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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는 그녀
사립 고등학교로 전학한 첫날. 나는 교실 뒷줄에 아무도 앉지 않는 검붉은 색의 책걸상이 있는데 새 반의 모든 사람이 그 책걸상과 이야기할 수 있다는...
Chương (1)
第1章
사립 고등학교로 전학한 첫날.
나는 교실 뒷줄에 아무도 앉지 않는 검붉은 색의 책걸상이 있는데 새 반의 모든 사람이 그 책걸상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굿모닝.”
“안녕.”
마치 그곳에 누군가 앉아 있는데 나만 볼 수 없는 것 같았다.
제1화
교단에 선 나는 크지 않은 교실의 맨 뒷줄 벽 구석 여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창백한 피부색을 가진 그녀는 검붉은 입술, 정교하고 아름다운 눈썹과 눈을 가지고 있어 청아하고 도도한 한 송이 난초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는 내 시선을 알아차리고는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가 때맞춰 울려 퍼졌다.
“멍하니 뭐해? 인사해야지.”
나는 정신을 차리고 마지못해 웃었다.
“안녕, 난 최아진이라고 해.”
띄엄띄엄 울리는 박수 소리와 함께 담임 선생님은 나더러 그 창백한 여학생 앞에 앉도록 했는데 단짝은 체육반장이라고 했다.
자리에 앉기 전에 나는 그녀의 교과서를 훑어보았는데 위에는 아름다운 글씨로 그녀의 이름이 또박또박 쓰여 있었다.
[진모연.]
자리에 앉자마자 체육반장이 몸을 옆으로 돌려 책을 정리하는 진모연의 손을 덥석 잡았다.
진모연이 그의 손을 뿌리치자 체육반장이 불쾌한 듯 물었다.
“왜, 진모연? 손도 못 만져?”
그는 느끼하게 웃으며 말했다.
“새 친구가 옆에서 보고 있으니 쑥스러워? 너 피부 진짜 미끄럽네. 최아진, 만져볼래?”
주위 친구들은 모두 습관이 된 듯 차가운 눈초리로 힐끔거렸는데 가끔 경멸에 찬 표정도 있었다.
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너 미쳤어? 손 치워.”
체육반장은 어두운 눈빛으로 나를 한참 동안 훑어보았다. 아마도 담임 선생님이 나를 소개하실 때 우리 집이 인주시의 부자라는 것을 언급하신 것이 생각난 듯했다.
백이 강한 나를 건드릴 수 없었던 그는 쯧쯧 하며 한마디 했다.
“재미없어.”
그러고는 일어나 교실을 나갔다.
나는 진모연을 돌아보며 관심 조로 물었다.
“너 괜찮아?”
고개를 젓는 진모연의 속눈썹이 나비 날개처럼 가늘게 떨려 눈 아래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나는 차마 그냥 있을 수 없어 한마디 덧붙였다.
“저 자식이 또 너를 괴롭히면 나에게 말해. 내가 도와줄 테니까.”
고개를 든 그녀의 눈동자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숨어 있는 것 같았는데 의외인 듯하면서도 다 포기한 것 같기도 했다.
반의 책상은 모두 두 사람이 나란히 앉게 붙어있었는데 진모연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녀의 옆자리에는 사람이 앉지 않았고 테이블 색깔도 그녀의 책상보다 진해 보이는 검붉은 색이었다.
검붉은 바탕화면은 누군가 칼로 엉망으로 그어져 있었는데 그 위에 네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더러운 년.]
점심시간이 되자 진모연은 반장과 함께 나갔다가 수업이 막 시작하려 할 때 돌아왔다.
오른쪽 뺨은 약간 붉게 부어올라 나른한 기색이었고 깨끗했던 교복은 흙으로 얼룩져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 그녀에게 물었다.
“괜찮아? 진모연?”
그녀와 함께 들어온 반장이 그 말을 듣고 대꾸했다.
“우리 여우 년이 매력이 너무 많아서 새로 온 학우들이 온 첫날부터 안부를 물어대네?”
반장은 말하며 진모연의 어깨를 툭툭 쳤는데 빨간 매니큐어가 특히 눈에 거슬렸다.
“새로 온 친구도 우리 반의 여우가 마음에 들었어? 그래서 이렇게 감싸고 있는 거야?”
그녀는 진모연의 옆에 서서 손에 든 콜라를 따서 한 모금 마시려고 했다.
콜라는 그녀가 교실로 걸어오면서 흔들렸는데 갑자기 따니 한꺼번에 뿜어져 나왔다.
그 갈색 액체는 대부분 진모연의 더러운 옷에 떨어졌고 일부는 진모연 옆의 검붉은 책상 모서리에 튀었다.
반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수많은 놀란 시선이 그 책상에 꽂혔는데 순간 반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어쩔 바를 몰라 쩔쩔 매더니 깨끗한 소매로 책상 위의 액체를 닦아내며 입속으로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미안해. 진희야. 미안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용서해줘.”
