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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후 나는 그 남자의 갑이 됐다
허문재와 나는 10년을 함께 했다. 내가 고열에 시달리며 그의 아픈 어머니를 간호하던 그때 그는 실연당한 유연아와 술을 마시며 그녀를 위로했다. 직...
Chương (1)
第1章
허문재와 나는 10년을 함께 했다.
내가 고열에 시달리며 그의 아픈 어머니를 간호하던 그때 그는 실연당한 유연아와 술을 마시며 그녀를 위로했다.
직장에서 상사에게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하던 나는 그 순간에도 유연아의 생리통을 걱정하며 그녀 곁에 있던 그의 모습을 떠올렸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부고를 접하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의 핸드폰은 꺼져 있었다. 그리고 그가 유연아의 졸업식에 참석했다는 것을 들었다.
결국 나는 마음을 접었다.
하지만 허문재는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붉어진 눈으로 내게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제1화
엄마의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올 때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빗물이 온몸을 적셔 눈을 뜰 수도 없었고, 머리는 점점 무거워졌다.
이때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나는 무표정하게 핸드폰을 집어 들고 화면을 확인했다. 허문재라는 세 글자가 보이는 순간 가슴이 뻐근하게 아파왔다.
허문재와 나는 10년 동안 연애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차가운 사람이었다.
나는 그의 곁을 지키며 언젠가는 철벽 같은 그의 마음도 따뜻해질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내 사랑이 아무리 뜨겁다 해도 끝없는 소모를 견딜 수는 없었다.
7일 전, 나는 엄마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엄마가 임종 직전에 가장 걱정했던 것은 내 결혼 문제였다.
“아름아, 너랑 문재가 사귄 지도 오래 됐는데 아직 결혼 얘기가 없는 거니? 듣기 싫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말해야겠어.”
“우리 집이랑 문재네 집은 애초에 맞지 않아. 그래도 문재가 너를 아끼고 챙겨준다면야 괜찮겠지만 내가 보기엔 너만 혼자 애쓰고 있는 것 같아. 엄마는 네가 결혼하고 나서도 고생할까 봐 걱정돼.”
나는 작은 시골 마을의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고, 허문재 부모님은 모두 대학 교수였다. 두 집안의 격차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엄마를 안심시키려고 말했다.
“문재 어머니는 집안 배경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으세요. 오히려 저를 좋아하신다니까요. 문재도 요즘 일이 바빠서 그런 거지 곧 결혼할 거예요.”
하지만 곧 진행하는 결혼이 언제 될 건지는 나조차도 몰랐다.
일이 바쁘다는 건 그저 핑계일 뿐이었다.
중요한 건 허문재 어머니가 아니라 문재 자신의 마음이었다.
나는 은근히 허문재에게 결혼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마침 유연아도 옆에 있었다.
그녀는 비웃듯 말했다.
“아름 언니, 가난하게 사는 게 너무 무서워서 빨리 허 집안에 시집가고 싶은 거야? 굳이 결혼 안 해도 돼. 언니 어머니 치료비 몇 천만 원쯤이야 문재 오빠가 그냥 줄 텐데?”
내 가정 형편이 어렵긴 했지만 나는 대학 졸업 후 게임 회사에 취직해 괜찮은 연봉을 받고 있었다.
엄마의 치료비도 허리띠를 졸라매면 마련할 수 있었다.
나는 허문재와 연애하는 동안 그의 돈을 바라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허문재는 엄마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나와 함께 병문안을 갔고, 나에게 4천만 원이 든 카드를 내밀며 말했다.
“우선 이걸 써. 부족하면 말하고.”
하지만 결혼 이야기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나는 그때부터 집안에 대한 열등감이 더 깊어졌고, 결혼 이야기를 꺼낼 용기를 잃었다.
그리고 그의 결혼 제안을 기다렸다. 지금까지 몇 년이나...
아버지는 말했다.
“너희 엄마는 마지막까지 네 이름을 부르면서 문재가 널 외면하지 않을까 걱정하셨다.”
“아름아, 문재가 바쁜 건 알지만 하루라도 시간을 내서 장례식에 와줄 수 있게 해 줄 수 없겠니? 너희 엄마가 문재를 한 번 밖에 못 봤어.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자.”
나는 허둥지둥 허문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는 바쁘다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몇 번이고 다시 걸었지만 받지 않았고, 나중에는 아예 전원이 꺼져 있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게임 스튜디오를 열었고, 최근 몇 년간 스튜디오가 자리를 잡으면서 점점 더 바빠졌다.
