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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 향에 묻힌 약속
내가 임신한 지 5개월째, 한지용은 임신한 지 8개월 된 채 이혼 준비 중인 그의 첫사랑을 데려왔다. 나는 임산부는 서로 영향을 줄 수 있어 아이에게도 ...
Chương (1)
第1章
내가 임신한 지 5개월째, 한지용은 임신한 지 8개월 된 채 이혼 준비 중인 그의 첫사랑을 데려왔다.
나는 임산부는 서로 영향을 줄 수 있어 아이에게도 좋지 않다며 지용에게 에둘러 말했다.
하지만 지용은 오히려 물잔을 깨부수고 혐오하는 듯 말했다.
“시우는 지금 이혼 때문에 마음이 침울한 상태이고 의지할 사람은 나뿐이야! 그런데 꼭 사람을 사경으로 몰아야 해?”
난 메스껍고 구역질이 나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고 몸 상태는 점점 나빠졌다.
지용은 연시우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집에 백합을 잔뜩 진열해 놓았다.
하지만 지용은 내가 백합에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잊었고 심지어 나를 방에 가두었다.
“냄새를 맡지 않으면 더 이상 알레르기는 안 생기겠지!”
난 피가 끊임없이 흘렀고 미친 듯이 지용에게 전화를 걸어 나와 아이를 구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지용은 난 아직 달수가 작으니 절대 문제가 생기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렇게 난 태동이 멈추고 나서야 단념할 수 있었다.
이때 지용이 허둥지둥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제1화
임신한 지 5개월째, 함께 산전검사를 하러 간 날이었다.
남편 한지용은 전화를 받더니 나를 버리고 임신한 지 8개월째에 이혼 준비 중인 그의 첫사랑을 만나러 갔다.
의사는 어안이 벙벙하여 지용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더니 나를 떠보았다.
그리고 난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괜찮습니다. 전 혼자서도 됩니다.”
지용이 무엇을 하고 있던 시우의 연락이면 그는 항상 달려가곤 했다.
어차피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 시우는 지용이 나를 위해 특별히 골라주었던 쿠션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내 남편 지용은 시우에게 사과를 먹여주고 있었다.
내가 돌아온 것을 발견한 지용은 마치 무엇에 데인 것처럼 바로 접시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얼른 마중 나와 내 허리를 부여잡으며 물었다.
“왜 벌써 돌아온 거야? 의사가 진찰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어?”
난 지용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진찰 끝났어. 전화 걸었는데 당신이 한 통도 안 받은 거야.”
순간 지용은 잠시 멈칫하더니 핸드폰을 꺼내 수십 통의 전화와 문자를 확인하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시우가 핸드폰이 시끄럽다고 해서 무음으로 설정해 뒀어.”
난 눈을 떨구고 알겠다고 했다.
혼자 시내에서 돌아오니 너무 피곤했던 난 지금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쉬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데 시우가 갑자기 다가와 내 손을 잡으며 위선적으로 물었다.
“다은 씨, 혹시 화난 거예요?”
난 눈살을 찌푸렸다.
“제가 왜 화가 나죠? 설마 당신이 저에게 미안할 짓이라도 한 건가요?”
이에 시우가 대답할 틈도 없이 지용이 끼어들어 호통을 치며 내 말을 끊었다.
“닥쳐! 너 대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한편 시우는 여전히 부드럽고 상냥한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괜찮아, 아마 임신 중이라 화가 많아진 것일 거야. 난 곧 출산 임박이라 이해할 수 있어.”
시우는 매우 억울해 보였다.
전에 자신이 좋아했던 사람이 억울함을 당하는 것처럼 보이자 지용이 위로했다.
“내가 있으니 넌 영원히 스스로를 억울하게 만들 필요 없어.”
말이 끝나자 지용은 시우를 뒤에 숨기며 보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딱딱한 말투로 나에게 통보했다.
“솔직하게 말할게. 시우는 지금 이혼 중이라는 거 너도 알 거야. 그러니 난 한동안 시우를 우리 집에 머물게 할 생각이야.”
순간 난 멍해졌다.
나는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고 심지어 지용이 시우를 위해 그녀의 남편과 싸우는 장면까지도 상상했었다.
하지만 지용이 시우를 우리 집에 끌어들일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나는 몸이 떨려왔지만 의사의 당부가 생각나 겨우 스스로를 진정시키고 담담하게 지용에게 말했다.
