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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건드리면 큰일 나는 형수님이 오셨다
결혼 전부터 나는 늘 남편 민해에게 그의 형수님, 문소리가 대단한 분이라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형수님과는 절대 다투지 마. 잘 지내야 해.” 남...
Chương (1)
第1章
결혼 전부터 나는 늘 남편 민해에게 그의 형수님, 문소리가 대단한 분이라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형수님과는 절대 다투지 마. 잘 지내야 해.”
남편의 당부가 귓가에 맴돌던 결혼 후 첫 설날.
나는 시댁에서 처음으로 명절을 맞이하며 하루 종일 부엌에서 음식 준비로 바빴다. 열 명이 넘는 가족을 위해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시댁 식구들 대신, 홀로 땀을 뻘뻘 흘리며 명절 음식을 차렸다.
거실에서는 웃고 떠들며 과일을 먹는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저녁이 되자 느긋하게 등장한 남편의 큰형 부부.
그때까지도 나는 몰랐다. 내 자리가 없을 줄은.
어색하게 선 채 자리를 찾으려던 내 앞에서, 남편의 형수 문소리가 비웃듯 입을 열었다.
“동서, 현모양처라면서요? 착하고 잘 지낸다더니... 그런데 음식은 별로네요?”
나는 속에서 울컥하는 분노를 억누르며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문소리는 시어머니를 향해 태연하게 덧붙였다.
“앞으로는 어머님께서 음식을 하시는 게 좋겠어요. 어머님 음식이 훨씬 맛있잖아요.”
제1화
문소리의 말이 끝나자 시어머니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졌다.
나는 옆에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어리둥절했다.
분위기는 점점 어색해졌지만, 소리는 태연하게 음료를 마셨다.
이때, 침묵을 깨고 시아버지가 시어머니의 팔을 살짝 잡았다.
시어머니는 입술을 꼭 다물고 나지막이 말했다.
“미애가 S시 사람이라며, S시 음식 좀 만들어주고 싶다더라고.”
그 말에 나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사실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결혼 후 처음 맞이한 설날인데, 나는 시댁과 잘 지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성을 다하고자 했다.
“사람이란 서로 마음을 열면 관계도 좋아질 거야.”
엄마는 늘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래서 처음에는 작은 도움이라도 필요하냐고 물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주저 없이 부엌일 전부를 내게 맡긴 후, 허리는 아프다며 쉬겠다고 하시거나, 시누이 가족을 데리러 간다며 부엌에서 벗어나셨다.
민해와 나는 서로를 지키자고 약속했지만, 시어머니는 아들을 붙잡고 대화로 시간을 보냈다.
결국 민해도 내가 부엌에서 혼자 일하고 있다는 걸 잊은 듯했다.
나는 채소를 다듬고, 생선을 굽고, 고기를 삶고, 다양한 음식을 준비하면서 스스로 다짐했다.
“다시는 오지 않을 거야.”
그러나 하루 종일 고생해서 차린 식탁에 내 자리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모든 걸 내려놓고 싶었다.
그때 소리가 비꼬듯이 말했다.
“동서는 왜 여기 서 있어요? 마치 시어머니가 일부러 괴롭히는 것처럼 보이네요.”
그 말은 바늘처럼 귀를 찔렀고, 모두를 멍하게 만들었다.
시어머니의 표정은 금세 여러 번 변했다.
그제야 민해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둘러 나를 위한 의자를 가져왔다.
“여보, 여기 내 옆에 앉아.”
민해는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를 식탁에 놓으며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 의자를 보며 속이 상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품질 좋은 의자에 앉아 있는데, 나만 싼 티 나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야 했다.
그러자 민해는 내 어깨를 감싸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여보. 내가 잘못했어. 내 자리에 앉아.”
민해의 말을 들으며 서운한 마음을 억누르려 애썼다.
이 작은 사건이 명절 분위기를 망칠 순 없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식탁에서는 모두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소리만은 흥미 없는 표정으로 그저 자신의 음료만 마셨다.
이후 시어머니는 목을 가다듬으며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내게 건넸다.
“미애야, 이번이 너의 첫 명절이니 우리 마음이다. 적은 돈이지만 받아줘라. 그런데 우리 집 규칙상 며느리는 앞으로 세뱃돈을 받지 않는단다. 너와 민해가 아이를 낳으면, 그때는 손자에게 줄 거야.”
시어머니는 말을 덧붙이며 소리를 가리켰다.