제2화
수업 종이 울리고 나서야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나는 의심스러운 듯이 진모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쟤 왜 저래?”
진모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커다란 두 눈을 멍하니 뜨고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간신히 웃음을 짜냈다.
“최아진, 이 책상 일은 상관하지 마. 나도 상관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걔가 올 거야.”
고등학교 2학년 7반에서 진모연은 괴롭힘의 상대였다.
예쁘고 조용해 세상 물정을 모르는 그녀였지만 특채 생이라 자만심이 강한 학생들로부터 외면받았다.
나는 왜 이 사람들이 반에서 한 사람을 골라 괴롭히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나더러 자신을 내버려 두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 일을 꼭 상관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난초를 진흙에서 끓어내어 다시 새하얀 꽃을 피우고 싶었다.
분필이 칠판에 부딪히는 소리가 멈추더니 선생님은 숙제를 내주며 하교를 알렸다.
창밖의 하늘은 때아니게 어두워졌고 윙윙대는 바람 소리가 창틀을 때리며 창가 쪽 학생들은 빗방울 섞인 찬바람에 얼굴을 맞고 서둘러 창문을 닫았다.
한순간 어둠이 짙어지면서 번개가 구름을 가르고 불이 켜지지 않은 교실을 환하게 비췄다.
반장의 얼굴빛이 크게 변하더니 그녀의 입은 계속 벌리고 뭔가 중얼거렸다. 거리가 너무 멀어서 똑똑히 들을 수 없었지만 입술 모양을 보니 그녀는 분명히 ‘미안해’를 반복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마침내 책가방을 다 챙긴 후 무거운 가방을 메고 교실 밖으로 나갔다.
그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모두 억지로 밝은 미소를 지으며 진모연 옆에 있는 검붉은 색의 책상과 의자로 다가가 인사를 나누었다.
“내일 보자, 구진희.”
“안녕, 진희야.”
...
그들은 마치 임무를 완수하는 듯 줄을 서서 인사를 한 뒤 한 명씩 뒷문으로 교실을 빠져나갔다.
결국 교실에는 나와 진모연 두 사람만 남았다.
불이 켜지지 않고 번개가 번쩍이는 순간 나는 진모연의 표정을 포착했다.
원래도 창백했던 그녀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 보였고 입가에 풍자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입술이 가볍게 열리더니 나지막한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안녕, 구진희.”
‘구진희가 누구지? 다들 누구랑 인사하고 있는 거야?’
그때 천둥소리가 났다.
검붉은 색의 책걸상에 한 여학생이 피투성이가 된 채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앉아 있었다.
순식간에 그 모습이 사라진 걸 보니 환각이라도 생긴 것 같았다.
나는 등골이 시려서 가방을 들고 도망치듯 교실을 뛰쳐나갔다.
다음 날, 점심시간을 틈타 나는 학교의 자료실에 가서 역대 학생들의 사진을 뒤졌다.
1학년 7반 사진에는 어제 본 유령과 꼭 닮은 구진희라는 여학생이 있었다.
그녀는 안경을 쓰고 단정하게 단발머리를 한 평범한 외모였지만 어쩐지 겁먹은 표정이었다.
문서를 관리하는 선생님은 내가 1학년 7반의 사진을 멍하니 보고 있는 것을 보고 앞으로 다가와서 말했다.
“어머, 이 반에 예전에 한 여학생의 성적이 아주 좋았는데 아쉽게도 성적이 커닝한 거래.”
이런 가십에 대해 별로 궁금하지 않았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내 핸드폰을 꺼내서 그 사진을 찍었다.
휴대전화에 찍힌 구진희는 눈가에 피눈물이 흐르고 입가가 갈라지는 등 모습을 보였는데 마치 누군가 칼을 들고 양쪽으로 베는 듯했다.
깜짝 놀라 삭제 버튼을 눌렀지만 아직 삭제하지 못한 채 사진 속의 구진희는 주눅이 든 모습이었다.
나는 요즘 이사하고 전학하느라 피곤해서 환각이 자주 나타난다고 생각하고 반에 돌아갔다. 그후 나는 항상 누군가가 찾아와 그 자리와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진희야, 학교 점심은 맛있어?”
“진희야, 너 이 문제 풀었어? 너무 어려워.”
제3화
...
나는 마음속으로 더욱 의아해 고개를 돌려 진모연에게 물었다.
“진모연, 너 구진희가 누군지 알아?”.
진모는 자기 옆의 책상과 의자를 가리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또 가서 앞에 앉은 남학생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는 의심스러운 듯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야, 다들 자주 와서 부르는 구진희가 대체 누군지 알아? 반에 이런 사람이 없는 것 같은데?”
반이 떠들썩했던지라 나는 그가 내 말을 듣지 못할까 봐 내가 질문을 할 때 일부러 좀 더 크게 물었다.