“임산부는 함께 있으면 서로 영향을 줄 수도 있어. 그러니 시우 씨에겐 새집을 구해줘.”
그런데 내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시우가 갑자기 울면서 사과를 했다.
“미안해요. 제가 두 사람에게 폐를 끼쳤다는 거 알아요. 제가 지금 바로 떠날게요!”
말이 끝나자 시우는 몸을 돌려 뛰쳐나갔다.
그리고 지용은 시우를 잡지 못했다.
쫓아가기 전, 지용은 이를 악물고 나에게 윽박질렀다.
“참지 못하겠다면 네가 나가서 살아! 밖이 그렇게 어지러운데 만약 시우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너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탕-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에 벽까지 흔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배가 살살 아파왔다.
심지어 평소 입덧을 잘 하지 않던 난 갑자기 허리를 굽히고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제2화
지용은 다시 시우를 데려왔고 그녀를 곧 태어날 내 아이의 방에 안배했다.
난 지용이 바쁘게 돌아치는 모습을 보면서 속이 또다시 메스꺼워졌다.
밤이 되어 지용이 마침내 돌아왔다.
지용은 부드럽게 뒤에서 나를 껴안았고 말투에는 다소 미안함이 묻어났다.
“오전의 일은 내가 잘못했어. 화내지 마, 응? 아이한테 안 좋아.”
난 미간을 찌푸리고 토하고 싶은 걸 겨우 참았다.
아마 내가 계속 말이 없자 지용이 이상한 낌새를 느낀 듯하다.
지용은 얼른 나를 돌려세웠는데 창백한 내 얼굴을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은아?!”
지용을 바라보니 난 더 이상 헛구역질을 참을 수 없었다.
지용은 끊임없이 내 등을 두드려주며 마음 아파했다.
“줄곧 입덧이 없더니 왜 갑자기?”
지용은 나를 어루만졌고 눈에 서렸던 긴장은 곧 진짜로 변했다.
그랬다, 전에 나는 입덧을 크게 하지 않았다.
난 마치 임신하지 않은 것처럼 멀쩡했고 오히려 지용이 항상 몸이 불편하고 헛구역질까지 했으며 한 번 토하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나는 지용에게 무슨 병이라도 난 걸까 두려워 억지로 그를 병원에 끌고 갔지만 의사는 웃으며 지용이 나를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거라고 설명해줬다.
이에 나와 지용 모두 멍해졌다.
의사가 말했다.
“이건 쿠바드 증후군이라는 건데 남편이 아내를 너무 사랑하면 스트레스를 자신에게 옮겨 아내 대신 남편이 임신 반응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아주 드문데 남편이 아내를 아주 사랑할 때만 발생하는 겁니다.”
이에 지용은 내 손을 꼭 감싸고 다행이라고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내가 너 대신 고생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지용 덕분에 난 임신 초기에 거의 아무런 불편함도 없었다.
그때 난 정말 이 사랑을 제대로 선택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한때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준 지용이지만 현재 그의 사랑을 받는 이는 나라고 자만했다.
하지만 내가 그 추억 속에서 아직 헤어나오기 전에 시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지용, 나 방금 입덧을 했어. 너무 힘들어. 전에는 이럴 때마다 남편이 내 곁에 있어줬는데 지금 네가 내 곁에 있어주면 안돼?]
지용은 눈살을 찌푸리고 나를 한 번 보더니 시우를 위로했다.
“알겠어, 두려워하지 마. 내가 바로 갈게!”
지용은 몸을 일으키며 가려고 했다.
난 고통을 참으며 지용을 붙잡았다.
“가지 마, 나도 괴로워.”
그러나 지용은 나를 한 번 보았는데 눈에 짙은 혐오감을 띄었다.
지용은 내 손을 떼어내며 물었다.
“괴로워? 분명 넌 입덧을 안 했잖아. 시우가 하는 걸 보고 일부러 따라하는 건 아니지?”
이 말에 난 순간 멍해졌고 온몸에 고통이 폭풍처럼 몰려와 오장육부가 저릿했다.
하지만 지용은 이미 몸을 돌려 떠나버렸다.
나는 침대에 엎드렸고 숨이 막힐 정도로 아파왔다.
입에서 맴돌던 “지금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마.”라는 협박은 심지어 입 밖으로 꺼낼 겨를도 없었다.
