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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냐, 넌?
폰 케이스에 자꾸만 기름기가 묻어나와 절친에게 하소연하자 인간의 가죽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날 밤 누군가가 나의 얼굴 가죽을 벗기고 있는 ...
Chương (1)
第1章
폰 케이스에 자꾸만 기름기가 묻어나와 절친에게 하소연하자 인간의 가죽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날 밤 누군가가 나의 얼굴 가죽을 벗기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내 가죽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네 걸로 해.”
가죽이 벗겨진 썩은 시체와 서로 비난하는 룸메이트, 그리고 둘도 없는 사이인 절친 중에 진짜 귀신은 과연 누구일까?
제1화
우정을 과시하려고 우리 룸메이트 넷은 같은 폰 케이스를 샀다. 부드러우면서도 탄탄한 게 전에 내가 사용했던 폰 케이스와 완전히 달랐다. 하지만 유일한 단점이 바로 기름기가 많다는 것이었다.
나는 손에 땀이 많아 그런 줄 알았다. 그날 해야 할 숙제가 많은 탓에 반나절 동안 휴대폰을 건드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밤에 봤을 때도 폰 케이스에 누런 기름기가 묻어있었다.
나머지 셋이 다 이 케이스를 사용하고 있어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반나절마다 닦아야 해서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결국 나는 참다못해 절친 전희진에게 하소연했다. 그런데 그녀의 답장을 본 순간 마음이 움찔했다.
[기름기가 묻어나온다고? 인간의 가죽이니까 그렇지.]
화들짝 놀란 나는 하마터면 휴대폰을 바닥에 떨어뜨릴 뻔했다.
[젠장. 놀라게 하지 마.]
그런데 전희진은 나더러 폰 케이스를 빼고 홀로 밖에 나와 얘기하라고 했다. 나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밖으로 나왔다.
아무도 없는 곳에 도착한 그때 전희진이 전화를 걸어왔다. 기숙사 룸메이트 네 명 모두 같은 폰 케이스를 사용하고 있다는 소리에 그녀의 표정이 확 변했다.
“너희 기숙사에 죽은 사람이 숨어 있는 게 틀림없어.”
겁에 질린 나는 대체 무슨 상황이냐고 물었다. 전희진은 나에게 여러 가지 원인으로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같이 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제는 죽었다는 걸 몰라야 한다는 것이다. 죽었다는 걸 알아차린 순간 무슨 수를 써서든 죽이려 할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또 나에게 기숙사에서 함부로 입을 놀리진 않았는지 물었다. 나는 너무도 놀라 손에 식은땀이 흥건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며칠 동안 폰 케이스에 기름기가 묻어난다는 말을 한 것 말고는 딱히 없었다.
죽은 사람이 절대 알아차릴 리가 없다고 하자 전희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경찰에 신고하고 기숙사를 바꾸고 싶었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 혹시라도 죽은 사람을 잘못 찾아낼 경우 스스로 죽을 길을 찾아가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전희진은 이제 보름만 지나면 방학이니까 조금만 더 버티고 집에 온 다음에 같이 방법을 생각해보자고 했다.
지금으로선 그 방법밖에 없었다. 아무리 두려워도 그렇게 해야만 했다.
나는 대화 기록을 전부 지운 후 과일 가게에 들러 딸기를 사 들고 아무 일도 없었던 척 들어갔다.
기숙사로 돌아갔을 때 기숙사장 박예은은 자리에 없었다. 박예은은 우리 반 반장이었는데 지도 교수를 도와야 하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어 나머지 시간에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저녁에 소등하기 전에 돌아오곤 했다.
나는 범죄를 저지를 시간조차 없는 박예은을 바로 배제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산 사람도 공부하기를 싫어하는데 죽은 사람이 그렇게 공부에 미쳤을 리가 없다.
나는 딸기를 먹고 있는 두 사람을 몰래 관찰했다.
이민주와 유하늘 중에 대체 누가 죽은 사람일까?
반학기나 함께 지낸 룸메이트가 죽은 사람이라니, 이보다 더 놀라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둔감해서 문제다. 여름방학이 거의 다 돼서야 이상함을 감지했으니 말이다.
보름, 딱 보름만 더 버티면 되었다.
나는 더는 그들을 관찰하지 않고 속으로 나 자신을 응원했다.
조별 과제를 잠깐 한 후 이민주는 메이크업하기 시작했다.
이민주는 우리 반 퀸카였는데 키가 크고 다리도 긴 데다가 얼굴까지 반반해서 대시하는 남학생이 끊이질 않았다.
이따가 남자 친구와 데이트할 겸 밥 먹으러 간다고 했다.
셋일 때는 그나마 괜찮았다. 왜냐하면 적어도 산 사람 한 명이 옆에 있으니까.
하지만 기숙사에 나와 유하늘만 남았을 때 나는 심장이 터져 나올 것처럼 쿵쾅거렸다. 그녀가 혹시 눈치라도 챌까 봐 밥을 사러 나가겠다고 핑계를 댔다. 그런데 나의 팔을 잡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같이 가자.”
