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김에 잘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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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 김에 잘 살아보자

GoodNovel Hoàn thành
운명현대물구원서사회귀여주중심막장

내가 다시 태어난 날, 전생과 마찬가지로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배이경이 곁에 있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배씨 가문으로 파혼을 요구했다. 전생...

Chương (1)

第1章

내가 다시 태어난 날, 전생과 마찬가지로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배이경이 곁에 있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배씨 가문으로 파혼을 요구했다. 전생에 정사에 쓰이는 약을 먹고 배이경과 잠자리를 가진 탓에, 우리 둘은 부랴부랴 혼인을 맺었다. 나는 고향에 남아 시부모님을 모시고 자식을 키웠고, 배이경은 J시에 가서 나라를 위해 힘썼다. 우리는 평생 서로를 공경하며 지냈고, 나름대로는 잔잔하고도 행복한 삶이었다. 그러다 예순이 되었을 때, 나는 과로로 병을 얻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아마도 미련이 남았던 것일까? 죽은 뒤 마지막으로 서방님을 한 번 더 보고 싶었던 것인지, 내 혼은 J시로 향했다. 그러나 내가 본 것은, 배이경의 아내와 자식, 손주들까지 한데 모여 화목하게 사는 모습이었다. 알고 보니, 그에게는 아내가 두 명 있었다. J시에 있는 여자가 정실 부인이고 자식을 낳았으며, 나와 내 아이들은 그저 이름조차 없는 외실에 불과했다. 제1화 사람이 언제 죽는지는, 본인만이 가장 잘 아는 법이다. 나는 내가 곧 죽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내 곁에서는 자식과 손주들이 울음소리를 삼키며 흐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울음을 참으려 애쓰지만, 눈물은 끝없이 흘러내렸다. “어머니, 조금만 더 버텨 주세요. 아버지께서 지금쯤 편지를 받으셨을 거예요!” 아들이 울먹이며 애원했다. “아버지 얼굴을 보고 싶지 않으세요?” 보고 싶지.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눈을 떴다. 그러나 시야에는 창밖에 서 있는 오동나무만 보였다. 저건 내가 배이경에게 시집온 날, 우리 둘이 손수 심었던 오동나무였다. 어느덧 사십 년이 훌쩍 지나, 나도 이제 예순이 되어 백발이 성성해졌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은 태어날 땐 꽤나 화려했고, 친정에 문제가 생긴 뒤로도 좋은 인연을 만나 시집갔다. 이제 생이 마감될 시간이 다가왔지만, 나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저 조금 아쉬울 뿐이다. 무거워진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 올리려 했으나, 마치 세상이 나를 붙잡은 듯 끝내 뜨지 않았다. 무거워진 눈꺼풀을 애써 떠 보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다시 감긴 눈을 떴을 때는, 몸이 한결 가벼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 자식들은 목놓아 울면서 슬픔에 잠겼지만, 나는 어느새 허공에 둥둥 떠올랐다. 문득 직접 서방님을 보러 가야겠다는 충동이 치밀었다. 마지막으로 그를 딱 한 번만 보고 나면, 원 없이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길도 모르고 무작정 헤매다 보니,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마침내 J시 홍문관에 도착했다. 마침 배이경이 내 부고가 적힌 편지를 손에 들고 있는 참이었다. 나는 죽었고, 그도 이미 늙어 있었다. 그런데 그의 침실 안에 왜 또 다른 여자가 앉아 있는 걸까? “그래도 한 번 가 보시는 게 어때요? 부부였던 인연인데, 마지막 가는 길은 배웅해야죠.” 그 여자의 목소리는 참으로 부드러웠다. 배이경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왠지 모르게 불편한 기색으로 말했다. “당신만이 내 진짜 아내예요. 그 여자는 나와 부부라고 할 수도 없지 않소?” “하지만 그분도 당신을 위해 자식들을 낳았고, 시부모를 모시며 장례까지 치르지 않았나요?” 여자는 배이경의 손을 살포시 토닥였다. “비록 아들을 낳았어도, 그 여인과 그 아이들은 지금껏 족보에도 오르지 못했잖아요. 그러니 불쌍하기도 해요.” 배이경의 표정은 굳어 있었지만, 목소리는 의외로 부드러웠다.