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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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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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주서예는 재발한 암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며 남편에게 간절히 애원했다. “제발,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그러나 남편은 그녀를...

Chương (1)

第1章

늦은 밤, 주서예는 재발한 암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며 남편에게 간절히 애원했다. “제발,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그러나 남편은 그녀를 외면한 채 서슴없이 첫사랑에게로 향했고, 차가운 한마디를 남겼다. “네 연기가 점점 더 실감나는데?” 그녀가 바쳐온 지난 10년의 사랑은, 결국 비수가 되어 돌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의 첫사랑이 교통사고를 당했고, 생명을 구하려면 긴급한 심장 이식이 필요했다. 서예는 주저 없이 자신의 심장을 내어주었다. 그렇게 생을 마감한 그녀. 그러나 서예가 사라지자, 한때 그녀를 철저히 외면하던 남편은 서서히 무너져 갔다. 미쳐가기 시작했다. 제1화 깊은 밤, 주서예는 손으로 은근히 아파오는 배를 문지르며 힘겹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고통으로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간헐적인 통증으로 인해 도저히 움직일 수 없어서 가만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문 밖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발자국 소리가 들렸는데 문구현 같았다. 그녀는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문고리를 꽉 잡고 문을 열었다. “구현 씨.” 구현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서예의 마음이 아팠다. 구현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며 냉정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제 오는 거야? 밥은 먹었어?” 서예는 구현의 눈치를 보며 최대한 조심스럽고 부드러운 목소리와 말투로 물었다. 그러나 구현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며 그대로 다시 돌아서 갔다. 남자의 반응에 서예의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 서예는 비틀거리며 구현을 따라잡아 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녀는 입술을 물어 피가 날 지경으로 복부의 통증이 심해져 거의 숨을 쉴 수도 없었다. “이거 놔!” 구현의 눈빛에 사나운 기색이 짙게 보였다. 서예는 그 순간 소매를 잡은 손의 힘을 빼며 그의 옷자락 끝을 조금 잡았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 “구현 씨, 나 배가 너무 아파서 그런데... 너무 늦었지만, 병원에 좀 데려다 줄 수 있을까?” 만약 낮이었다면 서예는 구현을 절대 귀찮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구현은 돌아서서 고개를 숙여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서예, 너 연기실력이 점점 느네? 나한테 보여주려고 연습 많이 했나 봐?” 구현은 소매를 잡아당겨 서예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손을 들어 그녀의 턱을 붙잡았다. “네가 나를 배신한 그날부터 난 너를 평생 용서하지 않기로 맹세했어. 그러니...” 구현은 잔인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냥 죽어 버려.” 서예는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멈춘 듯 온몸을 떨었다. 그러나 구현은 더 이상 그녀에게 아무 관심 없다는 듯 바로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뱃속에서 칼날이 찌르는 듯한 고통이 느껴진 서예는 그대로 땅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힘겹게 휴대폰을 꺼내 119에 전화를 걸었다. ... J병원, 병원 입구에는 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매우 분주했다. 서예는 검사표를 들고 초점 없는 두 눈을 뜬 채 병원 벤치에 앉아있었다. 검사 결과는 대장암 말기였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결과에 서예는 정주를 찾았다. 최정주, 그는 서예의 대학 선배이자 현재 위장과 전문의였다. 