나는 눈물을 닦고 고통을 참으며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의사선생님 저 지금 검사 받으러 갈게요.”
“지금 상태는 매우 좋지 않습니다. 기분이 매우 우울해 보입니다. 분명 몇 달 전에는 이러지 않지 않았습니까?”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아이와 자신의 몸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난 진단서를 손에 들고 끊임없이 의사의 말을 머릿속에서 되뇌었다.
만약 내 임신 3개월째부터 지용이 계속 첫사랑 여자친구에게 불려갔다는 사실을 의사가 알게 되면 그도 나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를 비웃었다.
이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갑자기 몸이 누군가와 부딪혔다.
고개를 들어보니 뜻밖에도 시우였다.
시우는 배를 내밀고 턱을 들어 나를 내려다보았다.
“다은 씨도 검사하러 온 거예요? 이런 우연이, 지용이도 저와 함께 왔거든요.”
난 의사의 당부를 되새기며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아 얼른 떠나려 했다.
그런데 이때 지용이 검사 보고서를 들고 시우 곁으로 걸어왔다.
“시우야, 의사가 그러는데 다 정상이래. 다은?”
갑자기 나를 발견한 지용이 멍해졌다.
난 고개를 끄덕였고 머리를 숙인 채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우리 아이의 상태가 지금 매우 좋지 않다는 사실을 지용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지용은 내 손에 들려 있는 진단서를 발견하고 긴장한 듯 다가와 나를 붙잡았다.
그리고는 진단서를 가져와 차근차근 훑어보더니 초조한 말투로 물었다.
“왜 그래? 검사 받으러 온 지 얼마 안 됐잖아. 어디가 불편한 거야? 왜 말 안 했어?”
두려워하는 눈앞 지용의 모습에 문득 전에 나 대신 괴로워하던 그 지용이 보이는 듯했다.
나는 억울한 나머지 눈시울이 붉어졌고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을 하려는 찰나 시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맞아요, 진작 말했으면 우리가 함께 왔을 텐데요. 길이 멀어서 혼자는 안전하지 않아요.”
이에 지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차에 한 사람 더 느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말이야.”
‘한 사람 더 늘어? 어려운 일이 아니야?’
‘그러니까 내가 지금 그 사람이란 말인가?’
지용의 말은 마치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나를 아프게 했고 나는 물었다.
“내가 불편하다는 거 몰랐어? 나에게 관심이나 가졌어?”
이 말에 지용은 순간 멈칫했고 약간 죄책감을 느끼는 듯했다.
“내가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어.”
내가 말을 더 이어가려는 순간 시우가 갑자기 나를 자신의 곁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오직 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지용이 사랑하는 건 나야. 네가 무엇으로 나와 비길 건데? 세컨드 주제에!”
나는 다른 이가 특히 돈 때문에 지용을 버렸던 이 여자가 나를 세컨드라고 부르는 걸 들어줄 수 없었다.
시우는 그럴 자격이 없었다.
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고 단지 시우에게서 멀리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데 시우가 갑자기 휘청거리더니 땅에 엎어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제3화
지용 얼굴의 죄책감은 순식간에 분노로 바뀌었다.
지용은 갑자기 다가와 나를 옆으로 밀쳤다.
“시우가 몸 조심해야 한다는 걸 분명 알면서 밀어?”
나는 똑바로 서지 못하고 벽에 부딪혔고 손에 들고 있던 진단서는 바닥에 흩어졌으며 너무 아픈 나머지 허리를 굽혔다.
마음은 매우 씁쓸했다.
‘네 마음속엔 시우밖에 없지?’
‘하지만 나도 임신중인데, 심지어 내 뱃속 아이는 네 아이인데.’
시우는 눈물을 흘리며 황급히 말했다.
“나 때문에 그러지 마. 미안해, 지용아. 다은 씨 잘 보살펴 줘. 난 혼자서도 괜찮아.”
시우가 그렇게 말할 수록 지용이 나를 보는 눈빛은 점점 분노로 가득 찼고 냉담했으며 혐오하는 것 같았다.
“너 어떻게 이렇게 변한 거야? 정말 너무 실망이야!”
말이 끝나자 지용은 시우를 감싸고 몸을 돌려 떠나 버렸다.
나는 당황스러웠고 이 상황을 설명하려 고통을 참으며 지하 주차장 입구까지 쫓아갔지만 눈앞에서 포르쉐가 휙휙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그건 내가 지용과 함께 돈 모아 산 첫 번째 차량이었다.