나는 유하늘의 표정을 살피려고 했지만 두꺼운 안경알에 가려져 알 수가 없었다. 결국 그냥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같이 가자.”
가로등이 식당으로 가는 길을 밝게 비춰주었고 길옆에 끌어안고 있는 커플들이 가득했다. 그래도 사람이 많아 마음이 안정되면서 겁이 나질 않았다.
그런데 유하늘은 뭔가를 두려워하기라도 하듯 긴장한 얼굴로 두리번거리면서 내 팔을 꽉 잡았다.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얘가 죽은 사람은 아니겠지? 날 죽이려고 사람 없는 곳을 찾는 건가?’
어느새 나의 손에 땀이 흥건했다. 전희진이 했던 얘기가 문득 떠올라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하늘아, 괜찮아? 몸이 안 좋으면 밥 사고 얼른 들어가자.”
유하늘이 고개를 돌렸는데 안색이 핏기라곤 없이 창백했다. 나는 그녀를 뿌리치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계속 걱정하는 척했다.
시간이 마치 한 세기가 지난 듯했고 나의 표정도 점점 굳어졌다. 그런데 그때 유하늘이 갑자기 나의 귀에 대고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다연아, 민주 이미 죽었어.”
제2화
나는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유하늘을 쳐다보았다. 두꺼운 안경알에 비친 나의 놀란 얼굴을 보고는 다급하게 표정을 관리했다.
“하늘아, 너 미쳤어? 우리 맨날 민주랑 함께 살고 있는데 죽은 사람이라는 게 말이 돼? 공포 소설을 하도 많이 봐서 누굴 보든 다 귀신 같아서 그래...”
제 발 저린 탓인지 나도 말이 많아졌다.
나는 유하늘이 나를 속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믿지 않았다. 설령 거짓말이 아니라고 해도 내가 인정하지 않는 한 의심만 할 것이기에 기숙사에서 대놓고 이 일을 얘기하진 않을 것이다.
죽은 사람에게 딱 보름만 들키지 않으면 되었다.
유하늘은 내가 계속 반박하자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주변의 공기마저 싸늘해져 나는 저도 모르게 몸을 파르르 떨었고 발걸음도 점점 빨라졌다.
‘기숙사로 들어가면 얼른 밥 먹고 잠이나 자야지. 아무한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아.’
우리가 기숙사 밑에 거의 도착할 무렵 유하늘은 결국 참지 못했다. 나를 벤치에 앉히더니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다음 그녀가 겪은 무서운 얘기를 꺼냈다.
그날 유하늘은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있었다. 기숙사 문이 거의 닫힐 시간이라 커플들도 다 기숙사로 돌아갔고 이민주와 남자 친구만 밑에 있었다.
우리 기숙사는 가장 뒤에 있어 뒤에 택배 보관소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시간이면 택배 보관소도 문을 닫아 칠흑같이 어두웠다.
어두운 가로등 밑에 이민주와 그녀의 남자 친구 두 사람만이 유하늘을 등진 채 벤치에 앉아 있었다.
여기까지 얘기하던 유하늘이 갑자기 침을 꿀꺽 삼키더니 나의 손을 꽉 잡았다. 그녀의 손이 식은땀에 흠뻑 젖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듣고 있는 나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등골이 오싹하면서 온몸에 소름이 다 돋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를 해야만 했다.
나는 유하늘의 손을 꽉 잡았다.
“그만 얘기해, 하늘아. 밤에 얘기하니까 무섭잖아.”
그런데 유하늘이 두 눈을 부릅떴다.
“안 돼. 내 얘기 꼭 다 들어야 해.”
유하늘은 나의 어깨를 누르면서 일어나지 못하게 했다. 힘이 어찌나 센지 벗어날 수가 없어 그냥 듣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 유하늘은 두 사람에게 방해가 될까 봐 말을 걸지 않고 계속 빨래를 널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녀가 옷걸이를 가지러 안으로 들어왔을 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이민주가 침대 커튼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침대에 앉아 있는 나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었다.
유하늘이 들어온 걸 본 이민주가 고개를 돌려 방금 밖에서 뭘 봤냐고 배시시 웃으면서 물었다. 그녀는 놀란 나머지 옷걸이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다시 주울 새도 없이 베란다로 냅다 뛰어갔다.
바로 그때 등을 지고 앉아 있던 여자도 천천히 고개를 돌렸는데 바로 이민주였다.
이민주가 둘이었던 것이었다.
유하늘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안색이 핏기라곤 없이 창백하기만 했다. 그리고 나의 옷도 이미 식은땀에 흠뻑 젖었다.
그날 나도 기숙사에 있었다. 이민주와 얘기를 나눴던 게 기억이 났고 유하늘이 당황해하던 모습도 정확히 기억났다. 그녀는 거짓말한 게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민주가 죽은 사람이야? 하늘이한테 사실을 얘기해야 하나?’
유하늘의 정신 상태를 보면 기껏해야 며칠 정도 진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혹시라도 갑자기 기숙사에서 미쳐 날뛰어 이민주에게 따져 묻는다면 스스로 죽을 길을 자초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힘겹게 침을 삼킨 후 유하늘에게 말하기로 했다. 어쨌거나 함께 사는 룸메이트인데 꽃 같은 나이에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그런데 내가 입을 열려던 그때 유하늘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니 뒤를 빤히 보면서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것이었다.