서예는 충혈된 두 눈을 하고 간신히 정주를 향해 웃음을 지었다. “정주 선배.” 검사표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이 내가 대장암 말기래.” 서예는 애원하듯 정주를 바라보았다. “선배가 다시 한번 살펴줘. 선생님이 잘못 본 게 아닌지.” 정주는 서둘러 검사표를 받아 들고는 자세히 보면서 서예를 위로했다. “알았어, 서예야, 너무 초조해하지 마. 내가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볼게. 일단 침착하게 기다려. 만약 결과가 좋지 않아도 내가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곧 서예는 다시 검사실로 불려 갔다. 검사 결과는 처음 진단과 동일했다. ‘정말 대장암 말기라니!’ 서예는 멍하니 앉아 입을 열었다. “나 얼마나 더 살 수 있어?” 정주는 서예 앞에 쪼그려 앉아 똑바로 쳐다보며 그녀의 어깨 위에 자신의 손을 올리고 말했다. “서예야, 걱정 마. 내가 널 살릴 거니까.” 정주의 눈빛은 한없어 굳건했지만 서예의 눈에서는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 “암이라니. 내가 암에 걸리다니.” 서예는 얼굴을 감싸고 울음을 터뜨렸다. 정주는 손으로 서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소리 없이 그녀를 위로했다. 마치 너무 곪아 회복할 수 없는 서예와 구현의 결혼처럼 서예의 병 역시 회복이 불가능했다. 실내가 어두웠지만 서예는 불을 켜기 싫어서 그대로 소파에 혼자 앉아 있었다. 새벽녘에 차가 주차하는 소리가 들렸다. 곧 문이 열리고 구현이 집으로 들어왔다. 그는 더듬어 불을 켰고, 소파에 나무토막처럼 가만히 앉아 있는 서예를 발견했다. 구현은 냉정하게 서예에게서 시선을 거두더니 넥타이를 풀고 위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다. “구현 씨.” 서예가 구현을 불렀다. 하지만 그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순간 서예는 자신도 모르게 손톱이 손바닥을 세게 찌를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는 구현의 낯익은 뒷모습을 보고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구현 씨, 우리 이혼해.” 그러자 구현은 서예가 바라던 대로 걸음을 멈췄다. 구현은 돌아서 천천히 서예에게로 다가갔고 그제야 서예는 그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서예는 구현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이 사람이 내가 지난 10년 동안 사랑한 남자야.’ ‘이제 지난 10년 동안의 우리의 사랑은 구현 씨에게는 증오로, 내게는 죽을병으로 남게 되었어.’ ‘그래도 난 구현 씨를 원망하기 싫어.’ “오늘도 연기하는 거야? 가만히 있으면 죽겠나 보지? 또 이건 무슨 농간인데?” 서예는 일어나 이혼합의서를 찾으려고 가방에 손을 넣었다. 가방 안에 있는 진통제 병에 손이 닿았을 때는 순간 그녀의 눈빛이 멍해졌다. 그녀는 이혼합의서를 꺼내고는 말없이 가방을 닫았다. 그리고는 구현에게 다가가 이혼합의서를 건넸다. “난 이미 서명했어.” 서예는 최대한 감정을 숨기려고 노력했다. “당신 이수와 결혼하고 싶어 했잖아.”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계속 말했다. “구현 씨, 그 소원 내가 들어줄게.” 만약 서예가 구현이 심이수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면, 그녀는 죽어도 그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원래 서예가 기대한 구현과의 행복한 결혼 생활은 그저 희망일 뿐, 영원한 건 없었고 뜻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는 그저 서예의 일방적인 바람이었다. 제2화 구현은 이혼합의서를 받아 들고 서예가 한 서명을 한 번 살펴보았다. 그는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으로 이혼합의서를 서예 어깨에 두드리며 말했다. “서예, 너는 의학을 배울 것이 아니라 금융을 배워야 했어.” 구현은 몸을 숙여 싸늘한 눈빛으로 서예를 바라보았다. “나랑 이혼하면 우리 집안 재산을 얼마나 나눌 수 있는지 계산이라도 했나?” 서예는 순간 멍해졌다가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난 지금까지 당신 돈을 원한 적이 없어.” 구현은 매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예를 노려보았고, 얇은 입술의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아무런 감정도 없이 말했다. “역시 주서예, 서예 넌 항상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자지.” “너의 이런 어설픈 수작질이 어떻게든 우리 문씨 집안에 계속 남아서 조금이라도 챙겨보려고 연기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네가 어찌하든 결국 주씨 집안은 파산할 거야.” “게다가 내가 실의에 빠져 있을 때 곧바로 다른 사람을 찾는 너 같은 천박한 여자가 스스로 고생을 자처한다고? 