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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피를 탐내는 내연녀
결혼식 당일, 문시윤은 전화 한 통을 받자마자 허둥지둥 예식장을 떠났다. 할머니는 그 광경에 너무 화가 나 피를 토하셨고, 식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
Chương (1)
第1章
결혼식 당일, 문시윤은 전화 한 통을 받자마자 허둥지둥 예식장을 떠났다.
할머니는 그 광경에 너무 화가 나 피를 토하셨고, 식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무심하게 나를 바라볼 뿐,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결국 나 혼자 할머니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응급처치가 늦어진 탓에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그 후, 문시윤이 영안실에 있는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신아리, 빨리 병원으로 와. 수희가 다쳤는데, 네 피가 필요해!”
나는 전화를 끊으며 말했다.
“문시윤, 우린 이제 끝이야.”
나는 그렇게 모든 걸 놓아버리고 떠났다.
그러나 문시윤은 빗속에서 무릎을 꿇은 채 용서를 구하며, 내가 한 번 돌아봐 주면 목숨까지 내주겠다고 애원했다.
제1화
영안실에서, 나는 할머니의 시신을 보면서 다시금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핸드폰 화면에는 아직도 이수희가 보낸 메시지가 떠 있었다.
영상 속의 문시윤은 이수희의 손을 잡고 있었고, 둘은 다정한 눈빛을 주고받고 있었다. 화려하게 터지는 불꽃놀이를 배경 삼아 말이다.
이수희는 도발적인 말투로 말했다.
[내가 불꽃놀이 보고 싶다고 하니까 시윤 오빠가 밤새도록 터뜨려줬다니까? 시윤 오빠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나야!]
시끌벅적한 축제 분위기와 병원의 분위기는 엄청 비교되었다.
내 심장은 칼로 도려낸 것처럼 피를 쏟아내는 기분이었다.
바로 어제, 나와 문시윤은 결혼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반지를 교환하려던 순간, 문시윤은 전화 한 통을 받더니 결혼식장을 냅다 뛰쳐나갔다.
그걸 지켜보던 할머니는 분통이 터지셔서 피를 토하셨다.
나는 초조함에 사로잡혀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오히려 모두 문시윤에게 버림받은 내가 우스워 보였는지 비웃기만 했다.
나는 문시윤에게 전화를 여러 번 걸었지만, 그는 한 번도 받지 않았다.
결국 나 혼자 할머니를 병원으로 모셨지만, 너무 늦게 병원에 도착한 탓에 할머니는 영영 내 곁을 떠나셨다.
알고 보니 그가 결혼식장을 떠난 건 전부 이수희를 위해서였다.
나는 슬픔을 참으며 할머니를 화장하고 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했다. 그런데 장례식장 입구로 문시윤이 이수희를 데리고 들어왔다.
“이틀 내내 오른쪽 눈꺼풀이 움찔대더니, 결국 햄스터가 죽었네요.”
이수희는 그렇게 말하면 마치 엄청 슬픈 일인 듯 눈시울을 붉혔다. 문시윤은 이수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무 슬퍼하지 마. 내가 계속 곁에 있어줄게.”
그때 그의 시선이 나에게 닿았다.
“신아리, 네가 여긴 왜 있어?”
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오늘은 할머니 장례식이야.”
할머니는 생전에 문시윤을 많이 좋아하셨다. 나는 그가 할머니께 죄송하다고 한마디라도 해주길 바랐다. 그래야 할머니도 편히 가실 것 같았으니까.
그러자 문시윤이 코웃음을 치듯 냉소를 뱉었다.
“네 거짓말을 내가 믿을 줄 알아? 지난번 의사는 네 할머니 건강에 큰 문제없다고 했어. 앞으로 5년은 거뜬히 사신다고 했었잖아?”
그는 내게 말할 틈도 주지 않고 계속 이어갔다.
“신아리,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수희 햄스터가 죽었다는 걸 알고, 먼저 달려와서 이 빈소를 차지해 버린 거잖아. 난 네가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거짓말까지 댈 줄은 몰랐지. 여전히 내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구나.”
나는 그 말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내가 하도 그의 말에 순종한 탓에, 그는 무슨 일이든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이제 그에게 해명하고 싶은 마음은 사라졌기에 더는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수희가 가녀린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시윤 오빠, 화내지 마세요. 아리 언니가 거짓말을 한 건 정말 오빠를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거겠죠. 그래서 오빠 주의를 끌고 싶었을 거예요. 모두 제 탓이에요. 제가 맨날 오빠를 찾는 바람에 언니가 오해했을 수도 있잖아요.”
