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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소꿉친구, 이번 생은 당신 뜻대로
누군가 탄 독약에 아들이 쓰러졌다. 세상에서 이 아이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멀리 천리 밖에 있는 신의곡의 노곡주뿐이다. 남편은 하루에 천 리를 달...
Chương (1)
第1章
누군가 탄 독약에 아들이 쓰러졌다. 세상에서 이 아이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멀리 천리 밖에 있는 신의곡의 노곡주뿐이다.
남편은 하루에 천 리를 달릴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하녀를 보내 남편을 찾지 않고, 직접 마차를 몰아 천 리 밖 신의곡으로 향했다.
전생에 내가 무릎을 꿇고 돌아올 것을 간청하자, 남편은 아들을 데리고 신의곡으로 갔다.
그때 궁에서 소식이 전해졌다. 냉궁에 불이 나서 남편의 연인이 불길에 휩싸여 타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남편은 집을 나간 지 반년이나 되었지만, 돌아왔을 때는 평소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황제의 생일날, 남편은 군대를 이끌고 황궁을 피로 물들였다.
그리고 나를 붙잡아 온몸의 피부를 벗겨낸 뒤 불에 태웠다.
“네가 그 자식을 구하려고 나를 집으로 불러들이지 않았다면, 나는 궁에 남았을 것이고 내 연인 유희도 불에 타 죽지 않았겠지. 너희 모두 유희를 죽인 살인자야. 황족 모두 유희와 함께 저승으로 보내주겠어!”
다시 눈을 뜨자, 나는 아들의 독이 발작하던 바로 그날로 돌아와 있었다.
이번 생에는 남편의 소원대로 연인 곁에 남아 있게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남편은 눈물을 흘리며 내게 용서를 빌었다.
제1화
“안영공주님. 노곡주께서는 현재 폐관 중이십니다. 부디 돌아가 주시지요.”
신의곡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진태휘에게 막혔다.
진태휘는 남편 진태현의 친동생이자, 신의곡의 소곡주였다.
이번 생에 다시 태어나자, 나는 가장 먼저 아들을 데리고 말을 몰아 천 리 밖 신의곡까지 달려왔다.
하지만 진태휘는 하녀의 품에 안긴 아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차갑게 나를 돌려보내려 했다.
그 말을 듣자, 내 몸종 하란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노곡주께서는 여름에만 폐관하시잖아요. 게다가 이틀 뒤면 곡주님 자당의 생신이신 동지인데, 매년 직접 장수면을 준비하시는 노곡주께서 지금 폐관하셨을 리가 없어요!”
하란은 예전에 나와 함께 신의곡에서 3년을 지냈기에 진태휘의 거짓말을 단숨에 간파해냈다.
진태휘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노곡주께서 폐관하시는 기일을 네가 결정할 수 있어?”
진태휘의 압박에도 하란은 전혀 위축되지 않고 단호하게 맞섰다.
“설령 폐관 중이시더라도 노곡주께서 나오실 방법은 있을 겁니다. 노곡주께서는 천하를 품으신 분이신 데다가, 도련님을 얼마나 아끼시는지 잘 아시잖아요. 도련님께서 독에 중독되어 이렇게 위독한 걸 아신다면, 반드시 나오실 겁니다.”
진태휘는 하란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며 꾸짖었다.
“건방진 것! 천한 하녀 주제에 감히 내게 그런 말을 하다니!”
그러나 하란은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
“소곡주, 사람이 죽어가는 걸 외면하면서도 과연 세상을 구제하는 명의라 할 수 있습니까?”
진태휘는 미동도 없이 냉정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사람 목숨을 외면하다니? 내가 보기에 너희 도련님은 전혀 독에 중독된 것 같지도 않아. 신의곡은 신의곡만의 규율이 있어. 아무나 온다고 무조건 구해주는 곳이 아니야.”
그렇게 말한 뒤, 진태휘는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힐끗 보면서 말했다.
“안영공주님, 형님의 체면을 봐서 참아드렸지만, 신의곡은 조정에 예속된 곳이 아닙니다. 더 이상 여기서 무리하게 소란을 피우신다면, 사람을 시켜 산 아래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진태휘의 명령이 떨어지자, 신의곡 안에서 수십 명의 무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내 주변의 시위들도 즉시 칼을 뽑아 대치하면서 일순간에 긴장감이 팽팽하게 감돌았다.
무사들 중 몇몇은 얼굴을 아는 자들이었다. 그들의 시선에는 혐오감이 서려 있었다.
“안영공주님, 노곡주께서 과거 공주님의 목숨을 구해 주셨는데, 도리어 곡주님의 수행을 방해하시다니 정말 너무하시는군요”
“신의곡은 황실에서 위세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쫓아내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중에 하녀의 품에 안겨 있던 아들이 희미하게 눈을 떴다.
