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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전화를 끊은 엄마
내 아들 준우는 땅콩을 잘못 먹고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다. 나는 집에 있던 항히스타민제를 모두 버리고, 남편이 걸었던 119 응급 전화마저 ...
Chương (1)
第1章
내 아들 준우는 땅콩을 잘못 먹고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다.
나는 집에 있던 항히스타민제를 모두 버리고, 남편이 걸었던 119 응급 전화마저 끊어버렸다.
그리고 눈앞에서 준우가 호흡 곤란으로 질식사하는 것을 지켜봤다.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이번 생의 결말이었다.
하지만 이전 생에서, 준우가 호흡 곤란 증상을 보였을 때, 나는 곧바로 차를 몰아 병원으로 데려갔었다.
긴급한 치료 끝에 준우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나를 뒤쫓아 병원으로 온 시어머니는 날 향해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너 같은 게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니? 넌 내 손자를 죽인 살인자야!”
나는 황급히 해명했다.
“아니에요, 준우는 무사해요. 치료도 끝났고 곧 퇴원할 수 있어요!”
그러나 내가 의사의 진단서와 퇴원 확인서를 꺼내 보이려는 순간, 그것들은 갑작스레 ‘응급 치료 실패’, ‘사망’이라는 문구가 적힌 사망 진단서로 바뀌어 있었다.
게다가, 조금 전까지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던 준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준우가 있는 곳은 차가운 병원 영안실이었다.
나는 믿을 수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준우는 분명 살아 있었는데...’
진실을 찾기 위해 병원 CCTV를 확인했지만, 모니터 속에서 내가 본 건 끔찍한 현실이었다.
화면 속에서 준우는 애초에 수술실에서 나오지도 않았고, 나 혼자만 아들이 아직 살아 있다고 믿으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는 점점 더 큰 혼란에 빠졌다.
아무도 내 말을 믿지 않았고, 결국 나는 정신이상자로 몰려 정신병원에 갇혔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병원 내에서 발작을 일으킨 사람들이 내게 몰려들었다.
나는 산 채로 이들에게 잔인하게 물어뜯겨 끔찍하게 살해되었다.
제1화
“엄마, 이거 먹고 싶어.”
아들 준우의 부드럽고 애교 섞인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나는 잠깐 멍하니 있다가 아들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고작 세 살인 준우가 유리 진열장 안의 케이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이의 동그란 눈동자엔 케이크에 대한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직원은 나와 아이에게 다가와 환하게 미소 지으며 친절히 설명했다.
“손님, 이건 저희 가게에서 새로 나온 땅콩 맛 케이크입니다. 국내산 유기농 땅콩 함량이 무려 50%나 돼요.”
“위에는 저희가 직접 만든 수제 땅콩 누가를 올렸는데 오늘 남은 건 이게 마지막이에요.”
“엄마, 나 이거 꼭 먹을래.”
준우가 내 다리를 꼭 안으며 고집을 부렸다.
‘엄마가 안 사주면 안 갈 거야’라는 태도가 역력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엔 여러 기억이 물밀듯이 되살아났다.
오늘은 내 생일이었다.
그리고 전생에서, 준우는 땅콩을 먹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다.
그 일이 벌어졌던 시간까지 앞으로 고작 1시간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내가 샀던 건 분명히 딸기 케이크였어. 게다가 준우가 먹는 모든 음식을 몇 번이나 확인하고 또 확인했는데... 왜 그런 일이 벌어진 거지?’
나는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꼬집으며 혼란에 빠졌다.
내 머릿속을 의문이 가득 채우던 그때, 주머니 속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했다.
시어머니가 보낸 음성 메시지였다.
[하정아, 집에 알레르기 약이 다 떨어졌더라.]
[준우가 땅콩 알레르기가 있잖니. 나중에 잘 살펴봐야 한다. 땅콩 들어간 음식은 절대 사지 말고.]
여전히 다정한 시어머니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이것도 전생에서와 똑같은 당부였다.
눈앞의 준우가 환하게 웃으며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얼굴이 전생에서 새하얗게 질린 준우의 모습과 겹쳤다.
‘이번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까?’
