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돌이킬 수 없는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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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돌이킬 수 없는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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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에 올라가 저체온증에 걸렸다. 목숨 걸고 나를 지키겠다고 맹세했던 두 소꿉친구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한 명은 모든 옷을 임지유에게 입...

Chương (1)

第1章

산 정상에 올라가 저체온증에 걸렸다. 목숨 걸고 나를 지키겠다고 맹세했던 두 소꿉친구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한 명은 모든 옷을 임지유에게 입히느라 바빴고, 다른 한 명은 자신의 체온으로 임지유를 데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얼어붙어 심장마비가 올 지경에 이르러 애원하며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화를 내며 말했다. “서윤아! 지금 이 상황에서 질투를 해야겠어? 추우면 뛰어다녀!” “돌아가면 패딩 백 벌 사줄 테니까 지금은 절대 지유랑 옷 가지고 다투지 마!” 구조대가 도착해 간신히 목숨을 건졌고, 병원에 일주일간 입원했지만 그들은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대신 그들의 SNS에는 임지유의 생일 파티 사진이 가득했다. 10년 넘게 함께한 소꿉친구가 운전기사 딸의 미소만큼도 못했다. 나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강씨 집안과의 혼인 저 할게요!” 제1화 내가 말을 끝내자마자 병실 문이 벌컥 열렸다. 일주일 동안 연락도 없던 한민기랑 민은우가 들어왔다. “뭐? 결혼한다고?” 두 사람 모두 기세등등한 모습이었다. 나와 아버지의 대화를 들은 게 분명했다. 하지만 난 굳이 설명할 생각조차 없었다. “너희랑 상관없는 일이야.” 짐을 챙겨 나가려는데 두 사람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평소 거칠기만 한 한민기가 버럭 소리쳤다. “서윤아, 너 지금 제정신이야? 가족의 이익을 위해 결혼 도구가 되고 싶지 않다며? 그래서 우리가 네 부모님한테 찍히는 한이 있어도 너 편들어줬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말 바꿔?” 한민기의 말투는 전혀 사정 봐주는 기색이 없었다. 평소 늘 나에게 부드럽게 대해주던 민은우는 아무 말없이 한민기의 화를 지켜만 봤다. “너 말 좀 해! 아니면 우리 둘이 널 괴롭히는 거 같잖아. 어떻게 좀 해명해 봐!” 나는 민은우를 힐끔 쳐다.봤다. 그는 내 시선을 피했다. 이런 상황은 전에도 종종 있었다. 한민기는 성격이 급해서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곤 했지만 그럴 때마다 민은우는 항상 내 앞에 나서서 그를 나무랐다. 그리고 나서 한민기는 곧잘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민은우는 가만히 있고, 한민기도 사과할 기색이 없었다. 나는 깊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가 왜 너희들한테 설명해야 돼? 누구랑 결혼하든 내 맘이야” “비켜. 내 길 막지 말고?” 순간 병실은 조용해졌다. 한민기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민은우는 고개를 숙인 채 나를 쳐다봤다. “서윤아, 설마 우리가 지유한테 옷 준 것 때문에 기분 나빠서 일부러 이러는 거야?” 내 숨이 순간 멎었다. 산 정상에서 저체온증으로 생명이 위태로웠고, 병원에 실려 와 사흘 만에 깨어났다. 그런데 그는 이 모든 일을 단순히 옷 때문에 화난 걸로 치부해버렸다. 내가 아직 입도 떼지 못했는데 한민기가 이미 소리를 질렀다. “옷 몇 벌 가지고 왜 이래! 좋아, 지금 당장 가서 백 벌, 천 벌 사다 줄게!” 한민기는 내 팔을 잡고 끌었다. 아직 회복하지 못한 내 몸은 금세 비틀거렸고, 몇 걸음도 못 가 얼굴이 창백해졌다. “한민기, 놔!” 민은우가 갑자기 입을 열며 한민기를 저지했다. 나는 그가 평소처럼 나를 보호하며 한민기를 나무랄 줄 알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민은우는 뒤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들었다. “지유가 불쌍한 건 너도 알잖아. 그때 우리가 걔를 보호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속상했겠어?” “너 지금 멀쩡하잖아. 이런 작은 일 가지고 괜히 기분 상하게 굴지 마.” “우린 네 생일 잊지 않았어. 이거 우리가 직접 산 케이크야.” 상자를 열자 값싼 케이크가 나왔다. 