같은 도시에 살고 있으면서도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것도 힘들었다.
우리는 연애 중이었지만 내가 보고 싶어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는 식이었다.
그가 시간이 나면 전화를 받고, 바쁘면 받지 않는 식이었다. 그는 한 번도 먼저 전화를 건 적이 없었다.
나는 허문재가 바쁘다는 말을 믿고, 혹시 회의 중일까 봐 그의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웃긴 이야기지만 나는 허문재와 연애하면서 그의 비서와 더 자주 통화했다.
비서는 말했다.
“대표님이 바쁘셔서요. 시간이 나시면 다시 전화해 보세요.”
비서의 말투에는 연민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그땐 내 마음이 너무 어지러워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나는 망연자실한 상태로 집으로 가는 차에 올랐다. 가는 길 내내 문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그러다 유연아의 SNS에서 문재를 보게 되었다.
유연아는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 속에서 허문재는 그녀를 품에 안고 있었고, 얼굴에는 얕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유연아는 품에 커다란 장미꽃다발을 안고 있었다.
사진 아래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문재 오빠, 이렇게 많은 일을 미루고 내 석사 졸업식에 와 주다니! 너무 감동이에요! 오빠가 준 장미 정말 예뻐요!]
제2화
유연아는 허문재의 집안과 가깝게 지내는 사이로 나보다 7살 어리다.
어릴 때부터 허문재를 졸졸 따라다니며 자랐고, 그에게 무척 의지하는 모습이었다.
유연아는 외모도 예쁘고 성격도 밝고 명랑해서 모두에게 사랑받았다.
처음엔 나도 그녀를 좋아했고 친동생처럼 여겼다.
하지만 어느 날 유연아가 내 드레스에 커피를 엎지르고, 내가 선물한 물건을 뒤에서 버리고, 허문재의 어머니께서 내게 선물하신 옥 팔찌를 일부러 깨뜨리는 일을 겪으면서 그녀가 나를 향해 품고 있는 적의를 깨달았다.
이 일을 허문재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단순히 투정처럼 흘려 말한 건데 허문재는 나를 꾸짖었다.
“아름아, 넌 어른인데 어린애랑 이렇게까지 따지고 드는 게 말이 돼?”
그때 우리는 스무 살, 유연아는 겨우 열셋이었다.
미성년자인 그녀와 내가 다투는 건 나조차 부끄러운 일처럼 느껴졌다.
그 말에 얼굴이 화끈거렸고, 그녀가 조금 더 성장하면 이런 일이 없어질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내 착각이었다.
유연아가 자라면서 노골적으로 나를 대놓고 무시하는 행동은 줄었지만 대신 더욱 교묘하게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내가 허문재와 데이트하는 날에도 빠지지 않았고, 내 앞에서 그의 목에 팔을 걸치고 애교를 부렸다.
친구들과 식사 자리에서는 허문재와 같은 컵으로 물을 마셨고, 그의 컵에는 선명한 립스틱 자국을 남겼다.
심지어 내가 허문재의 집에 초대받아 갔을 때 유연아는 더러워진 옷을 벗어버리고 그의 티셔츠를 잠옷 치마로 입었다.
나는 이 일들로 허문재와 여러 차례 다투었다.
하지만 실상은 다툼이라기보다 내가 혼자 화를 내고 소리치는 쪽에 가까웠다.
“여자는 나이가 들면 아버지라도 일정한 거리를 둬야 돼. 걔는 네 이웃 동생이고 16살이야. 아직도 네 목에 팔을 걸치고 애교를 부리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해?”
“네 여자친구는 나야. 네가 내 앞에서 걔와 같은 잔으로 물을 마시고 병뚜껑을 따주는 게 괜찮다고 생각해?”
“유연아는 네 친여동생도 아니잖아. 옷이 더러우면 네 어머니 옷을 입은 되지 왜 네 티셔츠를 입어야 하는 건데? 내가 너를 좋아하기 시작했을 때도 16살이었어. 유연아가 정말 너한테 아무 감정도 없다고 생각해?”
허문재는 처음엔 나를 달래려 했다.
“연아는 어린애야. 걔랑 비교할 필요 없어.”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대답 대신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와의 다툼이 반복되자 나는 더 이상 이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고 느꼈다.
밤마다 베개를 적시며 울고 난 뒤 결국 그와의 이별을 결심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허문재가 나를 집으로 초대하며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유연아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내 앞에서 사과했다.