내 머릿속에 또 하나의 의심이 스쳤다.
‘...이건 진짜 우연일까?’
시어머니의 메시지에 답하지 않은 채, 나는 천천히 준우를 바라보면서 조심스럽게 준우를 달래는 점원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이거 포장해 주세요. 위에 땅콩 가루를 두 배로 듬뿍 뿌려주시겠어요?”
직원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바삐 움직였다.
곧 땅콩 가루가 듬뿍 올라간 황금빛의 케이크가 완성되어, 더욱 정교하고 매혹적으로 보였다.
준우는 기대 가득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환하게 웃었다.
“엄마 최고야! 엄마 사랑해!”
나는 준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좋아하는 거면 조금 있다가 많이 먹어. 절대 남기면 안 돼.”
“응! 다 먹을게요!”
준우는 세 손가락을 꼿꼿이 세우며 맹세하더니, 기쁨에 찬 얼굴로 나에게 뽀뽀했다.
아이는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양 케이크를 꼭 안고 있었다.
‘준우 너는 아무것도 모르겠지... 네가 한 입만 먹어도, 그게 네 목숨을 앗아간다는 걸.’
...
우리가 집에 도착했을 때, 집 안은 이미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남편 주성언과 시어머니는 방문한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오늘 생일 파티에 온 사람들은 예상보다 많았고, 대부분이 나와 주성연이 함께 알고 지내던 친구들이었다.
“여보, 이제야 왔네.”
주성연은 익숙한 듯 내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어서 가서 새 드레스로 갈아입어. 오늘은 당신이 주인공이잖아. 제일 예쁘게 하고 와야지.”
나는 시선을 살짝 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리고 전생에서처럼, 나는 옷장에 걸려 있던 단 하나의 흰 드레스를 꺼내 입었다.
내가 지퍼를 끝까지 올리는 순간, 밖에서 누군가 소란을 피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무슨 일이야?’
제2화
“준우야, 괜찮아?!”
주성언의 다급한 목소리가 문을 뚫고 방 안까지 울려 퍼졌다.
나는 침착하게 문을 열었다.
시계의 바늘은 정확히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딱 그 시간이야. 전생에서 준우가 쓰러진 바로 그 시간.’
거실로 나가자, 준우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아이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고, 작은 손은 본능적으로 가려운 목을 긁고 있었다.
옆 테이블에는 내가 사 온 케이크가 놓여 있었고, 이미 한 조각이 잘려나가 있었다.
‘땅콩 알레르기... 이게 다시 시작된 거야.’
주성언은 초조하게 여기저기를 뒤적이며 약을 찾고 있었다.
그는 나를 보자 눈에 희망이 깃들었다.
“여보, 준우가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 당신이 항상 약 챙겨서 다니잖아, 그렇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 나한테 약 있어.”
하지만 나는 약을 꺼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준우는 기도가 좁아져서 얼굴이 점점 보랏빛으로 변하자, 시어머니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약이 있으면 빨리 좀 꺼내! 지금 애가 얼마나 힘든데!”
손님 중 한 명이 거들었다.
“그러게요, 지금 애가 이렇게 괴로워하는데, 약이 어디 있는지 빨리 찾아야죠!”
“하정 씨, 약 어디 있어요? 평소 들고 다니는 가방에 있어요, 아니면 옷 주머니예요? 빨리 생각해 봐요!”
“진짜 답답하네요. 다들 어서 약 찾아봐요.”
순식간에 사람들이 준우의 약을 찾기 위해 거실 곳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거실은 이내 혼란 그 자체로 변했다.
‘...다들 이렇게 난리를 치고 있지만, 아무도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묻지 않네.’
나는 차분히 상황을 지켜보았다.
‘이번에는 다르게 끝날 거야.’
“찾을 필요 없어요.”
나는 차분하게 입을 열며 그들의 행동을 멈췄다.
“약은 제가 가지고 있어요.”
내 손바닥 위에 옅은 하늘색 약 한 알이 놓였다.
주성언의 얼굴에는 한 줄기 희망이 떠올랐다.
“그래, 맞아! 그거야. 여보, 빨리 줘! 내가 준우한테 먹일게.”
