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부인, 그녀가 떠난 이유와 남겨진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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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부인, 그녀가 떠난 이유와 남겨진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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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4일이 되는 날, 나는 하경석에게 이혼을 제기했다. 그는 잠시 의아한 표정을 보였지만, 곧 다시 평소처럼 고상한 표정을 유지했다. “맘대로 해.” 하...

Chương (1)

第1章

1094일이 되는 날, 나는 하경석에게 이혼을 제기했다. 그는 잠시 의아한 표정을 보였지만, 곧 다시 평소처럼 고상한 표정을 유지했다. “맘대로 해.” 하경석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마치 아침 식사에 사용될 우유를 바꿀지 말지를 논의하는 것처럼, 내가 이혼을 제기한 이유조차 묻지 않았다. 1095일이 되는 날,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상하게 하경석과 아이들을 배웅한 뒤 하씨 가문을 완전히 떠났다. 제1화 하경석과 하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내가 심술을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점점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먼저 나를 찾은 건 하경석의 작은아들 하지성이었다. 그는 종일 잔소리를 하던 엄마가 집을 떠난 것에 기뻐하던 아이였다. 그러나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가기로 한 날, 하경석은 아주머니한테 부탁해 수제 쿠키를 준비하는 걸 깜빡하고 말았다. 지성의 친구들은 모두 내가 직접 구운 곰돌이 쿠키를 먹으려고 모였지만, 지성은 마트에서 산 쿠키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제야 엄마인 내가 그렇게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두 번째로 나를 찾은 건 하지훈이었다. 원래 저급한 수단으로 자기 엄마 자리를 차지한 날 싫어하던 지훈은 천둥이 치던 날, 문 옆에 기대앉았을 때 매번 문 너머로 들려오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자 갑자기 두려움에 휩싸였다. 세 번째는 김영미였다. 가정의는 그녀의 혈압이 다시 불안정해졌기에 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김영미는 그제야 장현서가 늘 준비했던 건강식을 보름 넘게 먹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하경석의 이미 결혼한 작은 시누이, 하시영도 하경석에게 언제쯤 나를 데리러 갈 것인지 물어보았다. 그들은 점점 더 자주 하경석의 앞에서 나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누군가는 그에게 남자로서 도량이 넓어야 한다며, 가끔은 고개를 숙이고 아내를 달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충고했다. 결국 김영미는 참지 못하고, 아침 식사자리에서 하경석에게 말했다. “경석아, 네가 자존심이 강하다는 건 알지만 부부 사이에 너무 거리 두면 안 돼. 네가 현서를 데려오지 못하겠다면 내가 대신 가서 이야기하마.” 하경석의 표정은 더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모두 하경석이 자존심 때문에 날 찾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는 내가 떠난 이튿날에 이미 내게 연락을 했었다. 다만 내가 그의 연락처를 차단했기에, 10년 만에 처음 그가 결심하고 내게 건 전화는 더 이상 연결되지 않았다. 이런 생각을 하자 하경석의 얼굴은 더 어두워졌다. 그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말없이 그를 쳐다보던 두 아들에게 시선을 보았다. 기대에 찬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아들들을 보자 그는 갑자기 무력감을 느꼈다. “엄마는 나와 장현서의 일에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럴 수는 없지! 너희에겐 아직 두 아이가 있잖아! 현서는 엄마로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무책임할 수 있어!” 하경석은 처음으로 김영미의 잔소리에 짜증이 났다. “찾을 수 있다면 어디 한 번 찾아보세요!” 하경석은 소리를 지른 뒤 식탁을 나섰다. ‘장현서 때문에 내가 이렇게 감정적으로 변하다니.’ 식탁에 앉은 세 사람은 아무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그때 김영미가 먼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당장 정화해서 돌아올 건지 말 건지 물어봐야겠어!” 