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대체 왜 이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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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대체 왜 이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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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는 왜 말귀를 못 알아들을까? 출장 가기 전에 서재에 있는 물건은 절대 만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는데 기어코 중요한 계약서에 손을 댔다. 결...

Chương (1)

第1章

시어머니는 왜 말귀를 못 알아들을까? 출장 가기 전에 서재에 있는 물건은 절대 만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는데 기어코 중요한 계약서에 손을 댔다. 결국 수억 원에 달하는 거래가 물거품이 되어 책임을 묻고 회사에서 해고당했다.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시어머니는 아이를 잘 돌봐주겠다고 호언장담하며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라고 부추겼다. 나는 모유를 냉동실에 얼려두고 언제 얼마만큼 먹어야 하는지, 각종 주의사항까지 포스트잇에 꼼꼼히 적어서 붙여놓았다. 나중에 아이가 병원에 실려 가고 나서야 모유를 전부 버리고 유통기한이 지난 시니어 분유를 먹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갓난아기한테 몰래 싹이 튼 땅콩을 줘서 질식사로 목숨까지 잃게 했다. 시어머니는 울며불며 하소연했다. “내 외손녀이기도 한데 당연히 마음이 아프지 않겠어? 이 늙은이라도 따라가서 같이 있어 줘야지...” 남편은 나를 흠씬 두들겨 패며 말했다. “기껏 힘들게 애를 봐준 엄마를 죽이려고 작정한 거야? 나이 드신 분이 뒷바라지하느라 얼마나 고생하는 줄 알아?” 시누이도 찾아와서 배은망덕한 년이라는 둥, 어른을 공경하지 않은 탓에 아이를 잃었다는 둥 막말을 퍼부었다. 하지만 오누이는 자기 엄마의 만행으로부터 살아남은 게 전부 내 덕분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그들은 우울증에 시달린 나를 정신병원에 보냈고, 그러다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다시 태어나는 순간, 내 자식과 나 자신을 1순위에 두고 시어머니가 누구한테 무슨 행패를 부리든 절대로 막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이번 생에는 시어머니 한 명 때문에 모두가 봉변당하는 꼴을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제1화 시어머니가 청소하며 일부러 내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자 문득 다시 태어난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계약 실수한 탓에 회사에서 해고된 날로 돌아갔고, 현재 시각은 새벽 5시였다. 시어머니는 마침 서재에서 걸어 나왔다. 하지만 나는 진작에 얼씬거리지도 말고 더욱이 서류에 손을 대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러나 항상 귓등으로 듣고 타인의 감정 따위 안중에도 없는 채 제멋대로 행동했다. 전생에 시어머니는 몰래 서재에 들어가서 작성 완료한 계약서 중에서 견적에 해당하는 페이지를 다른 내용으로 바꾸었다. 그동안 재차 확인했고, 게다가 아침에 시간이 없어 대충 훑어보기만 했다. 결국 고객사가 서명할 때가 되어서야 실수를 발견했는데 신용 불량 이슈로 계약 취소당했다. 수십억의 거래가 물 건너가자 회사는 나한테 책임을 묻고 해고했다.