그는 손을 내밀며 안도의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내가 한 다음 행동은 남편의 기대를 산산조각 냈다.
나는 가볍게 웃으며 손에 든 약을 샴페인 잔 위로 던져버렸다. 약은 잔 속에서 거품을 내며 녹으면서 천천히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모든 사람이 그 순간 멍해졌다.
주성언은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여보, 지금 뭐 하는 거야! 이건 준우를 살릴 약이라고!”
그는 떨리는 손으로 샴페인 잔 속을 뒤져 약을 꺼내려 했지만, 약은 이미 알코올에 녹아 사라지고 있었다.
초조함에 가득 찬 그는 숨을 고르며 내 어깨를 꽉 붙잡았다.
“여보, 이제 그만해. 장난은 거기까지만 해. 이건 정말 준우의 목숨이 달린 일이야. 약을 다시 꺼내 줘.”
“제발!”
모든 사람이 무거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나는 천천히 두 손을 들어 보였다.
“여보, 그 약 더 없어. 방금 그게 집에 있던 마지막 한 알이었어.”
“그런데 왜 그걸 던졌냐고!”
시어머니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소리쳤다.
“그럴 리가 없어.”
주성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준우의 숨소리는 점점 약해졌다.
나는 여전히 약을 꺼낼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시어머니는 초조함에 못 이겨 무릎을 치며 휴대폰을 꺼내 119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시어머니가 전화를 걸자마자, 나는 시어머니의 손에서 휴대폰을 뺏어 끊어버렸다.
전화기의 화면이 꺼지며, 준우의 창백한 얼굴과 겹쳐 보였다.
“준우 어미, 너 미쳤어?”
시어머니는 울분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나는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
주성언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다시 휴대폰을 들어 119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이미 시간이 지체된 탓에, 준우는 숨이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시어머니는 이를 갈며 말했다.
“소하정, 만약 우리 준우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어머니, 준우는 괜찮을 거예요.”
주성언은 반사적으로 나를 변호하며 대답했다.
그는 몸을 꼿꼿이 세운 채 준우를 조심스럽게 반쯤 앉힌 자세로 안아, 아들의 숨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려 애쓰고 있었다.
제3화
15분이 지나자 의사가 도착했다.
사람들은 급히 자리를 비켜주며 숨을 죽이고 준우의 응급처치를 기다렸다.
하지만 준우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아이의 온몸에는 이미 심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한 붉은 발진이 가득했고, 손발의 경련도 거의 멈춰 있었다.
누가 봐도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나는 한쪽에서 차갑게 서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
내 무심한 태도에 참다못한 누군가가 날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소하정, 네 아들이 지금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데, 넌 정말 아무 걱정도 안 되는 거야?”
“네가 그 아이의 친엄마가 맞긴 해?”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주성언이 먼저 나섰다.
“죄송합니다. 하정이도 지금 너무 놀라서 그래요.”
그는 나를 감싸며 변호하듯 말을 이었다.
“게다가 집에서 준우를 제일 신경 쓰는 사람이 하정이예요. 그러니 더 이상 뭐라고 하지 말아 주세요.”
주성언은 나를 향해 위로하듯 미소를 지었다.
‘늘 그랬지. 어떤 상황에서도 날 대신해 앞에 나서던 사람이었어.’
의사는 여전히 준우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미 늦어버린 상황이었다.
준우의 동공은 9mm 이상으로 풀려 있었고, 심전도는 결국 직선을 그렸다.
삐-
의사는 고개를 떨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죄송합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 시어머니는 절규하며 준우에게 달려들었다.
“우리 준우, 아직 살릴 수 있어요! 선생님, 제발 다시 한번만... 제발요!”
“준우야, 눈 좀 떠봐! 할머니 여기 있잖아. 할머니는 너 없으면 못 산단 말이야...”
시어머니의 울음은 거실을 가득 채웠고, 그 슬픔은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주성언은 충격에 휩싸인 듯 멍하니 서 있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자신에게 말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우리 준우가 겨우 세 살인데, 단순히 알레르기 반응이었을 뿐인데... 분명 살릴 수 있어. 그렇지, 살릴 수 있겠지?”