언뜻 보면 사려 깊은 말처럼 들렸지만, 사실은 내가 질투심에 눈이 멀어 거짓말까지 했다고 은근히 몰아가는 셈이었다.
나는 그런 이수희를 차갑게 노려보며 쏘아붙였다.
“닥쳐!”
이수희는 어깨를 떨며 울기 시작했다.
“미안해요, 아리 언니... 제가 잘못했어요.”
문시윤은 얼굴을 찌푸린 채 이수희를 감싸며, 나를 향해 불만스럽게 소리쳤다.
“신아리, 누가 너더러 수희를 괴롭히래? 닥칠 사람은 바로 너야!”
이수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시윤 오빠. 우리 햄스터 장례부터 치러줘요.”
문시윤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보디가드에게 명령했다.
“이 빈소 당장 철거해. 햄스터를 위한 빈소를 마련해야겠어.”
나는 온몸이 덜덜 떨렸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눈을 질끈 감을 지경이었다.
“문시윤, 너 미쳤어?”
할머니의 빈소를 치우고, 고작 햄스터 따위의 장례를 치르겠다니. 이건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제2화
이수희가 나를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리 언니, 제가 점쟁이한테 물어봤는데, 이 빈소에서 햄스터 장례를 치러주기만 하면, 햄스터가 다음 생에는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대요. 그러니까 이건 좋은 일 하는 거예요.”
문시윤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희야, 넌 정말 착하구나. 걱정 마, 햄스터도 네 마음을 알아줄 거야.”
이수희는 내가 들고 있던 유골함을 노려보듯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시윤 오빠, 아리 언니 손에 든 그 하얀 유골함 참 예쁘네요. 저걸로 햄스터 유골을 담으면 딱 좋겠네요.”
나는 분노로 눈을 부릅뜨고, 온 힘을 다해 할머니의 유골함을 붙잡았다.
“너희가 할머니 유골에 손이라도 대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야!”
그러자 문시윤은 내가 하는 말을 전혀 믿지 않는다는 듯 비웃었다.
“신아리, 넌 그렇게까지 할머니를 좋아한다면서, 대체 왜 계속 돌아가셨다고 귀에 못이 박히게 말해대는 건데? 이 가짜 장례식이 꺼림칙하지도 않니?”
나는 화가 잔뜩 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우리 할머니는 진짜 돌아가셨어. 어제 결혼식장에서 돌아가셨다고! 못 믿겠으면 병원 가서 의사들한테 직접 물어봐. 다들 증언해 줄 거야!”
이수희는 마치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 듯, 억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아리 언니, 사실 그 하얀 통 속의 유골은 가짜잖아요. 근데 우리 햄스터는 진짜로 죽었어요. 그 애가 얼마나 불쌍한데... 그러니까 그 하얀 통 좀 저한테 줘요.”
문시윤은 귀찮다는 듯 나를 쏘아보았다.
“난 지금 햄스터 장례 치러야 해서 바빠서 네가 쇼하는 거 볼 시간 없어. 그 하얀 통 당장 수희한테 넘겨.”
내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절대 안 돼!”
그러나 문시윤은 내 말은 믿지도 않고, 자기 보디가드에게 유골함을 빼앗으라고 명령했다.
내가 다시 되찾으려 몸부림쳤지만, 또 다른 보디가드 두 명이 날 바닥에 꽉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나는 찢어질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
“당장 돌려줘! 우리 할머니 유골 돌려달라고!”
그러나 내 절규는 허공에 메아리치지도 못했고, 보디가드들은 마치 쓰레기를 버리듯 할머니의 유골을 바닥에 흩뿌렸다.
몸서리치도록 화가 난 나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손에 칼이라도 쥐고 있었다면, 당장이라도 문시윤을 찌르고 싶을 만큼.
이수희는 한 걸음 다가오더니, 할머니 유골이 뭉쳐 있는 곳을 발로 꾹 밟았다.
“아리 언니, 우리 햄스터가 많이 고마워할 거예요.”
할머니의 유골 위를 짓밟고 있는 그녀의 발을 보는 순간, 난 미칠 것 같았다.
“이수희, 당장 치워!”
죽을힘을 다해 보디가드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나는 이수희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밀쳐냈다. 그리고 바닥에 주저앉아 할머니 유골을 한 줌 한 줌 모으면서 허둥지둥 중얼거렸다.
“할머니... 죄송해요. 제가 할머니 유골조차 지키지 못했어요.”
바닥에 주저앉은 이수희는 손으로 자기 이마를 만지더니, 피가 묻어나는 걸 보고는 비명을 질렀다.
“시윤 오빠, 저 피가 엄청 많이 나요!”