말도 안 되지.” 구현의 심하게 비꼬는 말을 듣고 서예는 자신의 몸이 떨려오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구현은 한기가 가득한 눈으로 그대로 서예를 무시하고 돌아서 가려고 했다. 서예는 재빨리 두 팔을 벌려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당신 이수 좋아하잖아? 도와주겠다는데 왜 그래? 정 못 믿겠으면 합의서에 추가해도 좋아. 단 한 푼도 당신의 것을 원하지 않으니까.” “그래. 난 이수를 좋아해.” 구현은 가느다란 눈으로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 “그래서 난 그 사람을 최대한 멋지게 내 아내로 맞이할 거야.” 구현은 위층으로 올라갔고 곧 세게 문 닫는 소리가 났다. 서예는 마음속에서 씁쓸함을 느끼며 돌아서서 땅바닥에 떨어진 이혼합의서를 주웠다. 잠시 후 전화 소리가 울려 받았는데 서예의 어머니 양은선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서예의 아버지가 위중한 상태로 지금 혼수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것이었다. 서예는 서둘러 병원에 갔고, 그제야 양은선에게서 주씨 집안이 곧 파산할 것 같다는 것과 아버지가 그 때문에 충격으로 쓰러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그녀는 문득 구현이 한 말이 생각났다. ‘이혼하면 우리 집안 재산을 얼마나 나눌 수 있는지 계산이라도 했나?’ ‘어쩐지 구현 씨는 이미 벌써 주씨 집안이 파산할 것을 안 거야.’ 양은선은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냘픈 서예의 팔을 꽉 쥐었다. “서예야, 구현이에게 가서 좀 도와달라고 해봐. 조금의 자금만 있으면 아버지의 회사는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 네가 아내인데, 설마 구현이가 모른척하겠어? ” “그 사람은 지금 저를 죽도록 미워하는데요?” 서예는 암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조금의 자금도 주지 않을 거예요.” 양은선은 서예의 뺨을 때리며 소리쳤다. “넌 네 아버지가 이대로 죽는 꼴을 보고 싶어? 넌 왜 이렇게 쓸모가 없어?” 서예는 눈앞 양은선의 모습을 보고 입술을 부르르 떨고 온몸이 오싹해지는 걸 느꼈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어머니도 있다는 걸 들은 적 있지만, 그게 우리 어머니 일 줄이야. 내 감정은 전혀 상관하지도 않고 그저 날 돈줄로만 여기다니.’ 이전에 문씨 집안에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육정재는 어떻게 서예가 사는 집을 알았는지 그녀를 찾아왔다. 그는 양은선의 이상한 동영상을 서예에게 보여주며 자기와 함께 바다로 여행을 떠나 요트에서 3일 동안 기분전환을 하자고 했다. 그는 서예에게 함께 가기만 하면 영상을 비밀로 해주겠다고 말했다. 또한 서예에게 구현을 버리면 큰돈을 써서 구현의 빚을 갚아주고 눈앞의 난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도 했다. 구현이 어려워하는 모습을 지켜봐 왔던 서예는 초조하기만 했고 그를 도울 방법을 찾던 중이었다. 그때 서예는 구현을 도울 수만 있다면, 구현이 자신을 오해해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육정재에게서 돈을 받아 문씨 집안의 자금 문제 해결을 도왔다. 또 매몰찬 말로 구현의 마음에 상처도 주었다. 하지만 구현과의 인연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몸이 병약해 오랫동안 누워 계신다고 들었던 구현의 아버지 문태규가 서예를 찾아왔다. 문태규는 서예에게 구현과 결혼하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서예의 어려움과 그녀가 문씨 집안을 도운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때 서예는 결혼을 승낙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날 양은선은 문씨 집안에서 보낸 많은 예물을 받았다. 문태규는 자신의 병을 핑계로 구현에게 서예와의 결혼을 강요했다. 그때부터 구현은 서예를 무섭게 미워하기 시작했다. 병실을 나선 서예는 또다시 진통제 한 알을 삼켰다. 그녀가 고개를 돌렸을 때 옆에 환자복을 입은 여자 하나가 보였다. 그녀는 흰 피부에 둥글고 큰 두 눈과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몸매는 날씬했다. ‘심이수.’ 구현이 지금 좋아하는 여자이자, 애초에 서예의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했다. 서예는 그대로 눈을 돌려 모른 척 가려고 했다. “서예야.” 이수가 그녀를 불렀다. 이수는 웃으면서 서예 앞으로 다가와 거만하게 말했다. “너희 집안 망했다던데 아직 넌 괜찮나 봐? 방금 전 먹은 약은 뭐야? 어디 아픈 거야? 아주 불행이 겹쳤구나.” 서예는 냉랭하게 이수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상관 말고 꺼져.” 이수는 화를 내지 않고 무심히 말했다. “넌 정말 구질구질해. 