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당신은 마음 놓고 있소.” 그는 손을 뒤집어 노부인의 손을 꼭 감싸 쥐었다. “Y시는 멀리 떨어져 있으니 내가 돌아갈 때쯤이면 이미 땅에 묻혀 있을 거야. 돌아간들 별 소용이 없지. 게다가 당신도 요 몇 년간 몸이 안 좋았잖소. 내가 어찌 당신을 두고 멀리 갈 수 있겠나.” 여자는 볼이 살짝 붉어졌지만, 더는 말리지 않고 미소 지으며 그의 품에 살포시 기댔다. 바로 그때, 몇 쌍의 중년 부부가 젊은 남녀들을 데리고 들어와 안부를 여쭈었다. 그들은 둘의 자식과 손주들이었다. 허공에 떠 있는 나는, 그들이 한 데 모여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나는 곧 가슴 한편에서 천둥처럼 무언가가 울려 퍼지는 기분이 들었다. 배이경이 그동안 J시에서 다른 여인과 자식을 낳아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니! 그는 분명 나를 아내로 맞이할 수 없다면 그 누구도 아내로 들이지 않겠다고 했었다. 비록 나를 아내로 인정해 줄 순 없어도, 오직 나만을 곁에서 지키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는 자기 마음속에서 나는 이미 아내나 다름없다 했다. 그 한마디 믿고, 나는 Y시에 남아서 시부모님을 모셨다. 시부모님이 나를 미워하고 괴롭혀 몸과 마음이 망가질 대로 망가졌어도, 나는 원망하지 않았다. 그렇게 수십 년을 헌신하며 지냈고, 시부모님은 모두 장수하다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지금 이 꼴은 대체 뭔가? 내가 고향에서 시부모님을 모시는 동안, 그는 J시에서 다른 여자를 품에 안고 즐겁게 살고 있었다니! 두 사람이 서로를 다정하게 기대는 모습을 보자, 분노와 비통함이 한꺼번에 치밀어 올랐다. 그는 날 속이고, 내 평생을 기만한 셈이었다. 두 눈이 핏빛으로 물들고, 마음속에서 격렬한 원망이 타오른다. ‘어째서 나만 평생 소처럼 말처럼 부려 먹히고, 저 사람은 이렇게 한없이 즐거울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살기를 가득 안고 배이경에게 곧장 달려들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무언가 쇠사슬 같은 것에 꽉 묶여 뒤로 확 끌려 나갔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군. 그래도 내가 제때 왔으니 다행이지.” 저승사자가 이마의 땀을 훔치며, 노려보듯 나를 쏘아봤다. “네가 멋대로 도망쳐 나와 사람을 해치려 들다니, 이대로 혼이 산산조각 나고 싶나!” 나는 코끝이 시큰해지고, 두 줄의 핏빛 눈물이 흘렀다. “나는 평생을 고통받고 속임수에 시달렸어요. 억울해서 이대로 못 떠납니다.” “착하게 산 사람이 왜 이렇게 대가를 받지 못하냐고요!” 내가 필사적으로 버둥대자, 하늘은 삽시간에 어둑해졌다. 결국 저승사자에게 붙들려 염라대왕 앞으로 끌려갔을 때도, 나는 피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염라대왕은 어느새 흉악한 귀신이 되어버린 내 꼴을 한눈에 꿰뚫어 보았다. “사람 세상의 일은, 사람 세상에서 해결해야 옳지.” 그가 손을 뻗어 내 이마를 가볍게 짚었다. “참으로 딱한 인생이구나. 다시 한번 기회를 주도록 하마.” 그 순간, 머리 위로 부슬비 같은 빛줄기가 내려왔다. 그 빛은 실오리 같은 빗줄기처럼 내 온몸을 감쌌고, 나는 발밑이 텅 비는 느낌과 함께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제2화 의식이 다시 돌아왔을 때, 정신은 또렷하지 않았으나 코끝에 스며드는 짙은 술 냄새를 발견했다. 손을 뻗어 더듬자 부드럽고 매끈한 살결이 닿았고, 나는 그제야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 누군가 내 곁에 있다. 내 몸은 옷을 걸치지 않은 상태였고, 붉은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그리고 등을 돌린 채 깊이 잠든 그 사람 역시, 옷을 전부 벗은 상태였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과 함께, 묘하게도 이 장면이 예전에 한 번 겪었던 일처럼 느껴졌다. 곧 머릿속에 전생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애절함과 아픔, 그리고 억울함이 동시에 밀려오자, 나는 심장을 움켜쥐고 몸을 웅크렸다. 차마 말로도 다 못 할 슬픔이 가슴을 짓눌렀다. 얼마나 지났을까, 겨우 정신을 추스르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내 기억대로라면, 이 술 냄새가 진동하는 남자는 바로 배이경이다. 나는 정말로 다시 태어났다. 전생의 기억들이 마음속 어딘가에 깔려 있던 때 묵은 먼지를 털어내듯, 바람에 휩쓸려 드러났다. 창문 밖, 차가운 달빛은 하얀 서릿발처럼 번뜩이며 나를 울컥하게 했다. 