“미안해요, 아름 언니. 언니랑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다 보니 언니가 그렇게 오해하고 마음 상할 줄은 몰랐어요. 나는 그저 문재 오빠를 친오빠처럼만 생각해요. 언니가 그렇게 신경 쓰신다면 앞으로는 언니 앞에서 조심할게요.”
허문재의 어머니도 나를 거들며 말했다.
“아름아, 연아는 아직 어린애야. 마음이 나쁜 게 아니라 철없는 행동을 한 거니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렴. 나도 어릴 때부터 두 아이를 함께 보며, 그들 사이의 경계를 너무 간과한 것 같아 미안해.”
허문재 어머니는 나를 항상 따뜻하게 대해 주셨다.
하지만 유연아가 있는 자리에서는 내가 외부인처럼 느껴지는 걸 어쩔 수 없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허문재가 내게 말했다.
“네가 연아를 싫어하는 거 알아. 그래서 앞으로 너희 둘 마주칠 일 없도록 할게. 우리가 데이트할 때도 방해하지 않도록 신경 쓸 테니까.”
그들은 모두 대범하고 너그러워 보였고, 유일하게 소심하고 집착하는 사람은 나뿐인 것처럼 느껴졌다.
비록 상황이 불편하고 고통스러웠지만 원하는 바를 얻었기에 후회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유연아는 확실히 우리의 데이트를 방해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허문재가 나와 보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다는 것이었다.
약속을 잡아도 갑작스럽게 취소되는 일이 빈번해졌다.
나는 그가 바쁜 업무 때문에 그러는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섭섭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저 몸조심하고 무리하지 말라는 말로 대신했다.
그렇게 참고 참다가 반년 전 유연아의 친구가 내 직장으로 찾아와 내게 소리를 질렀다.
“너 같은 촌뜨기가 뭔데 연아랑 문재 오빠 사이에 끼어들어? 정신 차려!”
그날 이후 나는 알게 되었다.
내가 허문재의 어머니를 간병하며 열이 펄펄 끓는 밤에도 그는 유연아의 곁에서 그녀의 이별 상처를 달래고 있었다는 걸.
내가 회사에서 질책을 받고 괴로워하던 날, 그는 유연아가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동안 그녀의 방을 지키고 있었다는 걸.
...
이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는 결코 귀 얇은 사람이 아니었다. 속이 상하면서도 허문재에게 직접 묻기로 마음먹었다.
그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 내게도 끝을 내릴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그러나 반년간 우리의 만남은 점점 뜸해졌고, 만나도 길게 얘기할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이 지경에 이르렀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지만 허문재는 내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유연아의 졸업식을 위해서.
7일...
꼬박 일주일 동안 그는 한 번도 내 전화를 받지 않았고, 나에게 어떤 메시지도 보내지 않았다.
정말 10년 동안 연애를 한 게 맞을까?
때로는 내가 혼자 망상을 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아니면 왜 내 남자친구가 정말 다른 여자에게만 관심을 쏟고, 나에게는 무관심했던 걸까?
빗물이 온몸을 적셨고, 차가운 감촉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나는 비에 젖은 채 걷고 있었다.
그때 검은색 차가 내 앞에 멈춰 섰고, 문이 열리며 키가 큰 그림자가 우산을 쓰고 내렸다.
허문재였다.
“아름아!”
그가 우산을 들고 나를 불렀다.
나는 물웅덩이를 지나며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차가운 빗물이 신발 속으로 흘러들어오며, 발끝에서부터 심장까지 얼어붙게 했다.
허문재가 성큼성큼 내게 다가와 내 손목을 잡았다.
그는 눈썹을 약간 찡그리며 젖은 내 모습을 살폈다.
우산은 내 쪽으로 기울었고, 그의 몸은 빗물에 젖었다.
그는 몸을 돌려 나를 데려가려 했지만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다시 돌아와 조금 짜증난 목소리로 말했다.
“왜 안 가?”
나는 허문재한테 수십 통의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한마디의 설명도 없이 예전과 같았다.
허문재는 매우 세심한 사람이고, 내 고통을 알아차릴 수 있지만 그는 모두 무시했다.
내가 크게 떠들어도 좋고, 억울함을 참고 소통해도 좋고, 매번 양보하는 건 나다.
양보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허문재는 내 선을 점점 넘어갔다.
내 몸과 마음은 지쳤다.
“허문재 우리... 헤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