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시어머니한테 따졌다. 그러나 본인이 되레 울며불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매일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기껏 청소해줬더니 뭐? 나이가 들면 쓸모없다고 눈엣가시 취급이나 당하네. 차라리 일찍 죽어버려야지!” 사느니 마느니 하는 소리에 남편 안호성이 대뜸 효자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강나연, 지금 뭐 하는 거야? 우리 엄마가 고작 이런 대접받으려고 산후조리도 하고 애도 봐주면서 집안일까지 도맡아 뼈 빠지게 일하는 줄 알아? 연세가 있어서 실수했을 뿐인데 굳이 노인네랑 꼬치꼬치 따질 필요 있어? 자식 뒷바라지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고작 ‘실수를 저질렀다’라는 말 한 마디에 그동안 내가 쌓아 올린 커리어는 한순간에 무너졌고, 심지어 가스라이팅까지 당했다. 아이를 낳고 출산 휴가 동안에도 쉬지 못했다. 왜냐하면 고객사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결코 방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자의 말도 안 되는 핑계에 물거품이 되었다. 그리고 딸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졌다. 직장을 잃은 후 남편과 시어머니는 얼른 일자리를 알아보라고 닦달질했다. 고작 안호성의 월급으로 가족을 부양하기 힘들었다. 차마 딸까지 고생시킬 수는 없는 법이라 급한 대로 영업직을 구해서 매일 아침 일찍 나가고 저녁 늦게 돌아왔다. 도우미를 찾겠다는 말에 시어머니와 안호성은 한사코 반대했고, 마침 친정엄마도 발을 삐끗하는 바람에 도와줄 여력이 안 되었다. 게다가 내 요구에 맞춰 아이를 케어해주겠다고 호언장담하는 시어머니 때문에 낮에만 딸을 돌보게 했다. 나는 매일 아침 출근 전에 모유를 냉장고에 얼려두고, 수유 시간과 주의사항을 포스트잇에 적어두었다. 딸이 워낙 얌전한 편이라 수유하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정도는 문제없을 거로 생각했다. 설령 시어머니가 평소에 실수가 잦더라도 갓난아기를 대상으로 똑같이 대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딸이 병원에 입원하고 나서야 매일 모유를 버리고 유통기한이 지난 시니어 분유를 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단지 시누이가 사줬다는 이유로 정작 본인은 필요 없고 버리긴 아까워서 결국 기한이 만료된 걸 고작 6개월 된 아이에게 먹였다. 제2화 딸은 입원한 탓에 어느새 홀쭉해졌고, 내가 따지기도 전에 시어머니가 먼저 난리를 쳤다. “사람이 늙으면 쓸모가 없다더니 기껏 먹기 아까워서 손녀를 줬는데 며느리의 눈치나 봐야 하고. 허구한 날 욕 먹을 바에 차라리 일찍 죽고 말지.” 시누이 안이새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엄마가 하도 알뜰해서 차마 먹지 못한 걸 아이한테 줬을 뿐, 유아용이 아닌 줄 미처 몰랐겠죠. 그래도 복은 타고났네요. 여자아이 주제에 이렇게 비싼 분유를 다 먹고. 무려 몇만 원짜리인데 은혜도 모르고 말이에요. 게다가 어디 탈이 난 것도 아니잖아요? 우리 엄마가 힘들게 언니랑 조카를 돌봐줬더니 되레 뭐라고 하면 어떡해요? 양심도 없는 배은망덕한 사람 같으니라고.” 그러자 시어머니는 대뜸 목숨으로 사죄하겠다며 병실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다. 안호성은 화가 나서 따귀를 날리며 외쳤다. “우리 엄마가 죽을죄라도 지었어? 끝장을 보려고 작정한 거야? 너 원래 이런 여자였어?” 남편이 워낙 나를 잘 챙겨줬고, 게다가 시어머니도 목숨을 운운하며 용서를 구한 이상 믿어주기로 했다. 결국 악의가 있는 게 아니지 단지 몰라서 일어난 해프닝이라고 넘겼다. 