하지만 그 핸드폰 너머에서는 기계음만 들려왔다.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두 아이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모두 전화를 걸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이때 하지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여자가 우리 전화를 받지 않을 리가 없어요.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요?” 하경석은 문 손잡이를 잡다가 잠시 멈췄다. 그의 머릿속에는 범죄 현장의 온갖 장면들이 떠올랐다. 갑자기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알렉스, 내 아내가 실종되었으니 경찰에 신고 좀 해줘.” “잠깐만, 먼저 사람 좀 찾아서 몰래 찾아봐. 자료는 나중에 보내줄게.” 하경석은 괴로움에 찬 표정으로 자신의 이마를 누르며 마음을 진정하려고 애썼다. 제2화 나는 하씨 저택을 떠난 뒤, Y시에 발을 들여놓고 작은 옥탑방을 전세 맡았다. 지금 나는 의자에 앉아 여름의 시원한 바람을 즐기고 있었다. Y시는 살기 좋은 데다가, 사계절의 경치가 모두 아름다웠기에 나는 이곳에서 꽃집을 열 계획을 하고 있었다. 예전의 나는 꽃이나 식물 같은 것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하경석의 아내로 살던 3년 동안,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런 것들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되었다. 하경석은 내가 이곳에 정착한 지 사흘째 되는 날 저녁에 찾아왔다. 그는 여전히 차가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보기 드물게 작은 허점을 가지고 있었다. 내 시선은 하경석의 곧 벗겨질 것 같은 소매 단추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를 발견한 하경석은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왜 집에 안 돌아오는 건데?”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갑고 무뚝뚝했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경석, 곧 이혼을 할 사이에 내가 왜 너희 집에서 지내야 하는 거지?” 나는 처음으로 하경석의 화가 난 표정을 보게 되었다. “넌 우리 결혼이 장난 같아 보여?” 나는 그의 태도에 기분이 나빠져 짜증 섞인 표정을 보였다. “1094일이 되는 날에 난 이혼을 요구했고, 너도 동의했잖아. 그새 잊은 거야?” 하경석은 내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엉뚱한 질문을 했다. “방금 1094일이라고 했어?” 그는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 나는 내가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 하씨 집안에서 나를 놓아주지 않을까 봐 그들에게 진실을 말해줄 준비가 되어 있긴 했지만, 우선 지금은 대충 넘어가려고 했다. “하경석, 시간 될 때 나랑 함께 법원에 가자.” 하경석은 잠시 눈살을 찌푸리더니 한참 후에 말했다. “네가 없어서 다들 적응하지 못하고 있어.” 나는 무심한 듯 웃으며 말했다. “곧 적응할 수 있을 거야.” 하경석은 숨을 가볍게 내쉬었다. “엄마의 혈압이 또다시 높아져서 약을 먹어야 돼. 게다가 지훈의 성적이 떨어진 것도 모자라 수업 중에 잠들었다며 선생님한테서 연락이...” 나는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 “하경석, 그건 네 엄마와 아들 일이지, 나와 무슨 상관이야?” 그는 내가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던 건지, 눈썹을 더 찌푸렸다. “장현서, 우리 사이에 오해가 있다면 차라리 빨리 푸는 게 낫지 않을까?” 그 순간, 나는 갑자기 장난스럽게 평소 하경석의 표정을 따라 하며 말했다. “하경석, 내가 왜 너한테 모든 결정을 설명해줘야 해? 어차피 내가 설명해도 넌 이해 못 할 거야. 넌 내 요구를 받아들였고, 우린 각자 필요한 것들을 얻었으니 좋게 헤어지면 그만이잖아?” 하경석의 표정이 또 달라졌다. ‘정말 웃기네. 하경석과 함께한 지 3년이나 지났는데, 이런 모습은 처음이야.’ “그럼 지성은? 지성은 네 친아들이잖아. 네가 낳은 아들도 필요 없다는 거야?” 그 이름을 듣자 내 마음이 저릿하게 아파왔다. 하지성은 장현서가 떠나기 전, 가장 걱정했었던 아이였다. 그러나 친자식이기에 장현서에게 더 상처를 주게 되었다. 네다섯 살 난 어린아이가 순수한 목소리로 내뱉은 말이 떠올랐다. “아빠, 난 나쁜 엄마가 싫어요. 나도 형처럼 미연 아주머니의 아이로 살고 싶어요.” 하씨 가문의 식구들은 모두 하지성이 꺼낸 말을 들었고, 하지훈은 도발적인 표정으로 장현서를 노려봤다. 하경석은 철없는 아이를 혼내고 싶었겠지만, 김영미와 하시영이 그를 막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어린애가 하는 말인데, 뭘 그렇게까지 신경 쓰고 그래?” ‘하지만 어린아이한테 그런 말을 가르친 어른들은 자기가 잘못했다는 걸 알고 있을까?’ 