누군가의 계략으로 나는 정사에 쓰이는 약을 먹었고,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배이경과 잠자리를 가졌던 것이다. 그 일 때문에 결국, 나는 떳떳하게 그와 혼인할 수 없게 되었다. “혼전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소문이 퍼지기라도 하면 평생 시집 못 갈 거야!” 시어머니가 될 사람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원래 같으면 너 같은 여자를 우리 집에 들일 리가 없지만, 이경이가 정을 중히 여겨 너를 첩으로 들이겠다고 하니 그리 하도록 해라.” 그때 나는 부끄러움과 죄책감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보니, 이 일은 애초부터 석연치 않았다. 이상한 약을 먹은 탓에 내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졌으니 말이다. 나는 여전히 곤히 잠든 배이경을 흘끗 쳐다보았다. 가슴속에서 사랑과 미움이 뒤엉켜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사실 전생 우리 사이에도 한때 달콤하고 뜨거운 나날이 있긴 했다. 그러나... 나는 조심스레 몸을 일으켜 살금살금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그렇다. 지금 나는 배씨 가문에 머무르고 있다. 한때 우리 주씨 가문은 L국에서 가장 큰 한약방을 가진 명문가였다. 전국 곳곳에 한약방을 두어, 위 사람들도 우리 아버지에게 깍듯이 예의를 차렸었다. 나와 배이경의 혼사는, 우리 집안이 가장 번성하던 시절에 정해졌다. 그러나 몇 해 전, 아버지께서 백성을 등쳐 국고를 횡령했다는 죄목으로 몰리셨다. 아버지는 J시로 압송되던 중 산기슭 아래로 굴러 떨어져, 유해조차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어머니는 그 충격에 아버지 따라 세상을 뜨셨고, 주씨 가문은 모조리 몰락해 버렸다. 수백 년 역사를 가진 의술 명문가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나는 내 혼수를 지켜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했고, 배씨 가문의 도움을 받았다. 성인이 되어 시집을 갈 때까지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 생은 다르다. 하늘이 내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었으니, 전생처럼 어리석게 배씨 가문의 하녀처럼 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초야의 통증을 애써 견디며, 방 안에서 조용히 몸을 추스른 뒤 상처들을 돌봤다. 배씨 가문 사람들이, 내가 이미 배이경과 잠자리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해서는 안 된다. 혹시라도 이번 일로 인해 아이를 갖게 될 수도 있기에, 절대 그냥 나를 내보내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번 실수로 인해 전생에 나에게 아이가 생겼던 것이다. 그 아이들은 훗날 엄청 훌륭하게 자랐다. Y시에서 평생 나와 함께하며 한 치의 원망도 없었다. 내가 숨을 거두던 순간, 그 아이들은 정말 슬프게 울었다. 그러나 배이경은 그들에게조차 떳떳한 신분 하나 주지 않았다. 전생에 J시에서 본 그 사람의 행복한 가족을 떠올리자, 나는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눈물을 흘렸다. 배이경이 나와 내 아이들을 아껴주지 않는다면, 이번 생에서는 나 역시 아이들을 그 가문에 묶어 둘 생각이 없다. 배씨 가문의 화려한 담장과 금색을 띠고 있는 대문, 깊은 안 뜰은 이제 더 이상 나와 상관이 없다. 제3화 다음 날 아침 일찍, 나는 혼수품 상자를 열어 몇 장의 집문서를 꺼냈다. 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시기 전, 나에게 물려주신 물건들이었다. 나는 그것들을 챙기고 배씨 가문을 나섰고, 해가 저물 무렵에야 돌아왔다. 대문 옆을 지키던 문지기는 멀리서 나를 보고는 다급하게 달려와 말을 건넸다. “미정 아가씨, 어르신께서 오늘 하루 종일 아가씨를 찾으셨습니다. 지금 한껏 화가 나 계시니 빨리 들어가 보셔야 할 듯합니다.” 나는 어두운 표정을 지은 채 문을 지나 안뜰로 들어섰다. 여기는 한때 내가 평생을 보내며 살아온 곳이자, 동시에 나를 가둬 둔 족쇄 같은 곳이었다. 옛날을 떠올리며 다시 마주한 이 길이,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만큼 쓰라리고 허망했다. “미정아, 드디어 돌아왔구나!” 배이경이 반가운 표정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렇게 창피한 짓을 해 놓고도, 뻔뻔하게 바깥을 돌아다니다니!” 