“소리도 지금까지 세뱃돈을 받은 적이 없단다.”
시어머니가 건넨 봉투를 바라보며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명절에 세뱃돈을 받는 일은 반가운 일이지만, 시어머니의 말은 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그때 소리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어머님, 지금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제2화
조민천은 팔꿈치로 조용히 문소리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나 소리는 자신의 남편을 힐끔 쳐다보고는, 거침없이 이어갔다.
“어머님이 주기 싫으면 안 주면 그만이죠. 굳이 저를 끌어들이진 마세요.”
순간 나는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시어머니의 얼굴이 굳어졌고, 봉투를 탁자에 탁 내려놓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왜? 배 아프니? 내 둘째 며느리는 착하고 부모님을 걱정할 줄 아는 아이다. 그런데 넌 집에 오면 먹고 눕는 것 말고는 뭘 하니? 내가 안 준다고 뭐가 잘못이냐?”
시어머니의 목소리는 이미 격앙되어 있었고, 소리를 향한 서운함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소리는 태연히 어깨를 으쓱하며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머님, 세뱃돈은 괜찮습니다. 민해의 아내로서 제가 돕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내가 말을 마치자 소리는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반면 시어머니는 웃음꽃이 만발한 얼굴로 내 손을 꼭 잡으며 칭찬을 이어갔다.
“역시 내 둘째 며느리는 다르구나! 참으로 마음씨가 고운 아이다.”
그러나 얇디얇은 그 세뱃돈 봉투는 다시 시어머니의 주머니로 쏙 들어갔다.
그때였다. 조용히 식사를 하던 시누이, 조혜선이 갑자기 외쳤다.
“이 음식에 생강이 들어갔잖아요!”
혜선은 음식을 뱉으며 불만을 터뜨렸다.
“내가 생강 싫어한다고 했잖아요. 왜 또 넣었어요?”
당황한 시어머니는 즉시 대답했다.
“그랬니? 내가 분명히 말했는데, 왜 또 이렇게 됐을까.”
혜선은 내게 시선을 돌리며 따지듯 물었다.
나는 급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저는 몰랐어요. 어머님이 말씀 안 하셨어요.”
그러나 내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민해가 내 팔을 슬쩍 잡으며 나를 제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어머니는 곧바로 표정을 바꾸며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안 말했다고? 내가 분명히 생강 넣지 말라고 했는데, 네가 잊은 거 아니야?”
나는 억울함에 가슴이 막히는 것 같았고, 민해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민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다물었다.
그 순간 혜선이 탁자 위에 젓가락을 내리치며 말했다.
“이딴 음식을 어떻게 먹으라는 거예요? 설날인데 제대로 된 밥 한 끼도 못 먹겠네요!”
시어머니는 곧바로 시누이를 달래며 말했다.
“화내지 마라. 명절에 화를 내면 안 된다. 우리 미애가 다시 몇 가지를 만들어 줄 거야. 그때는 생강을 빼고.”
시어머니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했지만,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혜선은 나보다 두 살 어렸지만 이미 결혼한 지 2년이 지났다.
그녀는 고작 명절에 집에 왔을 뿐인데, 공주처럼 대접받고 있었다.
혜선이 하늘 같은 대접을 받는 와중에, 나는 부엌에 가서 다시 음식을 만들어야 했다.
시어머니는 내 반응을 기다리지도 않고 재촉했다.
“왜 가만히 있어? 어서 움직여야지!”
이때, 민해가 내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부탁인데 이번 한 번만 더 해 줘. 동생이 생강을 정말 싫어하거든.”
하지만 이건 생강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민해를 바라보며 묻고 싶었다.
“이게 다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나는 민해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그의 반응을 살폈다.
하지만, 남편의 태도는 마치 소리가 말했던 것처럼, 내가 정말로 시댁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조하는 듯 보였다.
민해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내 팔을 조심스레 잡았다.
“여보, 제발. 그냥 나를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이번 한 번만 더 해 줘. 응?”
민해의 간청을 들으며 나는 엄마가 해 주었던 말이 떠올랐다.
“마음을 열고 먼저 다가가면, 결국 그들도 네 진심을 알아줄 거야.”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점점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었다.
혜선은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고, 민해는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꾹 참고 속에 쌓인 서러움을 억누르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두 가지 음식을 더 만들었다.
제3화
음식이 다시 식탁에 올랐을 때, 조혜선은 젓가락으로 음식 몇 점을 쓱쓱 뒤적이며 말했다.