그러나 반이 잠잠했더니 앞에 앉은 남학생은 창백한 얼굴로 재빨리 고개를 돌려 머리를 끌어안고 중얼거렸다.
“내 잘못이 아니야. 난 몰라. 난 몰라”
반장은 억지로 웃음을 짜내며 큰 소리로 말했다.
“무슨 소리야. 최아진. 진모연 옆에 진희가 있잖아, 안 보여?”
반이 다시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하더니 모두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구진희를 소개했다.
“진희가 얼마나 예뻐. 피부도 희고 눈이 커서 우리 반에서 제일 예뻐! 너 눈치채지 못하다니.”
“그러니까, 최아진, 진희는 우리 반 전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 너도 소홀히 하지 마.”
“진희는 피부도 좋은데 눈썹 모양이 얼마나 예쁜지 버드나무 잎사귀 같아. 진희야, 너 눈썹 그릴 필요 없지?”
“나는 진희의 입술 색이 가장 부러워. 천성적으로 발글스름하잖아. 나를 봐. 색깔이 보기 흉해.”
그들은 늦을세라 서로 앞다투어 말했다.
고개를 돌려보았지만 빈 책걸상이 여전히 그대로였다.
한낮의 햇빛이 가장 밝고 뜨거울 때라 몇 가닥의 햇살이 그 탁자 위에 쏟아져 ‘더러운년’이라는 네 글자를 감쌌다.
진모연은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그들이 묘사한 예쁜 구진희를 닮은 것 같았다.
오후 체육 시간은 두 반을 합친 자유 활동시간이었는데 체육반장은 진모연의 손목을 잡고 기어이 자기와 함께 장비실에 가서 농구공을 가져오자고 했다.
“가자, 진모연. 우리 저번에 창고에서 잘 놀았잖아?”
진모연의 검은 눈동자에 공포가 피어오르더니 체육반장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다.
나는 바쁘게 한 걸음 나아가 진모연의 앞을 막아섰다.
“체육반장, 농구공처럼 가벼운 것을 여학생이 같이 가져와야 해?”
체육반장은 진모연의 손목을 풀고 화를 내며 자리를 떴다.
내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진모연은 깃털처럼 긴 속눈썹을 가볍게 떨며 가볍게 입을 열어 말했다.
“고마워.”
나는 그녀가 다시 업신여김을 당할까 봐 바삐 말했다.
“이런 일은 내가 해결할 수 있어. 진모연, 내게 부담 줄까 걱정하지 말고 일이 있으면 어제든 날 찾아.”
그녀는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가시지 않은 손바닥 자국이 그녀의 얼굴에 유난히 눈에 거슬렸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에는 내가 알 수 없는 많은 감정이 섞여 있었는데 원망, 분노, 그리고 조금의 감동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나서 내게 말했다.
“최아진, 나 잘 지내. 빨리 전학 가.”
내 얼굴에 의심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 그녀는 한 마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네가 오늘 오전에 구진희를 볼 수 없다고 하는 바람에 걔 몸에 있던 자물쇠가 열렸어.”
나는 서둘러 그녀에게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물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미심쩍은 듯 고개를 저으며 화단 쪽으로 가서 앉았다.
옆 반의 남학생은 진모연이 떠나는 것을 보고 급히 다가와 말했다.
“야, 너 새로 왔지?”
그는 농구공을 껴안고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착한 사람 같았다.
나는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조금 다급하게 물었다.
“저기, 우리 반에 구진희라는 여자애가 있다는 것을 알아?”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애써 기억을 더듬었다.
“구진희... 생각났다! 전에 그 커닝했던 여자인데 걔는 왜 물어봐? 새로 전학 온 거 아니었어? 이 사람을 모를 텐데, 이미 죽었거든.”
‘죽었다고?’
그럼 그들은 매일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었단 말인가.
구진희는 존재하지 않는데!
남학생은 나를 보고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져서 손에 들고 있던 개봉하지 않은 콜라를 나에게 건넸다.
“야, 왜 그래, 저혈당이야? 콜라 좀 마셔.”
나는 그의 호의를 거절하고 떨리는 목소리를 자제하려고 노력했다.
“어떻게 죽은 거야?”
“사고로 죽은 것 같은데? 너희 반 애들 말로는 구진희가 진모연처럼 예쁘다고 하던데 이상하네. 이렇게 예쁜 여자를 고1일 때 내가 왜 몰랐지?”
하지만 그는 나에게 다가와 작은 소리로 물었다.
“구진희는 인복이 아주 좋다고 들었어. 죽은 후에도 책걸상을 여전히 반에 기념으로 남겼대. 너희 반에 정말 걔만의 빈 책걸상이 있어?”
있었다. 검붉은 색에 긁힌 자국이 가득한 낡은 탁자와 의자가 말이다..
그때 날씨가 또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