도로에서 차 사고가 났고 지금 대학 병원에서 응급치료 중이니 서둘러 오시기 바랍니다.] ... “이제 마음에 들어요?” “이제 마음에 드냐고요! 이런 사달이 나야만 엄마 직성이 풀리냐고요! 아빠한테 문제라도 생기게 된다면 나 절대 엄마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병원으로 달려가는 길에 아들은 이내 나를 책망했었다. “집중해서 차나 몰아! 너까지 차 사고 나고 싶어?” 참다못한 난 아들에게 한마디를 했고 아들은 노기등등한 두 눈으로 나를 째려보았었다. “어머님, 화 푸세요. 재희 아빠도 아버님이 걱정돼서 저러는 거예요.” 며느리가 나서서 나를 좀 위안해주자 난 그제야 마음이 좀 가라앉는 듯했었다. 한성은 차를 잘 몰기로 소문이 난 사람이다. 직업 특정상 깊은 산에서 고분을 발굴하고서 문물을 보호하여 산에서 내려와야 하므로 폭우가 내릴지라도 그는 산지대를 여유롭게 오갈 수 있다. 그 말인즉슨, 고가도로에서 차 사고가 날 일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난 경찰이 보내온 고지서를 보고 나서야 한성 스스로 핸들을 헛돈 바람에 난간에 부딪혔다는 것을 알게 되었었다. 아들은 병원 곳곳을 뛰어다니면서 ‘뒤처리’를 해주었고 난 한성의 병력 서를 보려고 했으나 아들에게 막히고 말았었다. 제3화 “이런 건 보지 않아도 돼요! 그럴 시간 있으면 얼른 아빠한테 사과나 해요!” “우리 아빠가 왜 저렇게 되셨는지 아직도 몰라서 그러는 거예요? 이게 다 엄마가 이상한 의심이나 해서 그런 거 아니에요!” 한성은 허약한 모습으로 기침을 하고서 죄책감이 가득한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어느덧 흰머리가 희끗희끗 올라온 한성이지만, 준수한 외모는 여전히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교수님의 지적인 모습은 금상첨화나 다름이 없었다. “여보, 내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여보한테 해명하려고 급하게 달려오는 바람에 그만 사고가 좀 난 것뿐이었어.” “우리 이혼하지 말자.” 한성은 나의 손을 꼭 붙잡고서 ‘진심’으로 나를 말리고 있었다. “해명할 게 있다고? 지금 기회 줄 테니 어디 한번 해봐.” “내가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고분은 도시 외곽에 있는데 왜 호텔 위치는 도시 중심에 있는 걸까? 일하러 갈 때 분신처럼 챙겼었던 도구랑 방수복은 왜 집에 가만히 놔두고 정장까지 반듯하게 차려입고 나간 걸까?” “그리고 엔티크 브로치는?” 한성은 순간 나의 모든 질문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고 그의 모든 침묵이 모든 사실을 묵인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윽고 난 가방에서 이혼합의서를 꺼내 들었다. “사인해.” 실은 그에게 질문을 던질 때까지만 해도 난 마음속으로 한성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주었었다. 그러나 더 이상 바보처럼 용서하는 척이 하고 싶지 않았다. 이혼합의서에 적힌 재산 분할에 관한 내용은 직접 변호사를 찾아가 작성했었다. 난 내가 응당 가져야 할 몫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나의 것이 아닌 부분을 사취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혼합의서를 훑어본 아들은 순간 터지고 말았었다. “엄마! 아빠 저렇게 되셨는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예요!” “강서구 아파트까지 가져간다고요? 그 아파트가 있어야만 우리 재희가 좋은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거 잘 알고 있잖아요! 매정하게 손녀딸 집까지 빼앗아 가는 건 너무한 거 아니에요?” 난 내가 10달을 품고 배 아파서 낳은 아들을 원수 보듯 바라보았다. “죽을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내가 이혼하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어?” 한성은 시종일관 침묵을 유지했고 내가 알 수 없는 눈빛을 드러냈었다. “안 가면 안 돼?”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한성은 다시 한번 나에게 물었었다. 