“설날에 이런 걸 먹으라고요? 이게 뭐예요? 언니, 지금 저 괴롭히시는 거죠?”
혜선은 점점 흥분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랜만에 친정에 왔는데, 고작 이런 음식이라니. 설마 시집간 딸은 버려진 물건이라는 거예요?”
혜선은 말을 마치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시어머니는 즉시 혜선을 달래며 말했다.
“딸, 이게 무슨 소리야. 넌 언제나 이 집의 공주야. 네 아빠도, 새언니들도, 모두 널 아낀단다. 누가 널 서운하게 하겠니.”
그 말을 하며 시어머니는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번엔 네 동생이 좋아하는 탕수육을 만들어 줄래? 그건 정말 좋아하거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나는 손가락으로 식탁 위에 있는 간장갈비를 가리켰다.
“여기 있습니다. 생강은 넣지 않았어요.”
시어머니는 잠시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내가 그녀의 말을 따르지 않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는 듯이 말이다.
곧이어 시어머니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나를 평가하듯 쳐다보며 말했다.
“너 내 말을 못 알아들었니? 간장갈비랑 탕수육이 같니? 내가 탕수육을 만들라고 했으면 그냥 만들어야지. 말이 왜 이렇게 많아?”
그 짧은 두 마디로, 시어머니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친절하고 나를 칭찬하던 사람이 눈앞에서 사라진 느낌이었다.
나는 믿을 수 없었다. 이런 말과 이런 태도를 누군가에게서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민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민해는 내 손을 살짝 잡고 달래듯 두 번 쓰다듬으며 말했다.
“엄마, 미애도 생강을 안 넣고 음식을 만들었잖아요. 그리고 여기 갈비도 있잖아요. 대명절에 우리 그냥 기분 좋게 식사합시다.”
나는 이 말로 모든 것이 정리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 한 마디가 마치 시어머니의 화약에 불을 붙인 듯했다. 그녀는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
“쓸모없는 녀석! 뭐야, 너도 네 형처럼 아내한테 휘둘리면서 엄마랑 동생을 잊어버리려고 하는 거야? 밖에서 들어온 사람 하나랑 손을 잡고 네 동생을 괴롭히겠다고? 정말 그런 오빠가 될 거야?”
민해는 급히 손사래를 치며 변명했다.
“아니에요, 엄마. 그런 게 아니에요!”
민해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고, 그 안에는 분명한 타협의 기색이 느껴졌다.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결국 민해는 또 나를 바라보며 애원하는 눈빛을 보냈다.
“여보, 제발 그냥 한 번만 더 해줘.”
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그를 막아섰다.
“민해야,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 우리가 집에서 어떻게 약속했는지 기억은 하고 있는 거야?”
나는 민해를 똑바로 바라보며 이어 말했다.
“부부는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지켜야 한다고 네가 먼저 말했잖아. 그게 네 약속 아니었어?”
그 말이 떠오르자, 그 약속을 처음 들었을 때의 감정이 되살아났다.
나는 그때 그 말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사람들은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남편에게 달렸다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민해가 그 사이에서 중재해 줄 거라 믿었다.
내가 시어머니께 잘하고 진심으로 대하면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은 어땠나.
내 눈앞에서 민해가 망설이고 머뭇거리는 모습은 그 모든 기대를 배신하는 것 같았다.
나는 민해가 했던 약속이 모두 헛된 말에 불과했음을 깨달았다.
내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자 민해도 내가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했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여전히 말끝마다 나를 자극했다.
“너 지금 내 아들에게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겨우 몇 가지 음식을 더 만들라고 했다고 이렇게 심하게 굴어? 그리고 남편에게 이렇게 표정을 짓는다고?”
“민해는 네 부모님이 교양 있는 분들이라고 하던데, 네 태도를 보니 그 교육이 별거 아니었나 보네! 결혼 전에 부모님께 그런 기본도 못 배웠어? 시댁에 오면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말도 잘 들어야 한다는 거.”
그러자 민해가 급히 나서며 말했다.
“엄마, 그만하세요. 더는 말하지 마세요.”
그러나 나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이윽고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시어머니를 향해 외쳤다.
“어머님, 제 부모님을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제4화
나는 시어머니를 노려보며 두 손을 꽉 쥐었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듯 말했다.