구현 씨가 널 원하지도 않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곁에서 매달리다니.” 이수가 득의양양한 눈빛으로 계속 말했다. “그거 알아? 요 며칠 동안 구현 씨는 줄곧 내 곁에서 나와 함께 있었다는 거?” “왜? 그러니까 구현 씨 아내라도 됐나 싶어?” 서예는 불쾌했지만 참고 말했다. “가서 구현 씨에게 나와 이혼이나 하라고 해.” 이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너 설마 아직도 구현 씨가 너를 사랑해서 이혼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그녀는 크게 웃었다. “순진하기는.” “구현 씨는 네게 복수하려고 이러는 거뿐이야.” “실컷 가지고 놀다 질리면, 그저 쓰레기처럼 버려질 거라고.” 이수는 서예의 귓전에 대고 시큰둥하게 말했다. “아, 참, 구현 씨는 여태 너를 건드린 적도 없지?” 분노로 서예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서예는 눈을 들어 이수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왜 그런지 알아?” 이수의 손톱이 서예의 얼굴 위를 천천히 스쳐 지나갔다. “왜냐하면 네가 더럽다고 싫어해서 그런 거야. 이전에 네가 대신 갚았던 문씨 집안의 빚, 그 돈 육정재가 네게 준거 맞지?” “말 다했어? 다 했으면 이제 그만 꺼져.” 서예는 이수의 손을 뿌리치며 소리쳤다. 그런데 그 순간 이수가 땅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제3화 이수의 뒤쪽에서 달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나더니 곧이어 구현이 나타나 이수를 품에 안았다. 그는 이수를 안고 일어나 아직도 놀라서 서있는 서예를 노려보았다. 구현의 눈빛은 뼈가 시릴정도로 차갑기만 했다. 이수는 구현을 보호하려다 다쳤는데 몸의 뼈가 아물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방금 전 넘어지면서 뼈가 또다시 어긋났다. 구현은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이수를 안아 그대로 응급실로 갔다. 깊은 밤, 집. 구현은 서예의 침실 문을 박차고 들어와 이불을 확 잡아당겨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너 왜 이렇게 악랄해?” “내가 뭐가 악랄한데?” 눈앞의 구현을 보자 그녀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면 차라리 나를 그냥 목 졸라 죽이지 그래?” 서예는 눈물 어린 눈으로 구현을 바라보며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 “나는 지금껏 당신을 배신한 적이 없어. 나는 육정재와 잔 적이 없다고.” 갑자기 복부의 통증이 심해져 서예의 몸이 떨렸다. 구현은 서예를 노려보다가 잠시 후 웃었다. “넌 내가 그때처럼 속을 줄 알았어?” 구현의 눈빛에 분노가 가득해졌다. “육정재가 어떤 놈인데? 그놈은 만나기만 하면 네가 좋다고 했어. 네가 그놈을 따라가지 않았다면 그놈이 과연 돈을 줬을까? 육씨 집안사람들은 하나같이 나쁜 놈들이야.” 서예는 고통에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고 필사적으로 호흡을 했다. ‘알아, 당신이 나를 믿지 않을 거라는 거.’ 그녀는 마지막으로 애써 입을 열어 말했다.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면 그렇게 생각해.” 서예는 구현을 밀치고 일어나 기분 나쁜 분위기의 방에서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구현은 오히려 그대로 서예를 내리눌렀고, 그녀는 몸부림을 쳤다. “구현 씨, 뭐 하는 거야? 이거 놔!” 구현은 서예의 귓가에 몸을 숙이더니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며 말했다. “내가 널 건드리고 싶은 줄 알아? 난 더러운 건 딱 질색이야.” 구현은 단추를 하나씩 풀면서 자신의 건장한 근육을 훤히 드러냈다. “그런데 네가 잔 적이 없다며?” 그의 웃음은 마치 지옥에서 온 악마 같았다. “내가 확인해 주지.” 서예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손으로 미친 듯이 구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하지만 남자의 힘을 여자인 서예가 이길 수는 없었다. 섬뜩한 전율이 휘몰아치더니 서예의 복부 통증은 마치 칼로 배를 찌른 듯이 커져 같다. 너무 아픈 나머지 그녀는 순간 몸을 웅크렸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이제 와서 연기하는 거야?” 구현이 냉정하게 말했다. “난 아직 널 건드리지도 않았어.” “아파.” 서예는 심하게 몸을 떨며 말했다. “배가 너무 아파.” ‘진통제, 진통제가 어디 있지?’ 서예의 머릿속은 온통 진통제 생각뿐이었고 힘껏 발버둥을 쳐 구현을 밀어냈다. 구현은 잠시 방심했다가 그대로 몸이 밀려나 다리가 침대 머리맡에 부딪혔다. 그러자 그 위에 놓여 있던 가방이 떨어지면서 그 안에서 약병과 함께 물건들이 쏟아졌다. 서예가 당황한 얼굴로 주우려고 했지만 구현이 먼저 떨어진 종이를 주웠다. 종이 마지막에 대장암 말기라는 글자가 한눈에 보였다. 구현은 복잡한 표정으로 서예를 바라보았다. 서예는 그 순간 물에서 건져진 물고기처럼 힘없이 침대에 웅크리고 있었다. 