나중에 시어머니가 다시는 실수하지 않고 아이를 잘 돌보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딸을 다시 마주하게 된 곳은 다름 아닌 응급실이었다. 생후 6개월 된 아이에게 땅콩을 먹이는 바람에 기도가 막혀 응급처치에 실패했다. 나 자신을 포함해 모두가 미웠던 순간이었다. 손녀를 잃었는데도 시어머니는 슬퍼하기는커녕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울며불며 억울한 척 오리발을 내밀었다. “내가 일부러 그랬니? 애가 식탐이 많아서 먹으려고 하잖아. 호성이랑 이새는 잘만 컸는데 채아의 명이 이리 짧을 줄 누가 알았겠어?” 아이를 죽여놓고 복이 없다는 둥 팔자 탓을 하다니! 안이새가 옆에서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 “자기 자식을 알아서 키워야지, 아니면 낳지나 말든가. 왜 우리 엄마한테 따져요? 대신 돌봐준 것만으로 감지덕지해도 모자랄 판에 양심이 있긴 한 거예요?” 안호성도 시어머니의 편을 들어주었다. “아이는 또 가지면 되지만 엄마는 하나뿐이잖아. 이참에 아들 한 명 낳자.” 나는 이성을 잃은 나머지 시어머니를 죽여버리겠다고 길길이 날뛰었고, 결국 미친 여자 취급당해 정신병원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다 우울증에 걸려 온갖 고통에 시달리다가 목숨까지 잃게 되었다. 그동안 시어머니는 매일같이 사고를 쳤고, 만약 내가 없었더라면 여태껏 얼마나 많은 일을 저질렀는지 모른다. 어쨌거나 고통은 본인이 직접 당해봐야만 아는 법이다. 이번 생에는 절대로 딸을 잃지 않을 것이며, 노망 난 늙은이 때문에 모두가 봉변당하는 꼴을 지켜보리라 마음먹었다. 나는 짐을 챙기고 아직 곤히 자는 딸을 안고 친정에 갈 준비를 했다. 그리고 도우미도 찾아 마침 다리를 다친 엄마도 같이 돌봐줄 생각이었다. 아이를 데려다주고 계약서를 가지러 다시 집에 왔더니 역시나 예상대로 견적서 페이지가 다른 내용으로 바뀌었다. 서둘러 수정한 다음 문제가 없는지 재차 확인하고 가방에 넣었다. 이번 생만큼은 해고당하지 않고 승진 기회를 붙잡아 딸과 함께 더 밝은 미래를 맞이할 것이다. 집을 나서는데 마침 장을 보고 돌아온 시어머니가 안방 문을 두드렸다. “강나연, 호성아, 얼른 일어나. 이러다 늦겠어.” 시계를 보니 이제 7시 30분이었다. 출근 시간은 9시였고, 8시에 알아서 일어난다고 굳이 깨우지 않아도 된다고 누누이 말했지만 말귀를 못 알아듣는지 새벽 5시부터 덜그럭거리며 6시가 되자마자 10분에 한 번씩 찾아와서 노크했다. 결국 짜증에 못 이겨 일어나보면 고작 한 달 전에 만든 김치와 하룻밤 묵은 쉰밥을 차려놓고 유난을 떨었다. 만에 하나 화라도 내면 즉시 우는소리 했고, 기껏 힘들게 아침밥을 챙겨줬더니 은혜도 모른다고 타박했다. 그래서 참다못해 매일 아침 먼저 일어나 시어머니를 말렸다. 안호성한테 잘 좀 타일러보라고 할 때마다 그는 대충 둘러댔고, 다음 날이면 말짱 도루묵이었다. 나는 잠귀가 밝은 편이라 시어머니를 말리려면 매번 먼저 일어나야 했다. 물론 이제는 노크하든 말든 관심 없었다. 제3화 이내 냉소를 지으며 몰래 집을 나섰다. 어차피 시어머니가 무슨 짓을 하든 오늘부터 수수방관할 것이다.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는 늙은이로 인해 모두가 봉변당하는 꼴을 지켜볼 테니까! 결국 잠에서 깬 안호성은 불같이 화를 내며 시어머니와 다투었고, 울며불며 난리 치는 노파 때문에 나한테 전화를 걸어 하소연했다. 나는 이해심이 넓은 척 위로했다. “어머님이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밤늦게까지 널 챙겨주는 게 쉬운 줄 알아? 결국 다 자기 아들을 위해서 그러는 건데 오늘내일하는 사람한테 야박하게 왜 그래?” 안호성은 어리둥절했다. 그동안 불평불만을 늘어놓을 때마다 내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자기 엄마 편을 들어줄 거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뿐더러 본인이 항상 입에 달고 살던 멘트였는지라 씩씩거리며 전화를 끊었다.