문시윤은 이수희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보자 표정이 어두워졌다.
“신아리, 당장 수희한테 수혈해야겠어!”
수혈이라는 단어를 들은 순간, 나는 몸이 굳어버렸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배를 감싸 쥐고 고개를 흔들었다.
“나 임신 중이야. 절대 수혈하면 안 돼.”
이전까지 이수희가 필요하다고 하면 무조건 내 피를 줘야 했었다. 그야말로 그녀의 혈액 창고나 다름없었다.
문시윤은 잠시 얼어붙은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가 임신했다고?”
나는 그가 믿지 않고 혹시라도 배 속 아기가 해를 입힐까 봐 재빨리 가방에서 임신 증명서를 꺼내 보여주었다.
“정말이야, 문시윤. 임신 중이라 수혈은 절대 안 돼.”
이미 할머니도 잃었으니 내 아이마저 잃을 수는 없었다. 그러자 이수희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모습으로 말했다.
“아리 언니, 저를 싫어하는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절 살려주기 싫어 가짜 임신 증명서까지 가져올 필요는 없잖아요. 그럼 제가 차라리 이렇게 피 흘리다 죽어버릴 수밖에 없겠네요.”
그녀의 불쌍한 표정과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본 문시윤은 한순간에 이수희 말을 믿어버렸는지, 차갑게 나를 노려봤다.
“신아리, 난 네가 착하고 순수한 사람일 줄 알았는데... 어떻게 가짜 임신 증명서까지 준비해 둘 생각을 한 거야. 정말 실망이야. 지금 당장 수희한테 수혈해줘.”
제3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나는 뒷걸음질 치다가 문 쪽으로 몸을 돌려 달렸다.
그러나 문에 다다르기도 전에 보디가드가 나를 붙잡았기에, 아무리 저항해도 소용없었다. 결국 그들은 나를 차에 태워 병원으로 데려갔다.
나는 임신 증명서를 의사에게 내밀며 애원했다.
“이건 이 병원에서 받은 임신 증명서예요. 제발 문시윤한테 진짜 임신했다고 말해주세요. 수혈하면 아이가 죽을지도 몰라요.”
의사는 임신 증명서를 잠깐 훑어보더니, 이수희와 눈빛을 주고받은 뒤 말했다.
“이건 저희 병원 임신 증명서가 아닌데요. 딱 봐도 가짜네요.”
순간 이 의사가 이미 이수희에게 매수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마지막 희망이라도 붙잡듯, 간절히 문시윤에게 부탁했다.
“이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거야. 다른 병원에 가서 검사해 보면 내가 정말 임신 중인 걸 알 수 있어!”
그때 이수희가 문시윤 품에 몸을 기댄 채, 힘겹게 신음하듯 말했다.
“시윤 오빠, 저 너무 힘들어요... 이러다 곧 죽게 될 것 같아요...”
문시윤은 불안한 기색으로 그녀를 달래며 위로했다.
“걱정 마, 수희야. 널 절대로 죽게 놔두지 않을 거야.”
그리고 그는 보디가드들을 돌아보며 냉혹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신아리를 붙잡아.”
나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놔! 당장 날 놓으라고! 문시윤, 넌 내 아이를 죽게 만든 악마야!”
문시윤은 역겨운 기색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신아리, 그만 좀 해. 얼른 이수희한테 수혈이나 해.”
그리고 내가 보는 앞에서 주삿바늘이 내 피부에 꽂히고, 내 피가 서서히 빠져나갔다.
피를 뽑고 나니 온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어지러웠지만, 겨우 일어나려던 순간 의사가 중얼거렸다.
“문 대표님, 아직 피가 부족합니다.”
그러자 문시윤은 별 감정 없이 말했다.
“계속 뽑아.”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분노에, 나는 이를 악물고 외쳤다.
“문시윤, 널 평생 증오할 거야!”
문시윤은 내 화를 알아차렸는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신아리, 넌 내가 결혼식 먼저 떠났다고 삐진 거잖아? 수희 몸이 회복되면, 너랑 네 할머니 모시고 해외여행이라도 같이 가줄게. 그럼 됐지?”
나는 눈을 감고 점점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눈을 질끈 감았다. 아이가 내 몸에서 서서히 떠나가고 있다는 절망적인 느낌이 들었다.
눈앞이 아찔해지면서, 나는 아주 긴 꿈을 꿨다.
처음 문시윤을 만났던 순간이 떠올랐다. 내가 오토바이를 타다 실수로 그의 차를 들이받았는데, 그는 보상은커녕 오히려 날 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받게 해 주었다.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그는 매일 내 병실을 찾아와 백합꽃을 건네며 위로해 줬다.