구현은 몸을 굽혀 약병 하나를 주워 살폈다. 잠시 후 그는 냉정하게 콧방귀를 뀌며 검사표와 약병을 바닥에 내던졌다. “정말 가지가지 한다.” 구현은 차갑게 말을 했다. “네가 이런 것들을 위조해서 보여주면 내가 너를 불쌍하게 볼 거 같았어?” 구현은 몸을 숙여 정성껏 서예의 땀을 닦아 주는 척했다. “넌 이수가 아니야. 어디서 어설프게 흉내야? 그리고 설사 네가 죽더라도 난 아무렇지도 않아.” 구현이 나가자 서예는 침대에 누운 채 구현이 바닥에 던진 약병을 주웠고, 물도 없이 약 한 알을 꺼내 삼켰다. 한 시간 후 복부의 고통이 점차 가라앉았다. 서예는 희끗희끗한 천장을 보고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흐르는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휴대폰 벨이 울리자 그녀는 이마의 땀을 닦고 휴대폰을 귀에 대고 전화를 받았다. [서예야, 구현이에게 돈 좀 부탁했어?] 또 양은선이었다. 서예는 힘없이 소리쳤다. “난 구현 씨에게 돈을 달라고 하지 않을 거예요.” [그럼 육정재한테 가서 달라고 해. 그놈이 계속 널 좋아했잖아?] 양은선은 다급했는지 목소리가 갑자기 날카로워졌다. 서예는 손으로 자신의 옷자락을 꽉 잡고 힘겹게 말했다. “내가 모를 줄 알아요?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진심인지?” 양은선은 순간 멈칫하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전에 육정재가 손에 들고 있던 동영상을 떠올리고 서예는 붉어진 눈가를 문지르며 말했다. “원성현.” 양은선의 내연남 이름이었다. 서예의 말을 듣고 양은선은 아무 말이 없었고, 몇 초 후 전화를 끊었다. ... 정주는 서예에게 입원을 권유했지만 그녀는 그것을 거절했다. ‘약을 많이 처방받았으니 한동안은 버틸 수 있을 거야.’ 서예가 집에 도착했을 때 구현이 급하게 어디론가 뛰쳐나갔다. 그년 지금껏 그가 이렇게 조급해하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 가사도우미가 서예에게 이수가 사고를 당했다고 알려주었다. “검사를 했는데 심부전이 심하다고 했어요.” 그 소리를 듣고 서예는 자신도 모르게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병원 복도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구현과 마주쳤다. 검은 셔츠의 검은 정장 바지를 입은 그는 약간 헝클어진 머리에 눈가는 약간 붉었고 얇은 입술을 굳게 닫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매우 슬프고 마음 아픈 모습이었다. ‘하긴 구현 씨가 이수를 그렇게 좋아하니.’ 서예는 이미 죽을 운명이었기에 구현을 위해 뭔가를 더 하고 싶었다. 그래야 적어도 그녀가 죽은 후 구현이 더 이상 자신을 미워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음 생에는 우리 다시 만나지 말자.’ 구현 쪽에서 긴급하게 심장 기증자를 찾았다. 의사가 이수가 오래 못 버틸 거라고 했기 때문이다. 서예는 장기 기증 계약을 체결하고 몰래 조직 검사를 진행했다. 그녀는 병원을 나서면서 가방에서 약을 꺼내 쓰레기통에 버렸다. ‘이제 이런 것은 필요 없어.’ “서예 아니야?” 익숙한 소리에 순간 서예의 몸이 굳어졌다. 이어서 큰 손이 거칠게 그녀의 어깨를 눌러왔다. 제4화 한 남자가 서예가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이목구비가 뚜렷했고 몸집이 크며 잘 웃었지만 그의 웃음은 서예로 하여금 볼 때마다 소름 끼치게 했다. 그녀는 상대의 목에 거친 흉터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육정재.” 서예는 눈을 감고 힘없이 그의 이름을 말했다. 육정재는 서예를 향해 웃으며 목에 난 흉터를 가리켰다. “문구현이 한 짓이야. 내가 이걸 어떻게 복수해야 할까?” 문득 3년 전 육정재가 한 말이 떠올랐다. “만약 네가 나와 함께 가지 않으면 난 문구현을 죽일 수 도 있어.” 만약 문씨 집안에 일이 생기지 않았다면 서예는 육정재의 말이 전혀 두렵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육씨 집안의 사업은 그 세력이 점점 커지고 있었고 문씨 집안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육씨 집안의 말 한마디로 구현은 실의에 빠질 수 있었고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서예는 가볍게 웃었다. “육정재, 넌 당해도 싸.” 육정재는 의외라는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뭐지? 문구현을 믿고 이러는 건가? 내가 알기로 문구현은 네 친구인 심이수와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들었는데?” 서예는 육정재와 더 이상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몸을 돌려 가려고 했을 때 순간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 집, 정문 앞. 서예가 의식을 회복했을 때, 그녀의 복부는 여전히 은근하게 아팠다. 