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시끄러워서 잠을 제대로 못 잔 게 어떤 기분인지 본인도 여실히 느꼈을 것이다. 역시 직접 당해봐야만 고통을 느끼는 법이다. 하지만 아직 시작에 불과했다. 이번 생에는 완벽하게 작성한 계약서 덕분에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대표님은 출산 휴가 중에도 열심히 일해서 회사를 위해 거액의 계약을 성사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당일에 본부장으로 승진시켜주었다. 덕분에 연봉도 2배 올랐고, 성과급도 두둑이 받았다. 승진 축하 겸 회사에서 저녁 회식 자리를 마련했고, 나는 밤 10시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갔다.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쇼파에 앉아 있는 안호성과 시어머니를 발견했는데 한 명은 낯빛이 어두웠고, 한 명은 눈물을 훔쳤다. 안호성이 버럭 외쳤다. “어디 갔다가 이제 와? 아이를 친정에 데려갔다고 말이라도 하던가, 지금 몇 시인 줄 알아? 정녕 집이 안중에도 없는 거야?” 시어머니도 불만을 늘어놓았다. “여자는 그래도 항상 가족을 먼저 생각해야 해. 밤늦게 술 마시러 돌아다니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것밖에 더 있겠어?” 그제야 계약서에 손을 댄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단지 아들보다 잘나가는 며느리가 눈에 거슬렸기 때문이라니! 사실 본인이 입단속만 잘해도 품위가 없다는 둥, 집안을 소홀히 한다는 둥, 노인을 학대한다는 둥 며느리에 대한 유언비어가 생기지도 않을 것이다. 전생에 아파트 단지 내에서 악명이 자자했던 이유도 전부 시어머니 탓이었다. 나는 싸늘한 얼굴로 소파에 앉았다. “집에서 나 말고 돈을 버는 사람이 또 있어요? 직장을 관두는 건 상관없지만 가족을 먹여 살릴 능력은 되고? 승진하자마자 김빠지게 왜 그래요? 같이 살기 싫으면 이혼하던가!” 내가 초강수를 던질 줄 몰랐는지 안호성과 시어머니는 서로를 쳐다보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딸을 친정으로 데려가고 시어머니의 반응이 어땠을지 불 보듯 뻔했다. 아마도 그녀가 싫어서 쫓아내려고 일부러 손녀를 친정에 보냈다고 아들한테 우는소리 했을 것이다. 원래 가식적인데다가 한 시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니는 사람이지 않은가? 평소 시어머니 일만 아니라면 안호성은 잘 챙겨주는 편이라 나는 감쪽같이 속아 그의 진면목을 몰라보았다. 집안을 먹여 살릴 능력도 없는데 바보가 아닌 이상 승진한 와이프와 이혼할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이내 잽싸게 다가와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우린 그런 뜻이 아니라 단지 말도 없이 애를 데려가서 걱정되었을 뿐이야.” 시어머니는 눈물을 닦기 시작하더니 필살기를 꺼내 들려고 했다. 나는 안호성을 뒤돌아보고 한층 누그러진 어조로 말했다. “우리 부모님이 며칠 돌봐주면 어머님도 편히 쉴 수 있잖아.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겠어? 효도를 해줘도 모자랄 판에 고생만 시키면 되겠어? 자식 키우는 게 어디 쉬운 줄 알아? 어쩌면 양심이 눈곱만큼도 없니?”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에 시어머니는 발동을 걸기도 전에 맥을 못 췄다. 이내 주방으로 뛰어가더니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남은 반찬을 꺼냈다. “저녁은 먹었니? 일부러 네 몫을 따로 남겨뒀어.” 기껏 편을 들어줬더니 쉰 밥이나 차려지는 신세라... 나는 가식적인 미소를 장착했다. “네, 배불러요. 어머님이 드시고 싶으면 드세요.