아들의 입술은 창백했고,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어머니... 저 너무 힘들어요... 제발 좀 살려주세요...”
그 약한 목소리는 마치 망치로 내 심장을 두드리는 듯했다.
나는 이를 악물고 진태휘 앞에 자세를 낮췄다.
“소곡주, 내 아들은 단순한 독에 중독된 것이 아닙니다. 아들은 만독의 왕이라 불리는 ‘금잠고독’에 중독되었습니다. 소곡주도 알고 계실 겁니다. 이 세상에서 오직 노곡주만 이 독을 해독할 수 있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노곡주께 한 번만 말씀을 전해주세요.”
내가 너무 낮은 자세를 취하자 진태휘는 잠시 멍해졌다.
그러나 곧 비웃으며 대꾸했다.
“공주님의 연기는 정말 일품이군요, 하지만 고서에서 그 독에 대해 읽으시면서 그 책의 제목은 읽어보지 않으셨습니까? 금잠고독은 소설 속에서나 등장하는 허황된 독입니다. 실재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설령 존재한다 해도 남서쪽 밀림에나 있을 겁니다. 그런 독약은 삼 일 이상 약효가 지속되지 않습니다. 남서쪽에서 경도까지는 빠른 말로 달려도 석 달이 걸리는 거리입니다.”
진태휘의 눈빛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
“원래는 형님이 전서구로 보낸 소식을 믿지 않았습니다만, 지금 보니 공주님은 정말 질투 때문에 이렇게 거짓말을 만들어내고 있군요. 자신의 아이까지 이렇게 만들다니 공주님께 양심은 조금도 없는 겁니까?”
그의 말은 마치 내 머리를 망치로 내려치는 듯한 충격을 주었다.
다시 한번 환생하면서 남편을 찾지 않았지만, 나는 여전히 남편은 내가 신의곡에 들어가는 걸 방해하고 있었다.
진태현은 이렇게 몰인정하게 전서구를 이용해서 이미 신의곡의 사람들에게 내 행동을 알렸던 것이다.
그의 냉혹한 태도에 몸서리가 쳐졌다.
아들이 고통스럽게 신음하면서 나를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신의곡의 소곡주인 진태휘의 명령 없이는 내가 신의곡에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렇게 생각한 나는 망설임 없이 그 자리에서 진태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제2화
금잠고독에 중독되면, 닷새 안에 해독하지 않으면 반드시 목숨을 잃게 된다.
그리고 이 독을 해독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신의곡의 노곡주뿐이다.
도성에서 깊은 산중에 있는 신의곡까지는 천 리 길이다.
아무리 빠른 마차를 이용해도 최소 엿새는 걸리는 거리다.
전생에 아들이 독에 중독된 첫날, 나는 궁에서 당직 중인 남편을 찾아갔다.
그의 경공은 천하제일로, 하루에 천 리를 달릴 수 있었다.
내가 머리를 조아리며 간절히 애원한 끝에, 남편은 마침내 아들을 데리고 신의곡에 가서 해독하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남편이 신의곡으로 가는 중에 냉궁에서 불이 나서, 강유희는 구출되지 못하고 불에 타 죽었다.
남편은 전서구의 전갈을 받자, 아들을 진태휘에게 맡긴 뒤 곧바로 말을 달려 황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강유희의 시신을 수습한 뒤 홀연히 사라졌다.
반년 뒤, 아들이 완쾌되어 도성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남편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겉모습은 전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매일 궁에서 당직을 섰고, 집에 돌아와서는 아들에게 무예를 가르쳤다.
다만, 그 이후 강유희의 이름은 단 한 번도 남편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나는 강유희의 죽음이 그렇게 지나갔고 남편이 결국 나와 함께 평생을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게 되었다고 믿었다.
그러나 황제인 오빠의 생일 연회에서, 남편은 술에 독을 타고 반란을 일으켰다.
그날 황궁은 시체로 가득 찼고, 피가 강처럼 흘렀다.
진태현은 모든 사람에게는 신속한 죽음을 주었지만, 나만큼은 의식을 잃지 않게 만들었다.
내 피부를 생으로 벗겨낸 뒤, 여전히 정신이 남아 있는 나를 불 위에서 구웠다.
그는 눈에 증오를 담아 이렇게 말했다.
“안영, 너는 절대 강유희를 죽게 두지 말았어야 했고, 나를 도성 밖으로 떠나게 할 계략을 꾸미지도 말았어야 했어. 이 모든 건 너의 잘못이야.”