너무 피곤해서 눈을 뜨고 싶지 않았지만 구현과 정재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구현이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육 대표님, 용기 아주 대단하시군요. 무슨 일로 감히 직접 여기까지 온 거죠?” “서예를 데려다주려고요. 잠들었거든요.” 정재가 건들거리며 대답했다. “네? 잠이 들었으면 대표님 집에나 데려가지 뭐 하러 제가 있는 곳으로 왔어요? 대표님은 서예가 내 뭐라도 되는 줄 아시나 봐요? 전 지금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해요. 함께 있어 주든 알아서 하세요.” 구현의 무관심한 목소리가 들렸고, 이어서 자동차 엔진 시동 소리가 들렸다. 서예는 천천히 눈을 뜨고 자동차가 사라지는 방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맺혔다.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리려고 하자 정재가 서예의 손을 잡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너 지금 아프잖아. 나와 함께 가자.” 정재가 애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서예는 대답하고 싶지 않아 그의 손을 밀치고 차에서 내렸다. 정재는 벤틀리의 차창을 내렸다. “서예야, 문구현은 너에게 전혀 관심이 없어. 아마 지금 100% 병원으로 심이수를 보러 갔을 거야. 못 믿겠으면 차에 다시 타던지, 내가 확인시켜 줄게.” “나와 아무 상관없는 일이야.” 서예는 등을 곧게 펴고 천천히 집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정재의 초조하고 불안한 듯한 작은 목소리의 욕설과 핸들을 힘껏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밤이 되었다. 서예는 꿈결에 자신의 침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잠이 덜 깬 상태로 일어나려는데 술냄새가 풍겨왔다. 상대의 몸에서 술 냄새가 심하게 났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바깥의 달빛이 집안으로 스며들어 서예는 상대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구현 씨.” 순간 잠이 달아났다. 구현은 서예의 목과 어깨 사이에 얼굴을 묻고 그녀의 다른 어깨에 손을 얹었다. 서예가 손을 들어 구현의 목을 감쌌지만 그는 거부하지 않았다. 그녀는 의외라고 생각하며 잠시 가만히 있었다. “서예야.” 구현이 갈라진 목소리로 서예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응.” 서예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녀는 손으로 구현의 얼굴을 받쳐 들었다. ‘이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남자, 문구현.’ 구현은 고개를 숙이고 서예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서예는 그의 그윽한 눈동자와 긴 속눈썹 그리고 그 옅은 쌍꺼풀까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구현은 자조 섞인 눈빛으로 가만히 입을 열어 말했다. “주서예, 왜 아픈 사람이 네가 아니야?” “죽을 사람이 네가 아닌 건데?” “그만해.” 서예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그의 말을 듣고 눈빛이 어두워졌고,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하듯 말했다. 공허한 눈빛의 구현은 서예 곁에서 작은 소리로 계속 중얼거렸다. “3년 전 그 비 오는 밤, 네가 전화로 헤어지자고 해서 난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어. 그때 차에 치여 죽을 뻔했지만 이수가 나를 밀치고 대신 차에 치여 날아갔지. 이수는 그 사고로 온몸의 뼈에 큰 상처를 입었고, 3일 동안 응급처치를 하고서야 겨우 죽을 위험에서 벗어났어... 주서예, 넌 어떻게 내게 이렇게 떳떳해? 넌 뭐가 그리 떳떳한 건데?” 구현은 가볍게 말을 했지만 그의 말은 마치 화살처럼 서예의 마음을 꿰뚫었고 순식간에 그녀의 마음을 죽을 만큼 아프게 했다. 지금 구현의 눈빛에는 특별히 서예에 대한 깊은 원한은 없었지만 그래서 그런지 그의 말이 서예에게 더욱 뼛속까지 차갑게만 느껴졌다. ‘나에 대한 미움조차 없다고? 대체 난 구현 씨에게 뭐지?’ 서예가 눈을 감자 눈가에서 눈물 한 방울이 나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구현 씨, 그거 알아? 나도 이제 얼마 살지 못해.’ ‘당신의 소원대로 해줄게. 영원히 당신에게서 사라질 거야. 그러면 당신이 좋아하겠지?’ 구현은 너무 취해 몸을 뒤척이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서예는 다리를 오므려 안고 밤새도록 멍하니 앉아 있었다. 따뜻한 햇살이 하얀 커튼을 통해 집안으로 뛰어들자 서예는 굳어버린 몸을 이끌고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깨어나지 않은 구현을 두고 방을 나왔다. 서예는 화장실에 쪼그리고 앉아 돌아가는 세탁기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러다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즉시 일어섰다. 