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고 절대 사양하지 말고.” 결국은 먹다 남겼고,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묵은김치와 어제 지은 밥을 꺼내놓았다. 게다가 전기세를 절약한다고 몰래 냉장고 코드를 뽑아서 무더위에 밥은 쉬어버렸고, 썩은 냉동 고기로 미트볼을 만들어 식탁에 올려놓았다. 물론 평소에도 자주 있는 일이고, 내 눈에 띄면 즉시 제지했지만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습관적으로 쉰밥을 챙겨주며 말했다. “나연아, 출근하느라 힘들지? 많이 먹어.” 나는 안호성한테 건네며 미트볼도 덜어주었다. “시간이 없어서 못 먹을 것 같아. 너라도 많이 먹어. 어머님의 성의를 저버리면 안 되잖아.” 오늘 거래처 미팅이 있는 안호성은 시간도 촉박한지라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 고소한 냄새 덕분에 쉰내가 희석되었는지 끝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회사에서 일하다가 갑자기 연락받았는데 시어머니가 급성 위장염 때문에 구토와 설사를 동반해서 입원했다고 했다. 나는 반차를 내고 병원으로 부랴부랴 달려갔고, 마침 둘째 산전 검사받으러 온 시누이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모녀 사이에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시어머니는 눈시울을 붉히며 가엾게 울었다. 안이새가 뜬금없이 비꼬았다. “대체 엄마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 나이 드신 분한테 상한 음식을 먹이다니, 이렇게 잔인한 사람은 처음 봐요.” 제4화 의아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다른 환자와 가족 때문에 마치 시어머니를 괴롭히는 악덕 며느리가 된 느낌이 들었다. 시누이의 비난에도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대답했다.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해서 대부분 어머님이 직접 요리해서 끼니를 챙겨 먹어요. 게다가 생활비도 매달 200만 원 씩 드리고, 여태껏 돈이 남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상한 음식을 먹고 탈이 났다는 게 납득이 가요?” 안이새는 제 발이 저린 듯 찍소리도 못했다. 200만 원 중에서 80%는 그녀가 가져갔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뻔했다. 시어머니의 특기는 불쌍한 척 눈물을 훔치며 오리발을 내미는 것이다. 여태껏 따지기 귀찮아서 눈 감아 줬더니 점점 기고만장해지는 듯싶었다. 말을 이어가는 와중에 환자 한 명이 더 실려 왔다. 안호성도 급성 위장염으로 설사해서 실신한 나머지 골골거리며 병원에 도착했다. 나는 모자가 서로 물고 뜯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일부러 시어머니와 같은 병실에 배정해달라고 부탁했다. 뒤따라 들어온 의사가 한마디 보탰다. “요즘은 날씨가 더워서 음식이 쉽게 상하니까 못 먹는 건 버려요. 괜히 몇 푼 아끼겠다고 병원비나 더 쓰지 말고.” 병실에 실려 온 아들을 보자 그제야 한풀 꺾인 시어머니는 안이새의 뒤에 숨어 눈치만 살폈다. 안호성은 노발대발하며 외쳤다. “또 상한 고기랑 쉰밥 준 거예요? 오늘 거래처 미팅이 있다고 했잖아요! 고객 유치를 위해 보름 동안 고생했는데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어요. 냉장고 코드를 몰래 뽑고 음식이 상해도 아까워 버리지도 못하면서, 결국 탈이 나 병원에 가면 돈을 더 많이 쓰는 걸 몰라요? 이제 엄마 때문에 직장도 잃었어요. 아들이 죽는 꼴을 봐야 정신 차릴래요?” 악을 쓰는 안호성의 모습에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진땀을 뺐다. 