그러나 그 당시 장현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하지성에게 외투를 입혀주고, 서씨 가문에 가져다줄 선물을 하나씩 챙겼다. 그리고 집에 있던 아주머니들과 함께, 그들이 하경석의 전처 집으로 가는 걸 배웅했다. 하지훈의 생일은 매년 친엄마 집에서 보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오직 나만 장현서가 돌아서면서 눈시울을 붉힌 걸 볼 수 있었다. 제3화 이것들을 떠올리자 내 표정도 차가워졌다. “이혼 서류에 분명히 적혀 있잖아. 하씨 집안의 돈, 집, 사람은 모두 필요 없어.” “너...” 내가 갑자기 화를 내자 하경석은 당황해하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겨우 말했다. “장현서, 대체 왜 그러는 거야? 가족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라면 말해야 같이 해결할 수 있을 거 아니야.” “가족?” 나는 그 단어를 되새기며 웃었다. 하경석은 한 번도 날 가족으로 포함한 적이 없었다. 외부에선 나를 자기의 아내라고 밝혔지만, 사실 나는 하씨 집안과는 완전히 별개였다. ‘하씨 가문에서 나는 뭐였을까? 아마도 좀 더 부려먹기 쉬운 아주머니였겠지.’ 김영미, 하지훈, 하지성, 하시영, 심지어 하경석의 전처까지 모두 하씨 가족에 속해 있었지만, 유독 나만이 그 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경석, 내가 정말 네 가족이었던 적은 있었어?” 나는 비꼬듯 웃었다. “내가 기억하기로, 하씨 가문의 식구들은 모두 최소한 HS그룹 3%의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아?” “네 전처와 매제도 모두 가지고 있는 걸, 왜 네 아내인 나한테는 주지 않은 건데? 내 주식은 도대체 언제 줄 건데?” 하경석은 내 말을 듣자 주먹을 쥐었다. 그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늘 보이던 행동이다. “장현서, 너는 회사 일도 잘 모르잖아.” “그래? HS그룹의 주식을 가지려면 HS그룹 이사회에도 참여해야 하는 거야?” 그의 얼굴에 잠깐 당황한 표정이 스쳤다. “장현서, 나는 네가 이런 걸 신경 쓸 줄 몰랐어. 나와 함께 돌아가면, 상의해서 주식을 나눠줄 수 있어.” 나는 비웃듯이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넌 아직도 내 말을 못 알아들었나 보네. 나는 너한테 조건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네 아내로서의 생활이 지긋지긋하다는 걸 말하고 있어.”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 내가 원하는 건, 너와 이혼하고 네 집안사람들이 내 삶에서 사라져 주는 거야!” 하경석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아마도 이렇게 직설적으로 거부당한 적이 없었을 것이다. 그는 차갑게 돌아서며 한 마디를 내뱉었다. “내일 아침 10시, 법원 앞에서 만나.” 하경석은 집에 돌아온 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서재에 들어서려 했다. 하지성은 아직 어리다 보니,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하경석에게 물었다. “아빠, 엄마는 언제 돌아온 대요? 저는 엄마가 학교에 데려다주는 게 좋고, 엄마랑 함께 그림책도 보고 싶어요.” 하지훈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빠, 그 여자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아니죠?” 그는 진작에 방에 들어가 자야 할 세 사람이 아직도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짜증이 났다. ‘다들 그 여자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지만, 그 여자는 하루빨리 이 집에서 벗어나길 바라고 있어.’ 하경석은 입을 열었지만 내일 이혼하기로 한 일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너희 엄마는 잘 지내고 있어. Y시에서 꽃집을 운영하고 있어.” 그는 가장 대답하기 쉬운 큰 아들의 질문을 골라 대답했다. “그럼 빨리 엄마를 데려와요.” 하지성이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하경석은 갑자기 무력감을 느꼈다. 내 태도를 보아선 그와 이혼하기로 마음을 단단히 먹은 게 분명했다. “너희 엄마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내일 법원에서 만나 이혼하기로 했어.” “뭐라고?” 김영미가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무책임할 수 있어? 갑자기 무슨 이혼 타령이야?” “엄마.” 그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일에 신경 쓰지 마세요.” 하경석은 내가 하씨 가문의 식구들을 싫어한다는 걸 떠올리며, 다시 한번 비꼬듯 말했다. “어차피 더러운 수단을 써서 저와 결혼을 한 거였으니, 차라리 잘 된 일이잖아요.” 제4화 김영미는 하경석의 말에 당황한 듯 한참을 망설인 후 말했다. “경석아, 현서가 네 아내로서 그동안 열심히 노력해 왔으니 그 일에 대해선 더 이상 따지지 말거라.” 