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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은 다음에야 후회하는 남편
“아빠, 언제 와요? 엄마가 침대에서 움직이질 않아요.” 아들은 조승연에게 전화하며 숨넘어갈 듯이 울고 있었다. “안 일어나면 흔들어서 깨워, 일도...
Chương (1)
第1章
“아빠, 언제 와요? 엄마가 침대에서 움직이질 않아요.”
아들은 조승연에게 전화하며 숨넘어갈 듯이 울고 있었다.
“안 일어나면 흔들어서 깨워, 일도 안 하면서 매일 돼지처럼 잠만 자는 거야 뭐야.”
“나 일해야 하니까 무슨 일 있으면 나 귀찮게 하지 말고 엄마한테 말해.”
비서와 사랑놀음 중이던 조승연에게 나를 상대해줄 시간 따위는 없었다.
제 할 말만 마치고 전화를 끊어버린 그는 아들이 전화할 때 내가 이미 죽었을 거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살아있을 때는 그렇게 매정하던 그는 내가 죽은 뒤에야 도리어 내 사진을 끌어안고 가지 말라고 울었다.
제1화
심장에서 전해지던 고통이 점점 심해지자 나는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다.
“엄마, 왜 그래요?”
하지만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힘들어하는 나를 보고 걱정스레 묻는 아들의 모습에 나는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손을 뻗어 아이의 머리라도 쓰다듬어주려 했지만 몸이 내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았고 뻗었던 손은 아들에게 닿지도 못한 채 아래로 떨구어졌다.
그런 나를 본 아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 왜 그러는 거예요... 나 두고 가면 안 돼요, 죽으면 안 돼요 엄마...”
아이의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머리가 울려왔고 심장이 점점 옥죄어드는 것 같아 나는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짜 내며 말했다.
“아가... 얼른 아빠한테 전화해.”
아직 세 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는 내 상태가 어떤 건지도 정확히 몰랐기에 나는 그를 통해 남편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띄엄띄엄 말하는 내 말을 용케 알아들은 세훈이는 눈물을 닦으며 거실로 나가더니 내 핸드폰을 들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그걸 내 얼굴에 들이밀며 잠금을 해제했다.
의식이 점점 흐려져 가고 있던 나의 몸은 빈껍데기 안에 갇혀버린 것처럼 조금도 움직여지지 않았다.
여기서 내가 믿을 거라고는 아들밖에 없었지만 아직 어린아이가 119에 신고하는 건 불가능했기에 나는 그저 그가 아빠에게만 연락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조승연의 번호를 긴급연락처로 설정해둔 덕분에 세훈이는 화면에 있는 바로 가기 버튼을 눌러 바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통했지만 받는 이가 없어 한동안 수신음만 들리다가 결국 여자의 안내 멘트가 흘러나왔다.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뭔지도 몰랐던 세훈이는 반복해서 아빠를 찾아댔고 희망이 사라진 나의 눈앞도 서서히 어두워졌다.
할아버지도 집안의 유전병인 심장병으로 돌아가셔서 어릴 때부터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심장을 유독 더 살피며 신경을 써왔건만 나는 결국 이렇게 생각지도 못했던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뜨게 되었다.
제2화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침대에 누워있는 나 자신과 아빠와 통화가 될 때까지 바로 가기 버튼을 누르는 아이를 보았다.
하지만 조승연은 거칠게 전화를 내려놓았고 계속 자신의 비서와 야릇한 분위기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오늘은 나랑 있어 준다고 했잖아요, 집에 있는 그 여자 생각은 좀 그만해요.”
“오늘은 내가 당신 가질래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낯뜨거운 소리에 나는 가여운 내 신세를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조승연과 결혼한 뒤 가정주부로 전락한 나는 매일 집안일과 육아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그는 내가 출근도 안 하고 집에서 호강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죽어가는 아내를 두고 다른 여자랑 침대 위로 기어 올라가고 있는 거겠지.
“나는 한 번도 쉰 적이 없어. 나는 매일 일만 했다고. 그러다가 이렇게 죽게 생겼어.”
나는 당장이라도 해명하고 싶었지만 내가 아무리 큰 소리로 말한다 해도 그의 귀에는 절대 들리지 않을 것이다.
결국 조승연은 전화를 끊어버렸고 연결이 끊긴 핸드폰을 붙잡고 있던 세훈이는 내 팔을 자신의 몸에 가져다 대고 있었다.