“뭐? 왜 일어나는 거야? 누구를 겁주려는 거야? 이 집은 우리 집이고, 우리 모두 조씨 집안 사람들이야! 그런 우리 딸이 먹고 싶다는데, 네가 해 주는 게 당연하지 않니? 우리 집은 원래 이런 식으로 살아왔어. 그리고 네 부모님 얘기를 했다고 뭐가 문제야? 내가 틀린 말이라도 했니?”
나는 숨이 가빠졌고 화를 간신히 삭이고 있었다.
그 순간 민해가 내 팔을 만지며 달래듯 말했다.
“여보. 말 좀 줄여. 그냥 넘어가자.”
나는 갑자기 헛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말을 줄이라고? 네 귀는 장식이야? 지금까지 누가 말을 줄여야 할지 분간이 안 돼?”
그때 민해가 갑자기 소리쳤다.
“그만해!”
나는 순간 멍하니 민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저분은 우리 엄마야! 날 이렇게 키워주신 분이야. 엄마가 말 좀 한다고 뭐가 문제야? 그리고 너도 벌써 그렇게 많은 음식을 만들었잖아. 탕수육 하나 더 만드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그래? 넌 첫째 며느리도 아니고 둘째 며느리잖아. 그런 거 하나 못 챙겨줘?”
민해의 연이은 불평에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내가 그렇게 존경하고 사랑했던 남편이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민해의 손을 확 뿌리쳤다. 그 과정에서 앞에 놓여 있던 그릇들이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이 났다.
그제야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시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민해야, 이게 네가 선택한 아내냐? 겨우 이런 일로 난리를 치다니, 이런 여자를 대체 어떻게 고른 거야? 예전 같았으면 말이야.”
시아버지는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런 사람은 우리 조씨 집안 문턱에도 못 들어왔을 거야!”
그러더니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바닥에 내던졌다.
깨진 유리 조각이 튀어 내 손을 베었다.
나는 눈물이 흘러내리며 손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엄마가 해 주셨던 말이 떠올랐다.
“사람은 서로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대하면 언젠가는 그 진심을 알아줄 거야.”
하지만 지금은 그 말이 틀렸다는 생각만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애초에 진심을 받을 자격조차 없는 것이다.
민해는 내 손에서 흐르는 피를 보며 잠시 주저하는 듯했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며느리가 시부모를 모시고, 시누이를 모시는 게 당연한데, 이 정도로 난리를 치다니. 소문이라도 나면 우리 집안이 얼마나 웃음거리가 되겠니? 네 아버지와 내가 평생 애써 너희를 가르쳤는데, 결국 이런 교육도 못 받은 며느리를 데려오다니. 부끄럽다. 정말로!”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번갈아 가며 나를 비난하기 시작했고, 민해의 얼굴도 점점 어두워졌다.
그리고 그가 나를 바라보았을 때, 그 눈빛에서 어떤 감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민해는 내 손목을 거칠게 잡으며 말했다.
“송미애, 명절에 이렇게 난리를 치다니 정말 무례하군. 지금 당장 부모님과 동생한테 사과해!”
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민해를 바라보았다.
가슴속에서 점점 차가운 공기가 차오르는 듯했다.
내 손에서 피가 나는 것도,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도 민해는 보지 못했다.
내가 하루 종일 고생하며 민해를 위해 음식을 준비한 것도, 시댁 식구들에게 괴롭힘당한 것도 그는 보지 못했다.
오히려 민해는 그들과 합세해서 나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다시 한번 말해봐.”
민해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내 가족에게 사과하라고!”
나는 분노가 극에 달해 비웃음을 터뜨리며 민해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힘껏 그의 뺨을 내리쳤다.
“내가 사과를 하라고? 웃기지 마!”
따끔한 소리가 울려 퍼지자, 주변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그 순간, 갑작스럽게 박수 소리가 몇 번 울렸다.
내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문소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걸어왔다. 그녀의 얼굴에는 흥분과 기쁨이 서려 있었다.
“난 동서가 그냥 순하고 약한 사람일 줄 알았어. 남들이 하자는 대로만 따르는 그런 사람이겠거니 했지. 그런데 동서도 한 성깔 하네? 좋아, 아주 마음에 들어.”
이윽고 소리의 차가운 시선이 조씨 집안 식구들을 향했다.
그녀는 식탁 끝을 두 손으로 짚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동서, 어머니님 말씀이 맞아.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조씨 집안 식구들이지. 하지만 외가 성씨를 가진 사람은 우리 둘뿐이야. 그러니 이제 우리도 조씨 집안에게 제대로 새해 인사를 해 줄 때가 됐지, 안 그래?”