하경석은 낮에 느꼈던 모욕감 때문에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차라리 이혼하는 편이 나아요. 괜히 두 아이를 잘못 가르칠지도 모르잖아요.” “엄마도 생각해 봐요. 계속 이대로 지내다가, 나중에 지성이가 자기 엄마가 수단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워하겠어요?” 하경석은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김영미가 그를 막았다. “그만해, 경석아. 더 이상 말하지 마.” 김영미가 자기 앞에서 처음으로 장현서를 옹호하는 모습에 하경석은 깜짝 놀라 얼어붙었다. 곧 김영미의 눈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경석아, 사실 내가 일찍 말했어야 했는데... 아이고...” “오늘 너한테 사실대로 이야기하마. 괜히 내 이기적인 마음에 너희 사이를 멀어지게 했던 것 같아.” 김영미는 말하기 어려운 일이라 그런지 잠시 말을 멈추고, 한참을 쉬었다가 다시 말했다. “너는 그동안 현서가 술자리에서 너에게 약을 먹여, 결국 현서와 결혼하게 된 일을 계속 마음에 두고 있었지?” 김영미는 또 아끼던 큰손자, 하지훈을 쳐다보며 말했다. “지훈아, 넌 그 일 때문에 아빠와 엄마가 다시 만나지 못한 거라고 생각한 거지? 그래서 현서가 아무리 너한테 잘해 주고, 예뻐해 줘도 늘 차갑기만 하고 엄마라고 부르지도 않은 거지?” “사실 그 약은 현서가 넣은 게 아니라 내가 넣은 거다. 그건 오해였어. 현서도 피해자였어.” 세 사람은 그 말을 듣고 눈을 크게 뜨며 서로를 쳐다봤다. 하지훈은 몸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느꼈다. 그는 정말 장현서를 미워했다. 지훈은 줄곧 그녀가 하경석에게 약을 먹였기에, 더 이상 완전한 가족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오해라면, 그동안 자신이 장현서에게 했던 행동들은... 지훈은 두려운 마음에 더 이상 생각을 이어갈 수 없었다. 김영미는 계속 말을 이었다. “사실 그 당시 나는 너와 지훈이 엄마를 다시 이어주고 싶었어. 너희들의 이혼은 너무 성급했고, 그 후에도 사이가 괜찮았는데, 너희 둘 다 고집이 세서 내가 좀 도와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그날 술자리에서 내가 약을 준비했는데, 원래 그걸 너와 지훈이 엄마에게 줄 예정이었어. 그런데 실수로 지훈이 엄마가 마셔야 할 술을 현서가 마셨어.” “처음엔 나도 현서가 알고서 일부러 잘못 마신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나중에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가 실수로 술을 잘못 건넨 거라는 걸 알게 되었어.” “그때 현서는 이미 지성을 낳았고, 나는 혹시나 현서가 지훈이를 미워할까 봐 차라리 이 잘못을 현서에게 떠넘기기로 했어. 그럼 적어도 대놓고 지훈이를 미워할 수는 없었을 거야. 그리고 이 사실을 오늘까지 비밀로 했어.” “할머니.” 하지훈은 할머니를 부르는 것마저 힘겨웠다. 그는 목을 쭉 빼고 마지막까지 자존심을 세우며 말했다. “그럼 왜 그 여자는 해명하지 않았어요? 왜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수년간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쓴 거예요?” “해명했었지만 우리가 믿어주지 않았던 거야.” 하경석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는 갑자기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 한 번은 술을 마시고 장현서 위에 누웠을 때, 장현서가 그를 밀어내며 말했었다. “싫어요.” 그날 밖에서 불쾌한 일이 있었기에 기분이 안 좋았던 경석은, 장현서가 거부하자 무심코 말했다. “언제는 내 침대에 오르려고 수단을 가리지 않더니, 왜 갑자기 내숭을 떠는 거야?” 그 말을 듣자 현서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말했다. “내가 널 좋아하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한 번도 더러운 수단을 쓴 적은 없었고, 너와 잠자리를 가질 생각도 없었어.” 그러나 하경석은 비웃으며, 계속해서 하던 걸 이어갔다. 그때 하경석은 장현서를 믿지 않았고, 그녀의 말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씨 집안의 모든 사람들은 여태껏 장현서를 죄인으로 취급하고 비열한 사람으로 낙인찍었다. 오직 하지성만이 순진하게 묻고 있었다. “할머니, 그럼 엄마는 형 엄마와 아빠의 관계를 방해하지 않은 거예요? 엄마가 첩이 아니란 말이에요?” 하지훈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어린 동생을 안았다. “지성아, 형이 예전에 했던 말들은 물론, 우리가 들었던 말들은 모두 거짓말이었어. 할머니, 작은고모, 아빠와 형이 모두 너한테 거짓말을 한 거였어.” “네 엄마는 첩도 아니고, 나쁜 사람도 아니야. 엄마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하지훈은 목이 메어서 한마디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