그는 희망을 버리지 못한 눈으로 방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맞죠? 우리 준우는 괜찮아질 거죠?”
주성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고, 목소리엔 절박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고개를 돌리며 눈을 마주치기를 피했다.
의사는 응급처치 도구를 정리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보호자님, 부디 마음을 추스르시길 바랍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평범한 생일 파티가 비극으로 끝날 줄은.
준우의 시신을 꼭 끌어안고 있던 시어머니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시어머니의 얼굴은 분노와 슬픔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소하정! 네 잘못이야! 다 네가 우리 준우를 이렇게 만든 거라고!”
“왜, 왜 준우의 생명을 살릴 약을 버린 거야? 네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냐고!”
시어머니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점차 나에게 쏠렸다.
사람들의 눈엔 의심과 비난이 가득했다.
“그러니까. 그 약은 살릴 수 있었던 약이잖아.”
“소하정 씨가 약을 꺼내기만 했어도 준우가 살았을지도 몰라.”
“그런데 약을 버리다니, 이게 말이 돼? 누가 자기 애가 죽어가는 걸 보고도 저럴 수 있어?”
“이건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이건 살인이나 다름없어!”
사람들의 수군거림은 점점 더 커졌다.
비난의 화살이 나를 향해 쏟아졌다.
그 순간, 주성언이 나서서 내 앞을 가로막았다.
“그만들 하세요! 하정이는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예요!”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게다가 그 약은 이미 유통기한이 지났어요. 먹어도 효과가 없었을 겁니다.”
이 말은 주변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잠시 멈추게 했다.
그는 내 손을 잡으며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여보, 알아. 너도 얼마나 준우를 사랑했는지 내가 누구보다 잘 알아. 당신이 얼마나 힘들지 나도 알아.”
“이건 당신 잘못이 아니야.”
하지만 방에 있던 의사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약이 조금 오래됐어도, 효과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약효가 줄어들 뿐, 먹는 데 큰 문제는 없었을 겁니다.”
“만약 의문이 있으시다면, 약을 회수해서 검사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의사의 논리적인 설명은 분위기를 다시 무겁게 만들었다.
그때, 주성언이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선생님!”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차분한 목소리로 이어갔다.
“제 아내는 약학 지식이 부족합니다. 그걸 잘 몰랐던 것도 어쩔 수 없는 일 아닙니까?”
“게다가 약이 술에 젖었잖아요. 누가 세 살짜리 아이에게 술에 젖은 약을 먹일 수 있겠습니까? 그랬다가 상태가 더 나빠졌으면 어쩌려고요?”
“하정이도 최선을 다한 겁니다. 다들 제 아내를 비난하지 말아 주세요.”
주성언의 논리적인 변호로 사람들의 의심과 비난은 서서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때,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약은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았어.”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내게로 쏠렸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그냥 내가 일부러 버린 거야.”
그 순간, 방 안은 얼어붙은 듯 정적에 휩싸였다.
제4화
아무도 내가 그렇게 말할 줄은 몰랐다.
주변은 작은 핀이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고요해졌다.
나는 준우의 온몸에 번진 붉은 발진을 힐끗 바라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아니, 하필이면 왜 내 생일날 죽는 거야? 재수 없게.”
그렇게 중얼거리자, 사람들은 나를 향해 분노로 가득 찬 눈빛을 보냈다.
“소하정! 네 친아들이 죽었는데도 그게 네가 할 소리야?”
“준우는 겨우 세 살이야! 방금까지 엄마랑 같이 케이크 먹겠다고 신나서 웃던 애였다고!”
“소하정, 내가 어떻게 너 같은 사람과 친구였을 수 있지? 정말 소름 끼쳐.”
사람들은 하나둘씩 격앙된 목소리로 나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모든 분노가 내게 집중됐다.
그때, 주성언이 내 손목을 잡았다.
남자의 손아귀는 강했고, 그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여보, 제발 그만 말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나도 알아. 준우가 떠난 게 당신한테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
“하지만 이렇게 스스로를 탓한다고 해서 준우가 돌아오는 것도 아니잖아. 준우가 살아 있었다면, 엄마가 자기 때문에 이렇게 망가지는 걸 절대 원하지 않았을 거야!”