어디서 할인 판매하던 오래된 제품인지 과일 색깔조차 변색돼 있었다. 하루 전 임지유가 올린 사진 속에서 이 두 사람은 커다란 수제 케이크를 들고, 그녀에게 웃으며 생일 축하를 하고 있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뒤에는 22개의 선물 상자가 있었다. 그들이 임지유의 22년 생일을 대신 축하해준 증거였다. 마음이 식었다. 나는 한민기의 손을 뿌리치고 민은우가 들고 있던 케이크를 밀어냈다. “내 생일을 기억해줘서 고맙지만 됐어.” 나는 생크림 알레르기가 있었다. 이전 생일마다 그들은 이 점을 잊지 않고 초대형 과일 케이크를 만들어줬다. 생크림은 절대 들어가지 않도록. 하지만 임지유와 생일을 한 번 보낸 후 모든 걸 잊어버린 듯했다. 그때 한민기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전화를 받다가 두어 마디 듣더니 민은우를 쳐다보며 말했다. “지유가 생리 때문에 아프다는데...” 제2화 민은우는 케이크를 내던지고 나가며 나를 돌아보았다. “서윤아, 너도 반성해. 기분 내키는 대로 구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정말 반성해야 할 것 같다. 지난 십여 년 동안 내가 이 두 남자를 너무 과대평가한 건 아닐까 하고. 병원에서 집까지 가는 길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어릴 적부터 한민기와 민은우는 항상 내 곁을 지켜줬다. 내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그들은 함께했다. 병원에서 혼자 일주일이나 보내본 적도, 혼자 집으로 돌아온 적도 없었던 내가 이젠 완전히 혼자였다. 집 문을 열자마자 느껴진 싸늘한 공기에 내 마음은 또다시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열여덟 살 때 집을 나와 이 별장에서 살기 시작한 이후 그들의 존재는 내 일상 속에 늘 있었다. 나는 물고기를 키우는 걸 좋아했다. 집에는 큰 수족관이 있었고, 수조 안의 작은 물고기들에게 각각 이름을 붙여줬다. 한민기와 민은우는 늘 내가 아이 같다며 웃었지만 그리고 나서는 내가 원하는 물고기를 구하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곤 했다. 내가 집에 없을 때도 그들은 와서 물고기들을 돌봐줬다. 하지만 지금은 열댓 마리의 물고기들이 배를 뒤집고 수면 위에 떠 있었다. 완전히 죽어버린 상태였다. 수족관 앞에 멍하니 서서 물고기들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가슴속이 터질 듯이 아팠다.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던 날, 나는 이 두 사람을 처음 만났다. 그들은 나를 인형처럼 예쁘다고 칭찬하며 철없는 목소리로 내 기사가 되겠다고 하였다. 사람들은 아이들의 말을 믿지 말라고 하지만 그 15년간의 동행은 진짜였다. 그들은 정말로 나를 공주로 여겼다.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면 학교 일진인 한민기는 나를 업고 골목으로 뛰어가 결투를 벌였다.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그는 이렇게 소리쳤다. “다시 한 번 서윤이를 괴롭혀 봐! 내가 가만히 두나!” 내가 그들과 같은 대학에 진학하지 못해 오열할 때 공부 잘하던 민은우는 명문대의 기회를 포기하고 나를 품에 안으며 다독였다. “바보야, 우린 네가 가는 곳에 갈 거야. 널 혼자 두고 갈 리 없잖아.” 나는 그들이 정말 평생 나를 떠나지 않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임지유의 등장으로 모든 환상이 산산조각 났다. 임지유의 아빠는 내 운전기사였다. 반년 전, 그분이 나를 학교에 데려다주다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그 자리에서 세상을 떠났다. 엄마 없는 임지유는 아빠까지 잃고, 장례식장에서 눈물 속에 쓰러졌다. 나는 그녀의 불행에 연민을 느껴 거액의 돈을 건넸고, 우리 집에서 함께 살게 했다. 그녀를 데리고 다니며 먹고 자고 입는 것을 모두 책임졌고, 민은우와 한민기와 함께 놀았다. 그리고 둘에게 경고했다. “임지유를 괴롭히지 마.” 나는 임지유가 불쌍하고 연약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암세포 같은 존재였다. 내 인생에 기생하며 천천히 모든 것을 잠식해갔다. 집안을 둘러보며 임지유의 물건들을 전부 버리려 했지만 오히려 집안에 남은 내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큰 거실 벽에서 현관 매트까지 모두 내가 싫어하는 스타일로 바뀌어 있었다. 이제 내가 이 집의 이방인이 된 기분이었다. 나는 비웃음을 터트렸다. 이제 이 암세포를 제거할 때가 되었다. 그날 밤, 밖에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임지유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서윤이가 정말 부러워. 걔는 너희들이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했는데 나는 아무것도 없잖아...” 한민기는 바로 외쳤다. “지유야, 그런 소리 하지 마! 