시간이 흐른 뒤, 문시윤이 내게 고백을 했을 때, 나는 우리 사이의 신분 차이가 너무 커서 망설였다. 그런데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곁에서 나를 지켜주었다.
내가 아프면 직접 죽을 끓여 주고, 내 생일에는 여덟 시간 넘게 차를 몰아 달려와 함께 축하해 주었다.
그 덕분에 한 번도 받아 본 적 없던 따뜻한 보살핌을 느끼게 되었고, 나도 사랑받을 수 있는 여자라는 희망을 품었다.
문시윤은 내 초라한 인생을 환하게 비춰주는 빛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그가 허둥지둥 나를 병원으로 데려가 한 여자의 수혈을 부탁했다.
그 여자가 나와 마찬가지로 RH- 혈액형이어서 내가 아니면 안 된다며 말했다.
“수희가 예전에 내 목숨을 구해 줬으니 반드시 보답해야 해.”
나는 곧 그의 아내가 될 사람이니, 그의 은인은 곧 나의 은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수혈이 몸에 큰 해가 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선뜻 동의했었다.
그러나 얼마 뒤, 나는 우연히 문시윤의 지갑에서 이수희의 사진을 발견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과거에 뜨겁게 사랑하던 사이였다. 이수희가 대학 졸업 후 가족과 함께 해외로 이민을 가면서 결국 두 사람은 이별했다고 했다.
‘문시윤에게도 잊을 수 없는 첫사랑이 존재했던 거였구나.’
내게 너무나도 잔혹한 진실이었다.
나는 그와 솔직히 털어놓고 헤어지자고 했지만, 그는 오히려 나에게 프러포즈하며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나라고 했다.
내가 바보같이 그를 포기할 수 없었던 건, 그가 준 온기가 너무나 소중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내 어리석음으로 할머니도, 아이도 잃어버리게 됐다. 난 문시윤이 밉고, 나 자신도 너무나 한심스러웠다.
정신을 차려 보니, 눈앞에 이수희가 병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병실엔 우리 둘뿐이었다. 그녀는 곧 본색을 드러냈다.
“꼴값 떠네. 사실 시윤 오빠가 널 꼬신 건 네 혈액형이 RH- 혈액형이기 때문이야. 내 혈액창고로 쓰려고 접근한 거라고. 아니었음 널 누가 거들떠보기나 했겠어?”
나는 망치로 얻어맞은 듯 멍해졌다. 문시윤의 다정함도, 따뜻함도 전부 가짜라니. 목적은 오직 나더러 공짜로 이수희에게 헌혈하게 만들기 위함이었다니.
이수희는 봉지 하나를 꺼내 보였다. 거기엔 조금 전 방금 뽑아 간 내 피가 들어 있었다.
“이게 방금 네가 나한테 준 피야. 색깔 참 예쁘네.”
그러더니 봉지를 풀어 쓰레기통에 줄줄 쏟아버렸다. 이수희는 잔혹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대로 말해줄게. 난 혈우병 같은 거 없어. 네가 준 피는 매번 이렇게 쓰레기통에 버려졌다고, 멍청아!”
화가 폭발한 나는 병상에서 벌떡 일어나 이수희에게 달려들어, 두 손으로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
“이수희, 넌 반드시 지옥에 떨어질 거야!”
“신아리, 지금 뭐 하는 짓이야!”
그때 문시윤이 갑자기 병실로 들어오더니, 나를 거칠게 밀쳐냈다.
방금 유산 수술을 치른 뒤라 기력이 없던 나는 그 충격에 책상 모서리에 부딪혀 뼈가 아릴 만큼 고통스러웠고, 눈물이 비 오듯 쏟아졌다. 그래도 겨우 일어나 이수희를 가리키며 간신히 말했다.
“문시윤, 이 여자 혈우병 따위 걸린 적 없어. 줄곧 널 속여 온 거야. 내가 준 피도 쓰레기통에 버렸다니까! 저기, 쓰레기통을...”
“됐어, 신아리. 넌 점점 정도가 지나치네. 감히 수희를 모함해?”
문시윤은 내 말을 끊으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나는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그러다가 문득 허탈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쓰레기통이 바로 코앞에 있는데도, 그는 한 번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냥 내가 무조건 잘못했다고 단정 지을 뿐이었다.
문시윤의 이런 행동에 내게 더는 아무런 희망도 남지 않았다.
나는 그를 미치도록 사랑했었다. 그가 내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러나 모든 건 어리석고 가혹한 웃음거리일 뿐이었다.
“문시윤, 우리 이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