주성언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는 내가 아이를 잃은 슬픔에 이성을 잃었다고 믿고 있었다.
‘아직도 이렇게 날 이해하려고 하는 거야?’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들고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야. 나, 일부러 약 안 준 거야. 준우에게 먹일 생각도 없었어.”
이 말에 방 안은 다시 정적에 휩싸였지만, 내 얼굴엔 죄책감이라고는 하나도 없었고, 오히려 입꼬리가 올라갔다.
‘드디어 말했네. 이게 나야.’
그 순간, 시어머니가 미친 사람처럼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소하정! 넌 진짜 악마야! 넌 앞으로 절대 편히 눈감지 못할 거야!”
“네가 내 손자를 죽였어! 넌 살인자야!”
사람들도 그 뒤를 이어 소리쳤다.
“이런 사람은 세상에 공개해야 해! 얼마나 악랄한 엄마인지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해!”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지른 사람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어!”
분노로 가득 찬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다들 하나같이 나를 증오하고 있네.’
사람들은 휴대폰을 꺼내 들고 나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댔다.
플래시는 내 앞에서 쉴 새 없이 번쩍였고, 그 빛은 마치 날 얽어매는 거대한 그물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에 관한 소식이 온라인으로 퍼져 나갔다.
수많은 욕설과 비난이 나를 향해 쏟아졌다.
“이 여자는 진짜 악마야. 반드시 지옥에 떨어질 거야!”
“흰 드레스? 너 같은 쓰레기가 입는다고 해도 절대 깨끗해질 수 없어! 너한테서 풍기는 썩은 냄새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자기 아들을 죽이다니, 너는 인간도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 더러운 년!”
인터넷에서는 나를 향한 증오가 폭발했고, 나에게는 온갖 끔찍한 꼬리표가 붙었다.
그러나 아무리 사람들이 나를 욕해도, 준우는 돌아오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바닥에 주저앉아 아이의 시신을 부둥켜안고 울부짖었다.
“준우야, 우리 불쌍한 준우 내 새끼... 네가 없으면 나도 살 이유가 없다... 나도 너 따라가련다!”
시어머니의 처절한 울음소리는 주변 사람들의 동정을 자아냈다.
“저 할머니 너무 불쌍하다.”
“그 집안에 어떻게 저런 여자가 들어왔을까? 이건 하늘이 무심한 거야.”
“맞아, 진짜 너무 안됐다.”
시어머니의 슬픔은 주변 사람들의 동정을 샀고, 그들의 속삭임은 내 귀에 생생히 들려왔다.
‘전부가 나를 비난하네. 다들 나를 용서할 생각이 없구나.’
주성언은 망연자실한 상태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의 두 주먹은 떨리고 있었고, 눈에는 분노와 슬픔이 섞여 있었다.
“아니야... 이렇게 끝날 수는 없어.”
그는 이를 악물며 나를 바라봤다.
“여보, 준우는 당신이 거의 열 달 동안 품어서 낳은 아이야. 당신이 얼마나 그 아이를 사랑하는지, 내가 누구보다 잘 알아.”
“작년에 준우가 실종됐을 때, 넌 불상 앞에서 다섯 밤낮을 눈도 붙이지 않고 빌었잖아. 준우가 무사히 돌아오길 바랐던 그 마음, 내가 똑똑히 봤다고.”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당신이 일부러 준우를 해쳤다고 믿을 수 없어. 이유가 있었던 거지, 그렇지?”
“말해봐, 어떤 이유가 있었던 건지. 난 당신 말을 믿을 거야. 누가 뭐라고 해도 믿을 거야.”
주성언의 목소리는 점점 격해졌고,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그는 내게 진실을 말해달라고 애원하는 듯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내게 쏠렸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나를 비난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차분히 주성언의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 말은 당신 자신에게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결국 준우를 죽인 진짜 범인은 너니까.”
그 순간, 방 안의 모든 소리가 멎었다.
주성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주변 사람들은 놀라움에 말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