우리가 서윤을 달래준 건 단지 오래 알고 지냈기 때문이야. 우리가 너를 더 빨리 알았다면 당연히 너를 선택했지!” “넌 착하고 따뜻한 애야. 근데 걔는 매일 투정만 부려. 너랑 비교도 안 돼!” 민은우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지유야, 걔는 너보다 못해.” 제3화 한 마디 한 마디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심장을 갈가리 찢었다. 이렇게까지 아플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순간 내 심장이 멎어버린 것 같았다. “서윤아, 너 언제 돌아왔어?” 문을 열고 나온 임지유는 나를 보자 깜짝 놀라며 말했다. 마치 내가 이 집의 불청객이라도 된 듯한 표정이었다. “이 집은 내 집이야. 내가 내 집을 들어오는데 네 허락이라도 받아야 해?” “그런 뜻이 아니야...” 임지유는 눈물을 글썽이며 애처롭게 울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낡은 가방을 발밑에 던져버렸다. “네 짐 챙겨서 나가.” “아야! 너무 아파...” 임지유는 갑자기 허리를 숙이며 발가락을 감싸 쥐었다. 한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내 어깨를 세게 밀쳤다. “서윤아! 너무하는 거 아니야? 아무리 화가 나도 가방으로 사람을 때리면 안 되지!” 내가 비틀거리며 쓰러지려고 할 때 민은우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서윤아, 화가 나면 우리한테 풀어. 하지만 지유에게 그러지 마. 지유는 이미 충분히 힘들어.” ‘임지유가 불쌍하다면 나는?’ ‘산에서 저체온증으로 심장이 아파오고 몸이 떨릴 때는? 내가 두려움 속에서 그들에게 애원했을 때는?’ 그들은 임지유를 품에 안고 얼굴이 붉어진 임지유를 감싸주느라 바빴다. 병원에서 혼수상태로 누워있을 때 임지유는 SNS에 여러 장의 사진을 올렸다. 그녀와 그들이 함께 즐겁게 놀고먹고 마시는 모습이었다. [너희들 덕분에 너무 행복해.] 올린 글이 유독 눈에 띄었다. 예전엔 그 모든 것이 내 것이었는데 말이다. “임지유, 너는 내가 준 돈으로 먹고 입고 살면서 이제 사람까지 뺏으려고 하니? 다음엔 우리 부모님도 뺏으려는 거야?” 병원에서 막 퇴원한 내 몸은 이런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었다. 심장은 다시 아파왔고, 나는 가슴을 움켜쥔 채 바닥에 쓰러졌다. 민은우의 눈이 크게 뜨였다. “서윤아!” 한민기도 급히 나를 향해 달려왔다. “서윤아!” 하지만 둘은 내게 다가오기 전에 임지유가 울먹이며 외쳤다. “미안해! 내가 나타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난 죽어야 했어. 내가 죄인이야!” “아빠는 그저 너희 집 운전기사였을 뿐이야! 아빠가 죽은 건 운이 없어서 그런 거였어. 너희 집 잘못이 아니야!” 임지유는 얼굴을 감싸고 오열했다. 민은우는 나를 향해 내민 손을 멈추고 돌아서서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의 얼굴엔 분노의 핏줄이 드러나 있었다. “서윤아, 너 어떻게 이렇게 독할 수가 있어! 돈과 백이 있다고 이렇게 사람을 상처 줘도 되는 줄 알아? 너는 잠시 얼어붙은 것뿐이지만 지유는 아빠를 잃었다고!” 한민기도 내게 소리쳤다. “지유한테 당장 사과해!” 심장은 점점 더 아파왔다. 이제는 고통이 이성을 잃게 할 지경이었다. 나는 겨우 떨리는 손으로 한민기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들은 내가 심장병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과거에 발병할 때마다 두 사람은 당황하며 평생 나를 화내게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하지만 지금 한민기는 내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경계하듯 나를 노려보았다. “사과하랬더니 때리기라도 하려는 거야?” 민은우는 여전히 떨고 있는 임지유를 안으며 말했다. “서윤아, 이제 그만 연기해. 지유는 너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오히려 자기 자신만 탓하고 있잖아. 좀 착하게 살아.” 그들에게 도움을 청하려 한 내 자신이 어리석었다. 생존 본능에 의해 간신히 소파까지 기어가 구급약 병을 열었지만 병은 비어 있었다. 오늘 병원에서 약을 챙기지 못한 걸 까맣게 잊고 말았다. 나는 가슴을 움켜쥔 채 몸을 웅크렸다. 그제야 그들이 내가 연기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들이 다가오려 할 때 임지유가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그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돌변했다. 한민기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렇게 속 좁고 못된 성격으로 살다 보니 너나 네 심장도 그렇게 된 거야! 너 스스로 자초한 거라고!” 제4화 오랜 침묵 끝에 민은우가 입을 열었다. “일단 서윤이를 병원에 데려가자. 얘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서씨 가문에 얘기 못 해.” 