전생에도 시어머니는 쉰밥과 상한 미트볼을 차려줬지만 내 눈에 띄자마자 싱크대에 버렸다. 그때만 해도 안호성은 음식을 낭비한다는 둥, 회사에서 잘린 걸 자기 엄마한테 화풀이한다며 대판 싸우기까지 했었다. 기껏 미트볼을 좋아해서 마음껏 먹게 했더니 정작 본인이 직장을 잃고 나니까 이해해주기는커녕 불같이 화를 내며 따지지 않겠는가? 시어머니는 속상한 듯 대성통곡했다. “이제 살만하다고 힘들었던 시절은 벌써 잊었니? 네 아빠가 일찍이 돌아가고 나서 그나마 아낀 덕분에 혼자서 아이 둘을 키울 수 있었던 거야. 머리가 컸다고 엄마를 눈엣가시로 여기니 얼른 아빠나 따라가야지...” 필살기를 꺼내는 순간 안호성은 화를 참고 눈만 부라렸다. 역시 효도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 나는 그동안 남편이 했던 것처럼 시어머니의 편을 들어주었다. “양심도 없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해? 결국은 다 너를 위해서잖아. 이 세상에 자기 아들을 해치는 엄마가 어디 있겠어? 자식을 키우는 게 쉬운 줄 알아? 절약이 몸에 뱄나 보지. 게다가 본인도 먹었잖아.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나이 든 사람을 네가 좀 이해해줘야지.” 전생에 배탈이 났다고 하면 안호성은 이런 식으로 입막음했고, 딸이 유통기한이 지난 분유를 먹고 입원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본인도 똑같이 당했으니 효자 노릇을 얼마나 잘하는지 두고 볼 심산이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병실에 있는 사람들은 시선을 돌렸고,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안호성을 바라보았다. 워낙 체면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 설령 분노가 머리 끝까지 차올라도 차마 친엄마한테 화풀이할 수는 없는지라 배를 부여잡고 화장실로 줄행랑쳤다. 안이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잽싸게 쫓아가 화장실 문을 두드리며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 “그러니까, 오빠가 너무 했어. 기껏 힘들게 뒷바라지한 엄마한테 그것도 병원에 입원한 상황에서 뭐라고 하면 어떡해? 이렇게 매정한 아들은 처음 봐.” 시어머니한테 잘 보이면 다달이 돈이 들어오기에 이익을 위해서라면 양심 따위 저버리고 아무나 공격할 수 있다. 물론 시누이에게 불행이 닥칠 날이 얼마 안 남았다. 실적이 미미한 안호성은 마침 이번 계기로 회사에서 해고당했다. 집에 틀어박혀 매일 게임을 하며 허송세월 보냈고, 자기 엄마한테 빌붙어 의식주를 해결했다. 나는 전생에 시달렸던 것처럼 안호성에게 일자리를 찾으라고 닦달했다. “채아 분유값이 꼬박꼬박 나가고 어머님께 생활비도 드려야 하는데 놀고만 있으면 되겠어? 너희 집 식구까지 내가 먹여 살려야 해?” 비록 현재 월급으로 가족을 부양하는 건 충분하지만 그들을 위해 더는 한 푼도 쓰고 싶지 않았다. 제5화 안호성은 등쌀에 못 이겨 집을 나갔고, PC방을 돌아다니면서 나한테 출근한다고 거짓말했다. 공교롭게도 월급은 시어머니에게 주는 200만 원과 같은 액수였다. 이렇게 되면 시어머니는 아들을 위해서 딸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가만히 있을 안이새가 아니었다. 시누이의 남편은 도박꾼이라 벌이가 시원치 않았고 현재는 둘째까지 가진 상태였다. 매달 160만 원씩 들어오던 공돈이 사라졌으니 일가족은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돈이 떨어지자 시매부는 폭행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안이새는 울며불며 아이를 데리고 우리 집에 찾아왔고, 콩고물이라도 떨어지길 바라며 의식주를 공짜로 해결하려고 했다. 제멋대로 합가를 결정하고 나서야 안호성과 시어머니는 뒤늦게 말을 꺼냈다. 