그러면 내가 자기 옆에 계속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건지 세 살 아이다운 순진무구한 행동에 나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아직 세 살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죽어버려서 우리 세훈이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나한테 무관심하던 남편이 아이라고 잘 챙기기는 할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나는 눈을 감는 아이의 옆에 앉아 자장가를 불러주다가 아이의 호흡이 고르게 변할 때쯤 침대에 누운 내 옆으로 다가가 내 볼을 만져보았다.
매일 집안일을 하느라 손도 많이 거칠어져 있었고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가득했다.
나는 오늘에서야 조승연이 비서와 진작부터 붙어먹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오늘도 그는 다른 여자를 품느라고 나를 살릴 기회도 날려버린 것이다.
나는 문득 내가 죽은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가 과연 눈물을 보일지가 궁금해졌다.
단 한 방울이라도 좋은데, 과연 나를 위해 울어줄까.
제3화
“엄마, 눈 좀 떠봐요! 나 너무 무섭단 말이에요.”
눈을 뜨고 캄캄해진 집안을 둘러보던 세훈이는 내 몸을 흔들며 나를 깨우려 했다.
그 목소리에 나는 다급히 달려가 아이를 껴안으려 했지만 내 손은 아이의 몸을 관통하며 지나가 버려 그에게 닿을 수조차 없었다.
“엄마, 나 어두운 거 무서워하는데... 불 켜줘요...”
아무리 말해봐도 내가 움직이지 않자 아이는 침대에 주저앉아 큰 소리로 울어대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자신이 이렇게 울면 내가 뭐든지 들어주니까 오늘도 그런 것 같은데 지금의 나는 아이가 목이 다 쉴 때까지 울어도 뭐 하나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별다른 수가 없게 된 세훈이는 결국 알아서 불을 켠 뒤, 나를 한 번 보더니 주방으로 들어가 먹을 만한 것들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아이가 어릴 때부터 치아가 안 좋아서 간식을 사두지 않았던 터라 주방에는 조금의 과일밖에 없었다.
냉장고를 한참 뒤지던 세훈이는 결국 사과 하나는 씻어서 방안으로 들고 들어가더니 내 입가에 가져다 댔다.
“엄마, 배고프죠? 내가 사과 씻어왔는데 얼른 먹어봐요!”
하지만 내가 계속 아무 반응도 안 해주가 실망한 아이는 내 옆에 누운 채 다리 하나를 내 몸 위로 올렸다.
“엄마, 힘들어서 그런 거죠? 내가 시끄럽게 안 굴 테니까 오늘은 푹 자고 내일 다시 나랑 놀아줘요.”
말을 마치고 내 볼에 뽀뽀를 하며 손가락까지 거는 아이를 보자 나는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아가, 네가 귀찮아서 그런 게 아니고 엄마는 이제 다시는 너랑 못 놀아줘...”
다시 잠에 든 세훈이는 다음 날 아침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온 집안에 울려 퍼질 때가 돼서야 눈을 떴다.
깜짝 놀라서 내 품속을 파고들려던 아이는 내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떠올리고는 바로 달려나가 아빠를 찾았다.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네 엄마는 시간이 몇 신데 아직도 자는 거야, 밥도 안 하고.”
조승연은 들어오자마자 나를 욕하며 주방으로 들어가 우유를 꺼내 마셨다.
“아빠, 엄마가 방에서 꼼짝을 안 해요. 나 너무 배고픈데 계란후라이 해줘요.”
세훈이가 손을 움직이며 조승연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려 하자 나는 옆에서 아이를 응원했다.
“세훈아, 얼른 아빠더러 들어가 보라고 해.”
조승연이 방안에만 들어가 보면 내가 죽었다는 걸 알 테고 그럼 아이는 더 이상 배고프지 않아도 될 것이기에 응원한 건데 조승연은 그 작은 아이의 손도 뿌리치며 짜증을 냈다.
“배고프면 엄마 부르라니까. 아빠 자야 해, 피곤해.”
“아 한청아 진짜... 아침부터 애를 맨발로 돌아다니게 하면 어쩌자는 거야. 이러다 애 배탈 날 걱정은 안 하는 거야?”
입으로는 내 욕을 하면서도 조승연은 결국 세훈이에게 이끌려 방으로 향했다.
나는 숨을 참은 채 그의 발자국을 세고 있었다.
한 발, 두 발, 세 발.
곧 그도 내 죽음을 알게 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