“안영, 내가 여러 번 경고하지 않았어? 나와 강유희는 단지 오누이의 감정 말고 다른 감정은 없다고 말이야. 그런데도 너는 강유희를 냉궁으로 몰아넣고 결국 아이를 낳을 수 없는 폐인으로 만들었지. 너는 끝내 유희를 죽음으로 몰아넣어야 속이 시원했어? 네가 손에 황권을 쥐었다고 해서, 사람의 생명을 제멋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내가 오늘 유희가 겪었던 고통을 수백 배 되갚아 주겠어.”
불길 속에서 몸이 서서히 타들어가는 감각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짐승처럼 막대기에 묶인 채 불 위에서 구워졌던 그 치욕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 속을 파고들었다.
그 고통과 분노가 내 머릿속에서 폭발하듯 퍼져 나갔다.
이번 생에서 나는 아들이 독에 중독된 첫날 밤낮없이 달려 신의곡에 도착했다.
그러나 신의곡까지 닿는 데 닷새가 걸렸고, 오늘 밤까지 노곡주가 나오지 않는다면, 아들은 목숨을 잃고 말 것이다.
사랑하는 아들의 얼굴을 떠올리자, 더 이상 체면이나 예의를 따질 여유가 없었다.
“소곡주, 진 신의, 부탁드립니다. 제발 성직이를 살려주세요. 성직이는 정말 금잠고독에 중독되었습니다. 제 체면을 보지 않더라도 성직이가 소곡주를 숙부라고 부르지 않았습니까? 성직이를 봐서라도 제발 노곡주께 말씀을 전해주세요.”
나는 머리를 깊이 조아리며 간절히 부탁했다.
곁에 있던 하란이 놀라서 소리쳤다.
“공주님, 존귀하신 신분으로 어떻게 이렇게 무릎을 꿇으십니까!”
하란도 울면서 나와 함께 무릎을 꿇었다.
“진 신의님, 제발 저희 도련님을 살려주세요!”
뒤에 있던 시위들마저 놀라서 모두 따라서 무릎을 꿇었다.
주변에 있던 나를 아는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보자 측은한 마음이 일기 시작했다.
“소곡주, 안영공주님의 인품은 우리도 잘 알고 있습니다. 소곡주의 말처럼 그런 사람은 아닐 겁니다. 우선 공주님을 안으로 들어오시게 하는 것이 어떨까요?”
“됐어!”
그러나 주변의 권유가 오히려 진태휘의 더 큰 분노를 자아냈다.
진태휘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너희들이 뭘 안다고 나서는 겁니까? 저 여자는 연기에 능하고 황권을 이용해 사람을 억누르는 데 능한 사람이야. 만약 황제가 우리 형님의 연인을 후궁으로 삼지 않고 저 여자를 형님과 억지로 결혼하게 하지 않았다면, 형님은 이미 연인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 거야!”
진태휘는 얼굴에 혐오감을 드러내며 덧붙였다.
“황궁에서 온 이 여자는 수단도 대단하지. 아이가 나쁜 놈의 독에 중독됐다고 말하지만, 십중팔구 자기가 직접 아이에게 독을 먹였을 거야.”
순간 주위의 분위기가 얼어붙었고, 아무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진태휘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진태휘가 지금도 내가 황권을 이용해서 진태현과의 혼인을 강요했다고 믿고 있을 줄이야.’
‘어쩐지 우리가 혼인하던 날 진씨 가문 사람들이 단 한 명도 오지 않았더라니.’
그러나 깊은 생각에 빠질 새도 없이 하란이 비명을 질렀다.
“공주님! 도련님이 숨을 안 쉬세요!”
제3화
나는 벌떡 일어섰다.
하란의 품에 안긴 아들은 손이 바닥에 닿은 채 축 늘어져 있었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나는 급히 아들의 맥을 짚었다. 맥박이 너무나 희미해서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하란에게 아들을 땅에 눕혀 놓고 상자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상자에서 침을 꺼내 아들의 혈 자리를 막았다.
고개를 돌린 하란이 주변 사람들에게 무릎을 꿇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여러 신의님들, 신의곡에 계신 분들 모두 선량하신 분들로 알고 있습니다. 신의곡에는 나쁜 사람이 없고, 여러분 모두 정말 좋으신 분들이십니다! 도련님이 황족이라 해도 역시 한 사람의 목숨입니다. 여러분은 온갖 사람들도 다 치료해 주시면서, 우리 도련님이 죽는 건 빤히 지켜보시기만 할 겁니까?”
그들 모두 신의곡에 살고 있어서 많든 적든 어느 정도 의술을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들 역시 내 아들의 안색이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아차렸다.
누군가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노곡주를 부르러 가려 했지만, 진태휘가 이를 가로막았다.