배씨 가문 어르신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고, 사모님 역시 얼굴이 잔뜩 구겨졌다. “넌 창피한 줄 모를 수도 있겠지만, 우리 배씨 가문은 달라!” 나는 문턱 위에서 걸음을 멈추고, 영문을 모른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제가 무슨 창피한 일을 저질렀나요?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거죠?” 사모님은 말문이 막힌 듯 얼어붙더니,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이경이가 다 털어놓았어. 어젯밤 너희 둘이...” “사모님, 저는 어젯밤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오늘 아침엔 곧장 볼일을 보러 나갔습니다.” 나는 일부러 놀란 표정으로 배이경을 쳐다봤다. “어젯밤이라니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아니, 어젯밤 우리 둘이 분명 함께 있었잖아!” 배이경은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미정아, 설마 기억이 안 난다는 건 아니겠지? 우리 이미...” “도련님,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마세요!” 나는 비웃음이 스치는 눈길로 그의 목덜미에 찍힌 붉은 자국을 보았다. “아... 도련님께서 어젯밤 여성분과 정을 나누셨나 보군요.” “하지만 전 어젯밤 도련님을 본 적이 없어요. 어쩌면 술에 취해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닐까요?” 배이경은 그 말에 크게 충격을 받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그럴 리가... 아니, 말도 안 돼.” 나는 소매 안에 감춰 두었던 옥패를 꺼내어 보이며, 고의로 목소리를 높였다. “마침 모두 모인 자리이니 저도 할 말이 있습니다. 어릴 적 저와 도련님의 혼사는 양가 부모님께서 정해 주신 약조였죠.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고, 이제 두 집안은 격이 맞지 않아요.” “저는 죄인의 집안에서 살아남은 고아고, 도련님은 앞으로 높은 관직을 누리게 될 겁니다.” “그러니 당연히 저를 정실부인으로 맞아들이시지는 않을 테지요. 게다가 도련님께 곁을 지켜 줄 다른 아리따운 분이 있다면, 저 역시 첩이 될 생각은 없습니다.” “차라리 여기서 혼약을 깨버리고, 저도 제 길을 가겠습니다. 앞으로 저희 두 사람은 각자 갈 길을 가는 겁니다.” 나는 허리를 곧게 편 채, 딱 부러지게 선언했다. “뭐, 뭐라고?” 배이경은 심한 충격을 받은 듯,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미정아,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두 분께서는 이미 결혼을 서두르는 걸 허락하셨잖아.” 김영애도 낯빛이 험악해지며 쏘아붙였다. “우리는 이미 어젯밤 일을 문제 삼지 않기로 했는데, 왜 갑자기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거냐?” 나는 차가운 표정으로, 한 발 앞으로 다가섰다. “사모님께서는 대체 무슨 근거로 어젯밤 여자가 저라는 걸 단정 지으시는 겁니까? 이렇게 제 명예를 짓밟으시면, 저는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요?” 나는 한 마디를 할 때마다 한 발씩 다가갔고, 이 악독한 여인의 코앞에 이르러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설마... 사모님께서 저를 해치려고 수작을 쓰신 건 아니겠죠? 그렇다면 저 주미정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억울함을 밝히겠습니다.” 김영애는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황급히 손을 뻗어 나를 밀쳐내려 했다. “너, 너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그러나 나는 꼼짝도 하지 않고, 굳게 선 채로 호통쳤다. “관아에 고발해, 관청에서 죄를 묻겠습니다. 이 억울함을 반드시 밝히고 말겠어요!” “그, 그건 안 돼!” 김영애는 본능적으로 외치며, 다급하게 변명했다. “이, 이런 일이 밖으로 알려지면, 체면이, 체면이 말이 아니지 않니...” 나는 속으로 비웃었다. 역시나 김영애도 사태가 커지는 걸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이 사건이 누구 짓인지는 뻔했다. “이미 이렇게 된 이상, 더 할 말도 없습니다.” 나는 정적에 잠긴 배이경 일가를 차례로 훑어보며, 다시 한번 결심을 밝혔다. “제 뜻은 변함이 없어요. 오늘부로 혼약은 끝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