나는 소파에서 방방 뛰는 6살 꼬마와 남의 잠옷을 꺼내 입고 화장품까지 바르는 안이새를 보며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왕이면 한데 모아서 죄를 치르는 게 낫지 않겠는가? 예상외로 쉽게 허락받자 나를 대하는 모자의 태도가 사뭇 좋아졌다. 전생에 직장에서 잘린 이후로 시어머니의 생활비를 줄였더니 지원이 끊긴 안이새는 아이를 데리고 우리 집에서 같이 살겠다고 제안했다. 당시만 해도 시어머니는 딸을 돌보고 있었고, 나도 금세 일자리를 구했기에 말썽꾸러기 조카 때문에 아이가 다칠까 봐 딱 잘라 거절했다. 나중에 시누이의 남편이 도박할 돈이 없어서 유산할 정도로 폭행하자 나한테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 그리고 뒤에서 시어머니와 안호성까지 끌어들여 각종 비난과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심지어 딸을 잃고 나서도 되레 바가지를 뒤집어씌우고 키울 능력이 안 되면 낳지 말라는 둥,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년이라는 둥 욕했다. 하지만 당시 친정 부모님에게 아이를 맡기지 못하게 하고, 도우미를 고용하는 것도 반대한 사람은 분명 시어머니였다. 이번 생에는 외할머니가 외손자를 돌봐주는 셈이니 혹시라도 사고가 생기면 과연 딸로서 감지덕지할지 두고 볼 생각이다. 어쨌거나 무식한 처사를 고집하는 시어머니 앞에서는 누구나 동등했다. 찰거머리 같은 일가족은 나한테 빌붙어 유유자적한 나날을 보냈고, 그들이 마음 놓고 활개 칠 수 있게 아이를 돌본다는 핑계로 퇴근하고 친정집으로 갔다.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한 안호성은 들통이 나기 전에 차라리 내가 집을 비우기를 바랐다. 시어머니 또한 마찬가지였다. 안이새의 아들은 워낙 문제아라서 여간 돌보기 힘들었다. 게다가 임신한 딸의 시중도 들어야 하니 외손녀까지 데려와서 고생할까 봐 전전긍긍했다. 안이새는 그 누구보다 기뻐했고 집에 있는 옷과 가방, 액세서리를 마음대로 하고 다녔다. 나는 엄마, 아빠와 딸아이를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 편으로 이혼 합의서를 작성하고 신혼집을 부동산에 내놓았다. 당시 안호성은 빈손으로 장가왔다. 현재 사는 집도 우리 부모님이 혼수로 마련해주었다. 대학교 내내 쫓아다니며 간이고 쓸개고 빼줄 것처럼 굴어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을 뿐, 아니면 흡혈귀 같은 일가족 때문에 목숨까지 잃은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외동딸인 내가 전생에 죽고 나서 안씨 모자의 행패로 인해 부모님마저 참변을 당했고, 결국 재산을 상속할 사람이 없어서 안호성의 좋은 노릇만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 생에는 반드시 피의 대가를 치르도록 할 생각이다. 사실 엄마 아빠는 안호성의 인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처음부터 결혼을 결사반대했지만 내가 눈이 멀어 끝까지 밀어붙였다. 그래서 지금 이혼을 언급해도 딱히 간섭하지 않았다. 나는 미안하고 감사했다. 설령 잘못을 저질러도 부모님은 바로 잡을 때까지 차분히 기다려주었다. 예상대로 시어머니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사고를 쳤다. 안이새의 아들 유서준이 농약 중독으로 병원에 실려 갔다고 했다. 나한테 연락한 이유는 다름 아닌 병원비를 내주는 호구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병원에 도착하자 안이새는 시어머니를 혼내느라 바빴다. “그렇게 아끼더니 부자라도 됐어요? 엄마 때문에 사람들이 다 죽게 생겼어요. 사는 게 지겨우면 혼자 곱게 가던지, 왜 내 아들까지 해치려고 해요? 서준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엄마가 책임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