시우는 조수석에 앉아 있었고 찌푸려진 내 미간을 보며 도발적인 표정을 지었다.
나는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그리고 기침을 두 번 했는데 손을 펼쳐보니 놀랍게도 핏줄기가 몇 가닥 섞여 있었다.
그 후 지용은 며칠 동안 싸늘하게 나를 대했고 나도 화를 참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혼자 낙태 방지 주사를 맞고 집에 돌아왔을 때 느끼한 꽃향기가 코를 찌르고 있었다.
살펴보니 온 집안에 백합이 잔뜩 피어 있었다.
난 급하게 코를 막고 들어갔고 지용과 시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용이 애정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매일 우울한 것 같아 보였거든. 이제 기쁘지?”
시우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기뻐. 너희 집에서 지내는 게 다은 씨에게 미안했는데 그래도 네 마음에 아직 내가 있어서 다행이야.”
지용은 잠시 멈칫하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마음속엔 영원히 네 자리가 있어.”
나는 멍해졌다.
‘영원히라고?’
‘그럼 난?’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난 호흡이 버거워졌고 온몸이 저리고 간지럽고 배도 아프기 시작했다.
얼른 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곳을 떠나야 했다.
생각하던 난 바로 화분을 하나 하나 밖으로 내던졌고 전부 부숴버렸다.
소리를 들은 지용이 뛰쳐나왔고 이 모습을 보고는 내 팔을 잡았다.
“미쳤어? 왜 화분을 부수는 건데? 이건 시우가 가장 좋아하는 백합이란 말이야!”
질식감이 내 머리를 어지럽게 했고 난 떨리는 손으로 옷깃을 열어 지용에게 보여주었다.
난 더 이상 진정할 수 없었고 멘붕 상태로 지용에게 물었다.
“넌 시우가 백합 좋아한다는 건 알면서 나는? 내가 백합에 중증 알레르기가 있다는 건 잊었어?”
순간 지용의 호통 소리가 잠깐 멈추었다.
지용은 내가 백합 때문에 죽을 뻔했다는 것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지용이 나를 업고 30분 동안 뛰어 병원에 도착해서야 난 살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시우보다 중요하지 않았다.
“다은 씨가 나를 이렇게 싫어하니 그럼 내가 죽을게!”
말을 끝내자마자 시우는 갑자기 벽을 향해 부딪혔고 이에 지용은 순간 식은땀이 흘러 알레르기로 온몸이 붉어진 나는 돌볼 겨를도 없었다.
지용은 나를 놓고 시우를 안더니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멀리 꺼져! 꺼져! 시우에게서 멀리 떨어지란 말이야!”
지용은 시우의 정서에 끌려 분노했고 내 팔을 움켜쥐고는 방안으로 나를 밀어 넣으며 싸늘하게 말했다.
“냄새를 맡지 않으면 더 이상 알레르기는 안 생기겠지!”
말이 끝나자 지용은 문을 잠갔다.
난 지용에게 밀려 땅에 넘어졌고 그 충격으로 복부가 심하게 아파오기 시작했다.
나는 바닥에 엎드렸다.
“지용, 나 너무 아파.”
알레르기 반응까지 더해져 난 배를 끌어안고 식은땀만 줄줄 흘렸다.
그리고 공포스럽게도 내 뱃속 아이가 천천히 움직임이 사라져간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더 이상 체면을 차리지 않고 필사적으로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밖은 쥐 죽은 듯 조용했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나는 식은땀에 옷이 잔뜩 젖었고 다리 사이로 피가 흘렀다.
눈앞은 점점 흐려져갔지만 이미 그것이 땀인지 눈물인지 분간할 수 없었고 떨면서 지용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내가 거의 포기할 때쯤 지용은 마침내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내가 아직 말을 꺼내기도 전에 지용이 먼저 입을 열어 나를 가로막았고 지금까지 지용의 그런 말투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너 때문에 시우 뱃속의 아기가 놀랐다고 해! 넌 그렇게 멀쩡하면서 왜 뻔뻔스럽게 계속 전화를 하는 건데?]
말이 끝나자 통화는 무자비하게 끊겨버렸다.
다시 걸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난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사진 한 장을 찍어 지용에게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피가 다 흐르고 태동이 멈출 때쯤 난 완전히 단념했다.
그런데 이때 핸드폰이 갑자기 미친 듯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