식은땀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이민주가 언제 왔는지 두 눈을 부릅뜬 채 서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었다. 만약 가로등이 갑자기 켜지지 않았더라면 이민주가 어두운 곳에 있어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가 어디까지 들었는지 알 수가 없어 계속 연기하려 했지만 몸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들부들 떨렸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이민주를 본 순간 나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말해. 둘이 여기서 뭘 하고 있었어? 왜 이렇게 놀라는 거야? 설마 내 욕했어?”
이민주의 모습이 그대로이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밖에서 신선한 공기 좀 마시려고. 방금 하늘이가 나한테 귀신 얘기를 해줘서 놀라 죽는 줄 알았어.”
나의 말에 유하늘이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민주는 의심의 눈초리로 우리를 훑어보다가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
유하늘과 이민주는 나의 양팔을 잡았고 그렇게 셋이 함께 기숙사로 돌아갔다.
나는 밥을 대충 먹은 후 침대 위로 올라가 잠을 청했다. 침대 커튼이 있어 모기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빛도 가릴 수 있었다.
모든 이의 시선을 밖에 차단한 후에야 나는 한시름을 놓았다.
잠시 후 유하늘이 함께 샤워하러 가자고 했다. 나와 대책을 상의하려고 일부러 불러낸 걸 알고 대답하려는데 이민주의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
“나도 갈래. 같이 가자.”
분위기가 잠시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나는 생리가 와서 몸이 불편하다고 가지 않겠다고 했다.
바늘방석에 앉은 듯한 기분이 너무도 싫어 차라리 혼자 있고 싶었다.
제3화
조금 전에는 내가 너무 경솔했다. 마음을 가라앉힌 후 많은 생각을 했다.
유하늘에게 진실을 얘기해야 할까? 나는 아무도 없는 틈에 전희진과 상의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민주도 갑자기 몸이 좋지 않다면서 가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그대로 굳어버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가지 않겠다고 했다가 또 가겠다고 한다면 의심을 살 수도 있었다.
유하늘은 몰래 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가 옆에 있어 줄까?]
나는 괜찮다고 답했다. 잠깐 생각하다가 또 문자를 보냈다.
[너 요즘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환각이 보였나 봐. 룸메이트끼리 잘 지내야지. 너랑 민주 사이에 무슨 갈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같은 헛소리를 할 필요까진 없잖아. 너무 황당해서 믿을 수가 없어.]
유하늘은 더는 답장하지 않았다.
잠시 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기숙사에 나와 이민주 단둘이 남게 되었다.
나는 잠을 청하려고 눈을 꼭 감았다. 그런데 두려움 때문인지 저도 모르게 주변의 인기척에 귀를 기울였다.
슬리퍼와 바닥이 마찰하는 소리가 들렸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다. 자기 할 일을 하면서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았다.
겨우 시름을 놓았는데 마찰 소리가 갑자기 뚝 멈췄다. 곧이어 나의 침대가 흔들렸다. 침대 위로 올라오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숨도 쉬지 않고 두 눈을 꼭 감았다. 한 손으로 휴대폰을 꽉 잡았는데 이건 나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커튼이 열리면서 밝은 빛이 들어와 눈이 다 부셨다. 나는 속눈썹을 파르르 떨면서 두 눈을 떴다.
“이민주, 뭐 하는 거야?”
그런데 이민주가 두려움에 떠는 얼굴로 다가왔다.
“다연아, 하늘이가 이미 죽은 것 같아.”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웃었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헛소리 아니야. 그날 남자 친구랑 벤치에 앉아 있다가 기숙사로 돌아가려는데 하늘이가 베란다에 서서 날 빤히 쳐다보고 있었어.”
기억을 더듬는 이민주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고 표정도 아주 진지했다.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돼서는 베란다에 가만히 서 있었어. 난 걔가 산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해. 눈에 검은자위만 보이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 순간 나는 머리가 다 쭈뼛 서는 것만 같았다. 나는 손에 맺힌 식은땀을 몰래 닦고는 이민주의 손을 토닥이며 위로했다.
“네가 잘못 본 거겠지. 날이 어두워서 잘못 봤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잖아.”
그런데 이민주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날 안 믿어?”
나는 그제야 이민주의 동공이 눈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커졌다는 걸 발견했다. 부들부들 떨면서 이불 밑으로 몸을 움츠렸고 표정도 말이 아니게 굳어졌다.
“응. 안 믿어...”
이민주는 화가 많이 난 듯 어둠의 기운이 얼굴 전체를 뒤덮었다.
나는 손이 너무 떨린 나머지 휴대폰 잠금 비밀번호를 정확하게 입력하지 못했다. 전희진이 했던 얘기를 떠올리면서 울며 되뇌었다.
“환각, 다 환각이야.”
이민주가 손을 뻗어 나를 잡으려던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
유하늘이 목욕 바구니를 들고 어두운 얼굴로 들어왔다.
“둘이 뭐 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