그 말이 떨어지자 한민기가 마지못해 나를 일으켜 세웠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몸을 기댈 수밖에 없었지만 그는 불편한 듯 몸을 피하고 한 손으로만 나를 잡았다. 차에 타자마자 임지유는 망설임 없이 조수석에 앉았다. 한때 앞자리에 붙어 있던 “서윤 공주님 전용 좌석” 스티커는 어느새 “지유 공주님 전용 좌석”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창밖으로는 어느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병원에 거의 다다랐을 때 임지유가 갑자기 민은우를 다급히 바라보며 말했다. “은우 오빠, 내 목걸이가 서윤이 집에 떨어진 것 같아! 그건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에 내 생일 선물로 주신 거야. 꼭 찾아야 해!” 민은우는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렇게 중요한 물건이라면 찾아야지.” 한민기도 덧붙였다. “그럼 뭘 망설여? 당장 유턴해!” 나는 식은땀에 젖은 옷을 움켜쥔 채 두 사람에게 애원할 수밖에 없었다. “먼저 병원에 좀 데려다줄 수 없을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민기는 나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또 시작이네! 대체 언제까지 질투질을 할 거야! 그건 지유 아빠가 남긴 유품이라고!” 민은우도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 “안 데려다준다는 게 아니잖아. 목걸이 찾고 나서 데려다줄게.” 병원까지는 이제 한 번만 꺾으면 되는 거리였다. 하지만 나는 이미 고통으로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다. 일주일 전 산에서 저체온증으로 쓰러졌던 순간이 다시 떠올랐다. 더는 내 목숨을 걸고 이들이 돌아올 마음이 있을 거라 믿을 수 없었다.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코너 하나만 돌면 병원이야. 나를 길가에 내려줘. 내가 혼자 병원에 갈게.” 차 안은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러자 한민기가 갑자기 문을 열며 쏟아지는 비 속 거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내리고 싶으면 지금 내려! 우리 시간 낭비하지 말고!” 몸 속 혈기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홧김에 차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심장병으로 고통받는 나를 정말 차에서 내리게 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내가 땅바닥에 쓰러지는 순간 뒤에서 차 문이 쾅 닫혔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차는 이미 떠나갔다. 차 안의 한민기와 민은우는 그 누구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기억 속에서 내 곁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던 두 소년은 결국 멀어져 갔다. 눈을 뜨고 보니 병원이었다. 다행히 지나가던 행인이 나를 발견해 도와줬다. 아니면 나는 다시 깨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혼란스러웠던 머릿속이 눈을 뜨고나서 갑자기 또렷해졌다. 내가 믿었던 영원은 결국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세 사람이 평생 함께하겠다고 맹세했던 약속을 그들이 먼저 어겼다. 그렇다면 나도 더는 그 약속에 얽매일 필요가 없었다. 입원한 3일 동안, 한민기와 민은우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문자와 전화를 보냈다. 하지만 나는 받지도, 회신하지도 않았다. 인터넷에서는 우리 집안을 겨냥한 부정적인 소문이 퍼져 나갔다. 임지유의 아버지를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게 했고, 결국 그의 죽음을 초래했으며, 사과 한 마디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그 탓에 임지유는 의지할 곳 없는 고아가 되었다고. 나는 천천히 우리 집안 변호사팀에 연락했다. “유언비어를 퍼뜨린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내서 반드시 책임을 물어주세요.” 퇴원 당일 나는 전화번호를 바꾸고 새 휴대폰을 마련했다. 별장을 비우게 하고, 민은우와 한민기가 준 모든 선물을 버리도록 했다. 우리 셋의 우정을 상징하는 수제 반지도 빼버렸다. 그리고 민은우와 한민기 회사에 투자했던 자금을 모두 현금화해 회수했다. 그들과 모든 연을 끊고 나서야 나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한 달 뒤 있을 결혼식을 조용히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