“내 허락 없이는 감히 노곡주님을 방해할 수 없어.”
그 사람은 순간 주춤하면서 망설이게 되었다.
아무도 감히 진태휘의 명령을 거스르지 못했다.
내가 아들의 피를 조금 뽑아내자, 아들이 천천히 눈을 떴다.
아들이 처음 한 말이 내 가슴을 찢어 놓았다.
“어머니, 저는... 죽는 건가요?”
나는 비통한 마음으로 아들을 꼭 끌어안았다.
“그렇지 않아, 성직아. 애미가 널 살릴 거야. 애미가 너를 절대 죽게 두지 않을 거야.”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인 아들이 구원을 청하듯이 진태휘를 바라보았다.
“숙부님, 제가 뭘 잘못했나요? 숙부님을 화나게 했다면, 제가 나은 뒤 바로 사과드릴게요. 제발 저를 좀 살려주세요... 전 죽고 싶지 않아요.”
아들의 살고자 하는 절실한 목소리에 주변 사람들 모두 입을 열지 못했다.
마침내 누군가 용기를 내어 진태휘에게 말했다.
“소곡주님, 이건 너무 지나치십니다. 설사 치료를 거절하시더라도 일단 진찰을 한 뒤에 결정하셔야죠.”
“그렇습니다! 소곡주님, 저 아이의 피가 검게 나오는 걸 보셨잖아요. 척 봐도 중독된 게 분명합니다!”
아들의 절박함에 마음이 움직인 사람들이 하나둘씩 진태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태휘는 여전히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안영공주님, 당신이 다른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나를 속일 순 없습니다. 당신이 신의곡에서 지낸 세월이 몇 년인데, 아이 피를 변색시키는 독을 사용하는 건 식은 죽 먹기 아니겠어요? 연기는 참 잘하시는군요. 역시 우리 형님이 당신한테 홀릴 만합니다.”
그 말에 분노가 치밀어 올라서 나도 참을 수가 없었다.
“진태휘, 당신은 계속 나를 모욕하고 중상모략하고 있군요. 내가 참았지만, 당신은 어떻게 내 아이의 말도 믿지 않고, 아무 증거 없이 그런 결론을 내릴 수 있나요? 당신네 진씨 가문은 그런 식으로 일을 하라고 가르쳤습니까?”
주변 사람들마저 그의 말에 분개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소곡주님, 왜 그렇게 잔인한 말로 어머니의 마음을 후벼 파십니까? 모든 일에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설사 저 여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먼저 맥부터 짚어 보셔야 합니다.”
“안영공주님은 황족입니다. 황실의 체면이 가장 큰 법인데 그런 체면도 내려놓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는 공주님의 말을 믿습니다!”
“저도 믿습니다!”
그들의 마음속에 양심이 깨어난 듯, 하나둘씩 진태휘와 대립하기 시작했다.
냉소를 거둔 진태휘기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망설이던 진태휘가 아들의 맥을 짚으려던 바로 그 순간, 한 마리의 비둘기가 날아왔다.
전서구의 편지를 읽은 진태휘의 표정이 다시 차가워졌다.
“공주님, 형님이 전에 두 가지를 편지로 알려왔습니다. 하나는 공주님이 아이를 데리고 이곳에 와서 거짓으로 병을 꾸밀 거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황궁에 화재가 날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지금 화재가 이미 현실이 되었으니, 공주님의 얘기는 거짓임이 틀림없습니다. 더 이상 여기서 소란을 피우지 말고 어서 떠나세요. 신의곡과 황실의 사람이 충돌하게 된다면, 그 책임은 모두 공주님이 져야 할 것입니다.”
그 말은 나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다.
어찌 할 바를 몰라 당황하고 있을 때, 문 뒤에서 흰 옷을 입은 사람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나는 구원의 손길을 본 듯 그에게 달려가 다시 무릎을 꿇었다.
“노곡주님, 드디어 나오셨군요. 성직이가 독에 중독되었습니다. 오직 곡주님만 성직이를 살릴 수 있습니다. 제발 아들을 구해주세요!”
내 말을 들은 노곡주의 표정이 순식간에 심각해졌다.
서둘러 손을 뻗어 아들의 맥을 짚었다.
진태휘도 서둘러 다가와서 말했다.
“스승님, 왜 나오셨습니까? 스승님의 수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곧 이들을 내보내겠습니다.”
그는 내 손목을 잡고 끌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진태휘가 걸음을 떼기도 전에, 노곡주가 진태휘를 발로 걷어차면서 소리쳤다.
“이 나쁜 놈! 아이가 금잠고독에 중독되었는데 너는 진찰도 하지 않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