구현이 그녀의 허리를 팔로 감싸자 귓가에서 뜨거운 김이 느껴졌다 구현이 큰 손으로 서예의 턱을 들어 올렸다. 아직 술이 다 깨지 않았는지 구현의 흐리멍덩한 눈과 붉은 볼이 서예의 눈에 들어왔다. “어젯밤...” 서예는 어색하게 웃으며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당신 술을 많이 마셔서 내 침대에 토했어.” 구현은 말없이 손을 거두었다. “아침 좀 먹을래? 내가...” 서예는 고개를 숙여 시선을 피하며 자신의 마음을 감추었다. 구현은 바로 손사래를 쳤다. “됐어, 난 이수를 보러 병원에 가야 해.” 순간 그녀의 얼굴의 웃음이 굳어졌다. “그래. 가봐.” 그때 휴대폰에서 신호음이 울렸다. 서예는 고개를 숙여 구현의 시선을 피하며 메시지를 확인했는데 조직 검사 결과였다. 제5화 ‘이수에게 내 심장을 이식할 수 있다고?’ 서예는 고개를 들고 감격스러움을 감추며 가고 있는 구현에게 소리쳤다. “잠깐만.” 구현이 고개를 돌리자 서예는 그를 향해 엷은 미소를 지었다. “잠깐만 기다려.” 말을 마친 후, 서예는 그대로 위층으로 뛰어 올라가 조그만 선물 상자를 들고 쏜살같이 다시 내려왔다. “이건 당신 선물인데, 넥타이야.” 서예의 장이 순간적으로 뒤틀리기 시작했지만 표정에는 조금의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구현이 넥타이를 한번 보더니 말했다. “내가 오늘 입은 정장과 이 넥타이는 어울리지 않아.” 서예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괜찮아. 나중에 매 봐, 나중에. 아마 난 이제 당신에게 이런 물건을 줄 기회가 없을 테니까.” 구현은 잠깐 멍하니 있었다. 예전이라면 망설임 없이 서예가 준 물건을 버렸지만 오늘 그는 천천히 선물 상자를 받아 들더니 그윽한 눈으로 서예의 눈을 바라보았다. 서예가 고개를 숙이고 구현의 시야에서 벗어나자 구현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몸을 돌려 떠났다. S병원. 서예는 병상에 누워 있었는데 불과 보름 만에 살이 무섭게 빠져버렸다. 휴대폰 벨이 울리자 간호사가 휴대폰을 그녀 앞으로 건넸다. 발신자의 이름을 본 그녀의 눈에 웃음기가 돌았다. ‘3년여 만에 처음으로 구현 씨가 먼저 내게 전화를 했네.’ 구현의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었던 서예는 부르르 떨며 산소마스크를 벗고 전화를 받았다. ... 통화가 끝나고 휴대폰이 서예의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간호사가 허둥지둥 다시 산소마스크를 해주었지만 서예는 눈앞이 아찔했다. 병상 옆에서 그녀의 손을 힘껏 잡고 눈물을 참는 정주에게 서예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선배, 내일 뜨는 해도 보고 싶고, 이렇게 전화도 다시 받고 싶고, 나...” 하지만 서예는 자신의 소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서예는 이어서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고 뜻밖에도 영혼이 몸에서 나와 천장으로 날아갔다. 그녀는 정주가 뼈만 남은 자신의 몸을 안고 큰소리로 우는 것을 바라보았다. “서예야, 안돼, 서예야, 가지 마... 난 아직 네게 할 말 있단 말이야. 난...” 그 후 정주는 소리를 듣고 달려든 다른 의사에 의해 밀렸고 의사는 서예를 긴급하게 수술실로 데려갔다. 동시에 이수도 수술실로 들어오면서 ‘수술중’등이 켜졌다. ‘난 이렇게 가는구나. 이번 생은 실패였어. 딸로서 아내로서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어. 내 몸 하나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어.’ ‘원래는 구현 씨와 함께 작은 가족을 잘 꾸리고 싶었는데. 귀여운 아이 둘을 낳아서 가족끼리 히말라야를 탐험하러 가고, 그렇게 아이들은 커가고, 성인이 된 아이들은 우리와 함께 천천히 늙어가는...’ ‘난 이렇게 떠나지만 구현 씨라도 원하는 걸 이루길 바래. 사랑하는 사람과 백년해로해. 다음 생에는 우리 다시 만나지 말자.’ 그의 이름은 문구현, M그룹 대표였다. 처음 주서예를 보자마자 그의 마음은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서예의 눈웃음, 그녀의 모든 것이 구현에게는 너무 아름다워 보였고, 구현은 그녀를 죽을 때까지 사랑하리라 맹세했다. M그룹이 경영난을 겪자 구현을 사랑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서예가 문씨 집안을 모함한 육정재를 따라 바다로 가서 요트 여행을 즐기는 일이 벌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여러 가지 이유로 구현과 서예는 결혼했다. 구현은 서예에 대한 처음 사랑을 깊이 묻고 끊임없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되었다. 그러나 구현은 자신이 젊음 한때 느꼈던 깊은 사랑을 잊을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 사랑은 마음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 하늘을 찌를 듯한 큰 나무로 자란다는 것을... 