난 그의 손을 뿌리치고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당당하게 떠났다. 병원에서 빠져나오던 그 순간 난 이내 나를 짓누르고 있던 큰 돌덩이가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엄마, 아빠랑 이혼하고 나서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른 건 모르겠고 강서구에 있는 아파트는 절대 안 돼요! 그거 우리 재희 것이란 말이에요.] 아들은 한성보다 더욱더 역정을 부리면서 나한테 연달아 전화했었다. “너 혹시 잊은 거 아니야? 네가 태어났을 때, 네 아빠는 월급도 받지 못했던 가난한 학생이었어.” “그 아파트는 본래 내가 내 힘으로 산 거야.” 그때 난 눈썰미가 제법 좋았고 가치가 있을 만한 지역을 찾아 집을 샀었다. 그 결과 얼마 지나지 않아 부동산 철거 방안이 내려지면서 우린 새로 세운 아파트에 들어오게 되었었다. 그 아파트가 바로 아들이 노래를 부르는 ‘재희의 집’이다. 아파트가 있어야만 재희가 좋은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건 변명이 아니었다. 난 그 부분에 관해서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하여 해결해줄 것이다. 필경 재희는 내가 가장 아끼는 우리 손녀이니 말이다. 그러나 아들은 아파트를 얻고자 재희의 이름으로 나를 협박하고 있는 것이었다. 난 그런 아들의 협박에 절대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한성은 병약한 모습으로 병상에 누워 있었으나 실은 가벼운 뇌진탕과 팔이 탈구된 것뿐이었다. 아들은 미쳐 날뛰면서 나를 바닥으로 짓밟으면서 우리의 이혼을 막고자 했다. 판박이나 다름없는 두 사람의 모습을 난 지겨울 정도로 봐왔었다. 한성은 이혼합의서에 사인을 화려하지 않았고 난 더 이상 기다리고만 있을 인내심이 없어서 짐을 챙겨 해외로 기분전환 겸 여행을 갔었다. 두 사람은 내가 가방끈이 짧은 중년이라고 폄하하면서 나를 보잘것없는 존재로 여겨왔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강씨 가문은 내가 오로지 나의 힘으로 일으켜 세웠다는 점을 잊어버리고 있었을 것이다. [노연희, 너 정말로 이혼할 거야?] [후회하지 마.] 한성으로부터 온 마지막 메시지였다. 지위가 높고 권력이 큰 교수님으로서 한성은 순순히 나의 뜻대로 해주지 않았을뿐더러 역겨운 짓까지 하고 말았다. 기분 좋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실시간 검색어에 나와 연관된 듯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아들은 나랑 한성 사이의 일을 커뮤니티에 올렸던 것이었다. 워낙 출중한 외모를 소유한 한성인지라 그는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잘생긴 교수님으로 불리곤 했었다. 따라서 자연스레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이었다. [어머, 사모님 너무 오버하신 거 아님? 결혼기념일에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삐치다니... 자기가 무슨 20대 소녀인 줄 아나.] [다들 그거 아심? 강 교수님 배우 해도 될 정도로 완전 잘생김. 수업에서 사모님과 사랑했었던 얘기들 자주 해주셨는데 애처가가 따로 없었음. 이번 일은 사모님이 좀 너무하신 듯.] [강 교수님은 그래도 백 교수님과 더 어울리는 것 같아. 서 있는 것만으로도 화보가 따로 없고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훈훈해졌었는데.] 커뮤니티에 떠도는 영상과 글을 보고 난 뒤 난 그제야 한성의 마지막 메시지 ‘후회하지 마’에 담긴 뜻을 알 수 있었다. 자기 곁을 떠난 대가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비열한 심리였다. 예를 들면 나를 의부증이 심한 아줌마로, 무리하게 소란만 피우는 아줌마로, 밥 먹고 할 일이 없는 아줌마로... 그러나 한성은 그 판을 잘못 짰다. 난 이미지와 명성 따위를 지켜야 하는 ‘교수님’이 아니라 밑바닥부터 시작하여 내 힘으로 성과를 이뤄냈었던 장사꾼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목숨 걸고 지키고자 하는 체면을 난 부스러기 하나 없이 깨끗하게 벗기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