이수의 몸이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았을 때, 구현은 갑자기 병원으로부터 한 불치병 환자가 이수의 조직과 일치해서 심장을 기증할 의향이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구현은 이수가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미친 듯이 기뻤다. 그는 심장 기증자에게 어떻게든 감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상대 쪽이 자신의 개인 정보를 공개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구현은 심장을 구해 이수를 구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겼다. 그러면 그의 마음속의 죄책감이 조금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구현은 자신이 이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때문에 지금의 몸상태가 되었고 그래서 구현은 반드시 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했다. ‘난 서예의 배신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 ... 유럽 쪽 업무에 문제가 생겨서 구현은 한 달 동안 해외에 나가 문제를 직접 처리해야 했고, 그래서 이수의 일은 따로 비서에게 맡겼다. ... “문 대표님, 사모님 아버지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합니다.” 회의실에서 막 나왔을 때, 비서인 기승연 실장이 보고했다. “얼마가 필요하데?” 구현이 짜증 난 목소리로 물었다. 기승연이 즉시 말했다. “병원에서는 대략 1억 정도 이야기합니다.” “병원에 입금하세요.” 구현은 호텔로 돌아와 소파에 누워 쉬었다. 그는 마음 한구석이 늘 무엇인가 부족한 것 같았다. 카카오를 열어 서예와의 채팅창을 살폈다. 이번에 구현이 F국에 올 때, 서예는 그에게 아무런 카카오 메시지도 보내지 않았다. 창을 위로 올리며 하나하나 메시지를 확인했는데 모두 서예의 일상적인 잔소리였고, 구현은 거의 답을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중병에 걸렸는데, 왜 내게 아무런 말이 없었지?’ 구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채팅창을 끄고는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서예는요?” 가사도우미가 공손하게 말했다. [며칠 전 사모님이 친정에 가셨는데, 대표님 돌아오시면 그때 돌아오신다고 했어요.] 구현은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예는 매우 겁이 많아서 밤에 천둥이 치거나 아플까 봐 무서워 큰 집에 혼자 있는 것을 꺼려했다. F국에서의 출장이 15일째 되는 날, 병원에서는 수술 계획을 확정했고, 이수도 여러 차례 검사를 받았는데 수술에 지장이 없었다. 구현은 이수에게 심장을 기증한 사람이 건강이 좋지 않아 앞으로 보름도 못 살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증자는 대장암이 심하다고 했다. 그 순간 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대장암?’ ‘지난번 서예의 검사표에도 대장암으로 나와 있었는데?’ 단지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했지만 왠지 구현의 마음 한쪽에서 걱정이 되었다. 그는 즉시 서예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몇 번 울리고서야 겨우 연결되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조용히 말했다. “다음 달 7일에 돌아갈 거야. 너도 7일에 집으로 돌아와. 그리고, 음, 우리 가정법원에 가서 이혼 수속을 밟자.” [그래.] 서예가 구현의 말에 빨리 대답하자, 구현도 그녀가 좀 이상하다고 느꼈다. [구현 씨, 나 좀 졸려서, 더 자야겠어.] 구현은 통화하는 서예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다고 느꼈는데, 시계를 보니 국내는 지금 아침 7시였다. 그는 단순히 서예가 잠에서 들깨 졸릴 거라고 생각했다. 참 이상하게도 이번에 구현은 서예에게 화를 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비웃지도 않았다. 아마 자신들의 결혼 생활이 곧 끝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구현은 뭔가 마음이 불안했다. 그는 원래 보름이 걸려서 끝내야 할 일을 일주일 안에 끝냈다. 그리고는 가장 빨리 귀국하는 비행기를 예약했다. 공항에 가기 전, 구현은 불현듯 어떤 생각이 떠올라서 여행 가방에서 서예가 내게 준 넥타이를 꺼냈다. 진한파란색넥타이가 오늘 그가 입은 정장과 특별히 잘 어울렸다. 그렇게 구현은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리고 휴대폰을 끄기 전에 병원에서 온 메시지를 받았다. [문 대표님, 기증자께서 위독합니다. 아무래도 이수 씨의 심장 이식 수술을 곧 진행해야 할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